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 시각)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에 서명했다. 법안에는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 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이 담겨 있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러시아 석유 기업의 미국 및 유럽 내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를 겨냥한 제재가 담겼다. 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한 제재도 추가됐다.
이와 함께 법안에는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려면 반드시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며, 의회가 표결을 통해 정부의 러시아 정책 변경을 저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를 의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대목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25일 하원에서 찬성 419명, 반대 3명의 압도적 표차로 법안이 가결된 이후 같은 달 27일 상원에서도 찬성 98표, 반대 2표로 법안이 통과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 상원 통과 6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법안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서명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법안이 상정됐을 때 이 법안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고 미국 기업들을 불리하게 하며 유럽연합의 동맹국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면서 "여전히 법안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은 행정부의 유연성을 제한함으로써 미국이 미국인들을 위한 좋은 협상을 하기 힘들게 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을 훨씬 더 가깝게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가의 통합을 위해 이 법안에 서명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제재들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도록 두 나라(미국-러시아)가 글로벌 이슈에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는 달리 러시아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이날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희망은 끝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제재 법안 통과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기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러시아 제재를 추진하려는 의회의 요구를 수용한 데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지난 7월 27일 핀란드를 방문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는 국제법적으로 완전한 불법이라며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에 대한 야비한 행동을 끝없이 참을 수는 없다"며 보복 대응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실제 지난 7월 30일 러시아 TV·라디오방송사(VGTRK)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000여 명의 미국 외교관 중 3분의 2가 넘는 755명의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교적 보복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에 대한 제재와 관련, 미국의 법안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 북한의 노동자 고용이나 원유 수출과 관련해 미국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원유 공급을 차단할 경우 북한 정권이 지금보다 더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북한 정권에 대한 일정한 통제력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기 부담스럽다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 실제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상대학교 박종철 교수는 지난 7월 14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산업 구조가 석탄 중심이고, 수력 발전도 확충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중국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0만 톤의 원유 공급 중단이 북한 체재를 흔들 만큼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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