"중대 산업재해, 수사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부가 브리핑 해야"

[인터뷰]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냉동창고 건설 현장 대형화재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다. 지난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에서 참사가 났다. 12년 전인 2008년에는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 그보다 10년 전인 1998년에는 부산 삼동범창 냉동창고 화재가 있었다. 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수만 105명이다.

지난 5월 29일, 참사 한 달 만에 청와대 앞에선 유가족은 이렇게 물었다.

"왜 이번에도 똑같은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는지, 왜 노동자들이 똑같은 참사를 당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총리님께서 분향소를 다녀간 후 다시는 대형사고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질적 처방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합니다. 그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들의 질문에 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프레시안>에서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를 만난 이유다.

강 교수에게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를 둘러싸고 지난 두 달여 간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의 반복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물었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인 강 교수는 2008년 1월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당시 직접 사고를 조사한 경험도 있다.

강 교수는 중대재해가 나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교훈을 남기고 이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를 위해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와 별도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사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독립 상설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 사고 조사를 수행한 산업안전보건공단(아래 안전공단) 중앙사고조사단을 사고 조사 기구의 씨앗으로 평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중대재해를 수사하고 브리핑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닌 고용노동부가 키를 쥐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를 업무상 과실보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중대재해, 잘못된 정보 유통되면 좋은 교훈 남길 수 없다"

프레시안 : 이번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 직후 2008년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가 많이 언급됐다. 당시 사고 조사관이었는데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달랐나.

강태선 : 냉동창고 마무리 공사 단계에서 불이 났다는 점은 같다.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도 같다. 또 사고가 난 곳이 이천이다. 다른 점은 사고 당시 내부 작업이다. 경찰 발표나 안전공단 조사를 보면,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에서는 용접작업이 한 곳 혹은 두 곳에서 있었다. 거기에서 튄 불똥이 화재 원인이 된 걸로 추정된다.

2008년 1월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때는 용접 작업이 없었다. 화재 발생일에 건축 공사는 끝나 있었다. 별도 발주한 냉동설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전체 공사를 100%로 보면 공정률이 98% 정도 됐다. 냉동배관 보냉, 냉매 주입, 급배기 점검, 방열문 전선 연결, 이런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프레시안 :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 뭐였나.

강태선 : 보냉 작업을 하는 노동자 20여 명이 열흘째 본드를 사용해 배관 커버를 씌우고 있었다. 본드의 주성분인 톨루엔, 아세톤은 인화성 액체다. 불이 난 지하 1층은 총 25개 냉동실로 구성된 밀폐 장소였다. 150kg에 달하는 인화성 액체가 환기되지 않는 공간에 쌓이고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13호 냉동실에서 불이 시작됐다. 13호 냉동실을 포함해 지하 1층에는 용접 작업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원인 불상 발화'로 정리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공단은 본드가 엄청 많이 사용됐으니 천장 쪽 배관 주변에 국소적으로 폭발하한에 육박하는 농도로 유증기(기름이 기화된 공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전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했고, 이러면 형광램프에 의한 발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추정이라 검찰도 공소장에 이 내용을 포함했다. 판결문에서도 산안법 위반 증거로 채택됐다.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에서도 보냉 작업이 있긴 했다. 그런데 유증기가 될 수 있는 물질(본드, 시너 등)이 많지는 않았다. 안전공단이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의 최대 유증기 농도를 70ppm(Parts Per Million, 백만분율) 정도로 추정했다.

코리아2000 냉동창고 때는 최대 유증기 농도를 백분율 단위로까지 추정했다. 물론 유증기가 코리아 냉동창고 화재의 발화원이라고 100%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코리아 냉동창고 화재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발화라고 볼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안전공단이나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사고 원인으로 용접 불똥, 심지어 담뱃불을 이야기하는 기사가 나왔다. 사고 발생 직후에는 2008년 코리아 냉동창고 화재 원인이 용접 불똥이고 두 사고가 판박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강태선 :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 직후, 2008년 코리아 냉동창고 화재 원인에 대한 안전공단 조사 결과가 별로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안전공단 조사 결과가 증거로 채택됐지만 그런 정보가 많이 유통되지는 않았다.

2008년 1월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초기에 사람들이 사고 원인이 용접 불똥이었다고 단정했다. 그런 보도도 많이 나갔다. 사고 원인에 대한 인상은 그렇게 남았다. 당시의 부정확한 보도를 보고 기사를 쓰면 화재 원인이 용접 불똥이었다고 적게 된다.

이러면 참사가 나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기 어렵다. 용접이 위험한 작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고 직후 언론에서 샌드위치 패널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이 소재가 좋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단,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건설 현장에 더 많다는 거다. 본드, 시너 이런 게 다 화재 원인이 된다. 여름철 옥상에서 방수작업하다가도 시너에서 유증기가 올라오고 정전기로 불이 붙으면 화재가 날 수 있다. 용접불똥이나 샌드위치 패널에만 집중하면, 본드나 시너 같은 물질을 관리하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된다.

정리하면, 공사 현장에서 화재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물질은 시너, 본드 등 인화성 액체류다. 이런 데서 생긴 유증기 농도가 높아지면 용접 같은 화기 작업 없어도 불이 날 수 있다. 이런 물질을 쓰는 작업을 할 때 충분한 환기를 유지하지 않으면 화재와 중독 위험이 생긴다.

그 다음은 용접이다. 인화성 액체를 사용하는 작업과 용접을 동시에 하면 절대 안 된다. 건설현장에서 용접 등 화기 작업은 관리 책임자의 허가가 떨어져야 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용접과 동시에 하는 작업은 최소화하고 인화성 물질은 근처에 없어야 한다. 가까운 데에 불이 붙을 수 있는 물질이 있으면 불연포로 덮는 등 조치를 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과거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있으면 사고 원인을 보다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고 방지 대책도 더 잘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사고 원인 분석과 예방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한데, 화재가 38명이나 되는 노동자의 사망으로 이어졌다.

강태선 : 완공된 건물에는 소방 시설이 있다. 불이 나면 경보가 울린다. 스프링클러도 있다. 공사 현장에는 그런 게 없다. 소방법에 공사 현장에 대한 '임시 소방시설' 규정이 있는데 그 정도로 밀폐된 냉동창고에서 빠르게 일어난 불을 제어하기엔 한계가 있다.

또, 건설 현장에서 원청업체는 화재나 붕괴에 대비해 원청 뿐 아니라 하청 노동자도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통일적인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를 해야 한다.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에서는 이걸 소홀히 한 걸로 보인다. 냉동창고의 밀폐성을 감안하면, 더 각별한 경보 대책을 수립해야 했다. 불은 지하 2층에서 난 걸로 보이는데 지상 2층에서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었으면 이렇지 않았을 거다. 원청업체가 경보 시스템에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은 무엇인가. 희생자는 왜 그렇게 많았나' 이 두 가지에 대한 교훈이 나와야 한다.

▲ 참사 한 달째이던 5월 29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 선 이천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참사 유족들. ⓒ프레시안(최형락)

"중대재해 수사 정보 공개하고 고용노동부가 브리핑해야"

프레시안 : 그런 교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강태선 : 대형화재든 기타 참사든 노동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대부분 수사만 이뤄진다. 수사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심지어 당사자한테도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중대재해 사건에서 피의사실 공표는 동종재해 예방이라는 공익적 가치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편리와 피의 기업의 권리만을 고려해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지나치리만큼 관철된다.

해외에서는 정보 공개의 공익이 크면 공개 수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송 과정에서의 정보 공개도 중요시한다. 향후 기업과 관련된 정보도 나오고, 원인에 대한 정보도 많이 공개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수사 과정의 비밀주의가 소송 전 과정에서 관철되는 편이다. 심지어는 판례도 비공개다. 이러니 사고가 나도 교훈을 남길 수 없다. 보통 사람들도 그렇고, 검사나 판사도 인화성 액체가 공기 중에 증기로 퍼져있으면, 정전기로도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걸 잘 모른다.

수사라는 이유로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는 게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다. 모든 수사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반복되는 사고 중 과거 사고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2008년 코리아 냉동창고 화재는 12년 전 사고다.

기자들도 기존 기사만 갖고 보도할 게 아니라 그런 판례를 잘 찾아보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도 그렇다. 고용노동부, 경찰, 소방당국은 기자보다 전문가다. 과거 사고에 대해 더 많이 안다. 그들도 사고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건 좀 안타깝다.

프레시안 : 중대재해에 대한 교훈이 제대로 남지 않는 현실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태선 : 일단 반복적인 참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개수사가 필요하다.

사고가 일어나고 초기 단계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이때 올바른 정보가 유통돼야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확한 정보는 피의사실 공표에서 예외로 두고 유통해야 한다.

이때 정보 공개는 전문가가 있는 관계 당국이 해야 한다. 경찰보다는 고용노동부가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프레시안 : 왜 경찰이 아닌 고용노동부가 정보 공개의 주체가 되어야 하나.

강태선 : 산재 사고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심의 수사와 정보공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중대재해 사건을 수사할 때 주로 업무상 과실로 보고 수사한다. 그러면 사업주는 최선을 다했는데 피치 못해 일어난 일로 포장된다. 아무리 큰 참사여도 그렇게 된다. 중대재해를 다룰 때 업무상 과실이라는 말은 되도록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안법 위반 여부를 수사한다. 산안법은 업무상 과실과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산안법에는 사업주가 사전에 취해야 할 안전과 관련된 의무 조치가 많이 나열되어 있다. 이걸 안 지킨 걸 사업주의 고의로 보고 수사하게 된다.

중대재해 관련 수사 정보를 공개할 때 '산안법 위반으로 수사한다'고 해야 한다. '안전수칙'이라는 애매한 말을 쓸 게 아니라 산안법에 적혀 있는 구체적인 예방 조치를 충실히 지켰나 안 지켰나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산안법이 업무상 과실보다 형도 무겁다. 산안법은 7년 이하 징역, 업무상 과실치상은 2년 이하 금고가 최고형이다. 벌금 차이도 있다. 두 형법이 같은 죄에 적용되면 경합한다. 이 경우 더 중하게 적용되는 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게 원칙이다.

(인터뷰 뒤인 15일 경기 이천경찰서에서 있었던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업무상 과실 혐의를 전면에 배치해 수사 결과를 브리핑했다.)

프레시안 : 산재 사고를 업무상 과실이 아닌 산안법으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강태선 : 작업장은 산안법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법에 따라 사업주에게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가 주어진다. 동시에 작업장은 사업주가 갑이고, 노동자는 을인 공간이다.

노동자가 과실로 안전 수칙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관리 감독 실패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를 관리 감독할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다중 이용 시설에 있는 시민을 보는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

노동자는 사업주에 의해 철저히 통제받는 사람들이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산안법 상에 사업주가 취해야 할 의무 조치가 다 나열되어 있다. 거기에 대고 업무상 과실이라는 잣대를 먼저 갖다 대면 안 된다.

▲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안전보건규칙 중 일부. 산안법에는 위와 같이 사업주가 안전을 위해 취해야 할 의무 조치가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법제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처벌 위한 수사뿐 아니라 재발 방지 위한 조사 제도화 필요"

프레시안 : 수사나 소송 정보의 제대로 된 공개 말고 중대재해의 반복을 막기 위해 또 어떤 일이 필요한가.

강태선 : 동종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도 필요하다. 수사는 사고 예방이나 대책 수립이 목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법 위반을 잡아내 처벌하는 게 목적인 시스템이다.

또, 사고가 발생한 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꺼낼 때 다 소극적이다.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면 피조사자에게는 방어권이 있다. 방어권이 있는 수사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어렵다.

사고에서 제대로 교훈을 찾으려면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처벌을 전제하지 않고 방어권으로 숨지 않게 할 때 나오는 정보가 있다.

책임자 처벌이 목적인 수사가 아니라 교훈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는 지금 그게 없다. 참사가 나면 다 수사만 한다.

프레시안 : 한국에 중대재해가 났을 때 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기관이 있나.

강태선 : 한국에 사고 조사기구가 두 개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해양안전심판원이다. 항공이나 철도 사고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협약이 있다. 규모가 있는 나라에는 항공, 철도 등과 관련한 사고조사위가 있어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가 있다. 한국이 항공철도나 해양안전에 특히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공사고조사위는 괌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처음 생겼다. 괌은 미국령이니까 당시 미국의 NTSB(연방 교통안전위원회,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가 사고 조사를 했다. 여기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사고조사전문기관이다.

한국 정부가 부랴부랴 가서 한국 사람이 죽었으니 사고 원인을 알려달라고 했다. NTSB가 정부에 바로 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에 독립적인 사고조사기관이 있나. 있으면 거기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2002년에 항공사고조사위가 설치됐다. 철도사고조사위는 그보다 뒤인 2005년에 만들어졌고 2006년에 항공철도사고조사위로 합쳐졌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조사 보고서를 공개한다. 사고가 나면 교훈을 찾고,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다. 그러니 항공과 철도가 안전하다.

자본의 이해와 맞닿는 부분도 있다. 항공과 철도가 위험하면 사람들이 타겠나. 그런데 건설 현장은 (자본 입장에서) 안전이 품질이 아니니, 사고 조사 정보를 공유할 유인이 없다. 세계적으로 공유가 안 된다. 일부 선진국에서 참사가 나면 국가 안에서 공개 조사를 하는 정도다.

한국에도 항공이나 철도, 해양 사고 조사기구는 있다. 그런데 산재 사고 조사기구는 없다.

프레시안 : 해외에서는 산재 사고 조사나 수사 정보 공개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강태선 : 미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OSHA(산업안전보건청,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이름으로 보도자료가 나온다. 수사 단계 정보가 공개되기도 하고, 수사 결과 공개도 꽤 이뤄진다.

미국은 규모가 큰 나라니까 화학공장에서 난 중대 산업사고만 따로 떼서 CSB(화학물질안전위원회, Chemical Safety and Hazard Investigation Board)라는 비규제 독립사고조사기관이 사고조사를 하기도 한다. 미국은 또 사고성사망재해 중 재발방지가 필요한 사고에 대해 NIOSH(국립직업안전위생연구소,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가 FACE(Fatality Assessment and Control Evaluation) 프로그램을 통해 동종재해 예방을 위한 사고 조사를 하고 정보를 공개한다.

영국은 HSE(보건안전청, Health and Safety Executive)가 중심이 돼 수사와는 별도로 규모가 큰 재해를 조사한다. 인명사고가 난 경우뿐 아니라 재산상 피해가 큰 경우에도 사고 조사를 한다. HSE 소속 전문가가 조사한다. 면피성 대책이 나오고 끝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도 조사위원으로 위촉한다. 환경 피해가 있으면 환경부도 들어온다.

영국이나 미국이나 보통 사고 조사에 2년 정도 걸린다. 이런 조사에 바탕을 두고 대책이 나온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법령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다.

우리는 조사가 없을 뿐 아니라 수사도 비공개하는데 대책은 막 나온다. 물론 조사를 빨리할 필요도 있고, 간단한 대책은 빨리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차분하게 제대로 된 조사에 바탕을 둔 대책도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이번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중대재해를 다루는 과정에서 특이했던 점 중 하나가 안전공단이 사고 조사를 했다는 점인 것 같다. 지난 9일 박두용 안전공단 이사장이 직접 나와서 국회의원과 언론 앞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용접 불똥 같은 기술적인 원인뿐 아니라 다단계 하도급 같은 구조적인 원인도 다뤘다. 안전공단은 공식적인 산재 사고 조사기구라고 보기는 어렵나.

강태선 : 안전공단 중앙사고조사단 발표는 역사적인 발표였다. 태안화력발전소나 구의역 같은 예외가 있지만, 노동 현장 사고는 수사만 이뤄지고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안전공단도 원래는 수사를 지원하던 데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된 정보 중 일부를 공개해 중대재해사례집을 내기도 한다. 사례집에서는 기술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을 주로 정리한다. 사고 뒤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알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도급관계 같은 시장구조 속의 간접원인은 담기지 않는다.

그런데 박 이사장이 2019년 1월에 중앙사고조사단을 만들었다.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참사에서 수사지원은 성남에 있는 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가 하고 있을 거다.

안전공단 본부에 설치된 중앙사고조사단은 교훈을 얻기 위한 사고 조사를 하는 곳이다. 따로 법적 근거를 두고 설치된 건 아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애를 먹은 거로 안다. 법적인 근거가 없으니 피조사자들이 사고조사단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없다. 매우 어려운 입장에서 사고 조사를 했다. 현장에서 긴급하게 조사해야 했고, 권위도 인정이 안 됐다.

재발방지라는 대의를 위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현 이사장이 중앙사고조사단을 만들었고 쉽지 않은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게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보호해주고 시스템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입법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사고 수사는 고용노동부가 하게 하고, 중앙사고조사단에 독립적으로 사고 조사할 수 있는 권능을 주면 좋을 것 같다. 고용노동부도 대의를 생각해서 인정하면 좋겠다.

프레시안 : 한국에도 산재 사고 조사기구가 생겨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와 교훈이 도출되고 유통되면, 산재 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긴 시간 감사하다.

▲ 안전공단 중앙사고조사단이 한익스프레스 냉동창고 화재 발생 시나리오 중 하나인 '지상 3층 엘리베이터 관련 용접 작업 중 떨어진 불티가 비닐 등에 떨어져 불이 났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실험하고 있는 모습. ⓒ산업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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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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