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26일, 국민의힘 서울 유세 현장에서 감수성이 결여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가 사고 현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우리 동네는 이런 사고가 안 났다'고 오히려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참사를 정치 수단으로 소비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직 구청장인 박강수 국민의힘 서울 마포구청장 후보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경의선숲길 광장에서 진행한 유세 도중, 사회자가 건넨 종이를 받고 "지금 서대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로 부상자가 많다고 한다. 현재 여섯 분이 부상해서 지금 수습 중에 있는데, 안전이 제일인데"라며 "우리 마포도 늘 조심해야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네 손가락을 펼쳐 보이더니 "우리 마포, 4년 동안 단 한 건도 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 자랑하고 싶다. 여러분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박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이날 오후 2시 33분경,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지며 사망자와 부상자가 최소 6명 발생했다. 박 후보가 유세를 벌인 경의선숲길 광장과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의 거리는 약 4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박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박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서대문구 사고 소식을 언급하며 마포구의 안전관리에 대해 발언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공감과 배려가 부족했다. 또한 타 지자체의 안타까운 사고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시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저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상처받으셨을 분들과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장동혁 대표의 발언도 문제적이었다. 유세 차량에 오른 장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지금 사고가 발생해 수습 중에 있기 때문에 제가 유세를 마치고 갈 때까지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제 말을 들어달라"며 조심스럽게 발언을 시작하는 듯했지만, 정작 차분한 분위기를 깬 건 장 대표였다.
마이크를 잡은 장 대표는 "정원오에 비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 한 게 너무 많다. 여직원 데리고 칸쿤도 안 갔고, 술 먹고 사람 두드려 팬 것도 안 했다. 경찰 두드려 팬 것도 안 했고, 술 먹고 5.18 핑계 대는 것도 안 했고, 굿당 지어서 돈 빼먹는 것도 안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공세를 폈다.
장 대표는 또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대통령이 됐다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재판 5개, 12개 혐의를 싹 다 없애겠다고 한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청와대에 쳐들어가서 재판받으라고, 끌고 나와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장 대표의 말에 "맞다"고 맞장구를 치며 "(이 대통령을) 광화문에 매달고 싶다"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장 대표는 "저는 선동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고 다니는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면 이재명이 우리 숨 쉬는 거까지 간섭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라는 장 대표의 연설에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때문이다. 부정선거 잡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장 대표는 "그래서 국민의힘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점점 감정이 고조된 장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포정치를 막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독재를 막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끊어내야 한다. 이미 공포정치는, 독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핏대를 세워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오늘 상황이 이래서 여러분 앞에서 제가 더 목소리 높여 호소드릴 수 없는 게 정말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장 대표는 마포 유세 이후의 현장 유세 일정은 이튿날까지 취소한다고 예고했고, 오후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현장을 찾았다.
장 대표의 이날 서울 지역 유세는 지난 21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처음이었다. 장 대표는 유세 발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애초부터 오 후보와는 마주칠 일이 없는 동선으로 일정을 짜 각자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오 후보를 비롯한 수도권 후보들은 장 대표의 지원 유세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일찌감치 '거리두기'를 해온 바 있다.
한편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역에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출근길 인사를 지원하며 일정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후 박시선 경기 여주시장 후보, 성수석 경기 이천시장 후보, 이상천 충북 제천시장 후보를 지원한 뒤 서소문 사고 소식에 유세 일정을 중단했다.
저녁에 예정돼 있던 안동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한다고 밝힌 정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관계 당국에서 최선을 다해 구조해 달라"고 했다.
정 대표는 정원오 후보와 함께한 아침 출근길 인사에서는 "삼세판이라는 게 있는데 오세훈 후보는 삼세판을 넘었다. 지금 4번이다. 너무 오래하지 않았느냐"며 "잘한 것 하나라도 기억나느냐. 한강버스 , 세빛둥둥섬, GTX 철근 누락만 생각나지 않느냐"고 오 후보를 겨냥했다.
정 대표는 "지긋지긋한 오세훈 시정을 마무리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정원오 서울시장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출범하자마자 먹고사는 게 나아지지 않았나. 주식 2~3배 뛰지 않았나"라고 이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한껏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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