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을 끊은 오세훈 시장, 그의 '밥줄'을 묻는다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밥줄을 끊는다는 것은 단순히 월급 명세서 한 장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의 무늬를 짓이기는 일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아이의 학원비가 밀리는 것에 가슴이 타들어가고, 늙은 부모의 병원비 앞에서 긴 한숨을 쉬게 하는 일이다. 단순한 결핍을 넘어, 한 가정의 삶을 지탱하던 토대를 허무는 잔인한 폭력이다.

기자와 PD, 작가, 엔지니어들에게 밥줄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이름으로 세상을 기록할 권리이고, 거리와 현장을 뛰어다닌 시간의 대가이며, 컴퓨터 원고지와, 콘솔 위에 견뎌온 삶의 무게다. 그런데 권력은 너무 쉽게 그것을 끊었다. 회의실의 차가운 결재 서류 한 장으로, 조례안의 건조한 문장 몇 개로, 언론인들의 인생을 한순간에 혹독한 겨울로 몰아넣었다. 가난의 고통을 넘어 스스로의 존엄과 미래에 대한 감각까지 무너뜨렸다.

수도권 공영방송 TBS 사태를 흔히 '지원 중단'이라는 행정 용어로 설명한다. 그러나 본질은 훨씬 잔인하다. 서울시는 TBS에 연 400억원 예산 중 70% 이상을 지원해왔다. 2024년 6월 1일, 서울시의 출연금 중단은 TBS의 숨통을 끊는 단두대였다. 직원들 월급이 중단되면서 349명이던 직원 숫자는 162명으로 줄었다. 제작비가 사라지면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음악 방송으로 대체됐다. TBS 사태는 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사를 어떻게 말려 죽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검은 흉터다.

그 중심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다. 오 시장은 조례 폐지라는 차가운 행정의 칼날을 휘둘러 수백 명의 삶이 매달려 있는 생계의 밧줄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그는 잔인하면서 동시에 비겁하다. "서울시의회가 TBS 운영 조례를 폐지해 재정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시의회 뒤에 숨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밀어붙이는 동안, 그 정치적 토양을 마련하고 동력을 제공한 사람은 바로 오 시장이었다. 그는 2022년 한 해에만 9건의 조례안에 재의요구를 하면서도 유독 TBS 폐지 조례안에 대해서만 재의요구를 하지 않았다. 침묵은 그 자체로 확고한 의지였다.

오세훈 시장은 단 한 번도 '공영방송 생존·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없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본질적 책무다. 그러나 TBS의 공적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는 애초부터 오 시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상업광고는 물론이고 후원 모집의 길도 막혀 있는 TBS를 향해 "독립경영을 하라"고 말했다. 그것은 팔다리를 묶어 강물에 빠뜨려놓은 뒤 "헤엄쳐 나오지 못한다"고 조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TBS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치열한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시대 변화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언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더 많은 토론과 숙의이지 '재정적 강제 질식사'가 될 수는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론사마저 굶겨 죽이는 선례가 허용된다면, 내일은 또 누구의 밥줄이 끊길 것인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사라진 기억은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 통폐합에 각인돼 있다. 총칼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11월 수많은 언론사를 강제로 통폐합하고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을 대량 해직해 길거리로 내쫓았다. 지금 TBS에서 벌어진 일은 총칼 대신 예산과 조례를 사용했다는 점만 다를 뿐 본질적 내용은 다르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로 3선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낙선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12·3 비상계엄 이후의 오락가락 기회주의적 행보, 한강버스를 비롯한 서울시의 숱한 행정 난맥상,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재지정 등 섣부른 부동산 정책, GTX 삼성역 부실시공에 대한 안이한 대응 등등…. 하지만 딱 하나만 꼽으라면, TBS 사태에서 드러난 그의 잔혹함과 비겁함을 꼽고 싶다.

시장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시민의 삶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행정은 숫자와 조례, 예산으로 움직이지만, 그 숫자들 뒤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루가 있다. 설령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이라고 해도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방식은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숫자의 뒤편에 흐르는 사람의 피와 땀을 보지 못하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TBS는 여전히 내란 상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섰으나,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지방정부는 그대로다. TBS 상황도 전혀 바뀐 게 없다. 직원들은 여전히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방송의 정상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김선환 기자(언론노조 TBS지부 공동비대위 부위원장)는 "윤석열의 무도한 계엄은 실패했으나 TBS는 여전히 내란 상태"라고 말했다. 광장의 촛불이 내란정권을 끌어내렸어도, 서울시청 6층 시장실의 빗장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사람의 밥줄을 끊는 자는 대개 자기 밥줄이 영원히 질길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더 잔인하고, 더 오만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 맡기는 것도 시민의 일이고, 거두어들이는 것도 시민의 일이다. 비정하고 오만한 리더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도시를 내부에서부터 황폐하게 만든다. 그런 사람에게 계속 서울시장 자리를 맡겨도 되는 것일까. 이제 오세훈 시장의 밥줄에 대해 시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22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나경원 의원과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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