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6일 인적쇄신 1차 대상자로 현재 당 대표 권한대행인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5선), 윤상현(5선), 장동혁(재선) 의원을 지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 온 혁신위 활동에 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사들이다.
윤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첫 인적쇄신안을 발표했다. '윤희숙 혁신위' 출범 1주일만이다. 윤 위원장은 네 인물을 콕 집어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 넣고 있다"며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거취 정리 유형에 관해서는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었다. 윤 위원장은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하는 건데 더 이상 구체적일 수 없다"며 의원직 사퇴, 총선 불출마 등 결단을 두루 압박했다.
인적쇄신 관련 발표를 미뤄오던 윤 위원장이 돌연 이 같은 구체적인 '청산 대상'을 담아 밝힌 배경에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어게인' 주축의 극우 단체 발대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의원이 이 행사를 주최했고 전한길 씨 등을 초대했는데, 송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내란당, 계엄당, 윤 어게인당으로 (당을)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인가"(안철수 의원)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장동혁 의원도 전날 전 씨를 불러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역시 윤 전 대통령 옹호와 부정선거론 주장이 이어졌다.
윤 위원장은 태극기 부대, 즉 극우 세력을 "당 안방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극악한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사과 필요성조차 비난하고, 혁신 자체를 깎아내리는 일은 "(혁신 대상) 0순위"라며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이 1차 인적쇄신 대상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그 자리에 갔던 의원들께 질문하고 싶다. 도대체 의원들께 계엄은 '계몽'인가. 아니면 아직도 추억인가"라며 "국민과 당원에게 계몽은 악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윤 위원장은 "현재의 관점에서 사과하지 않는 분들은 '반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와의 단절 노력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세력이 있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제대로 단절하라는 당원들의 여망을 배신하고 오히려 더 가깝게 붙으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그동안 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중진들이 혁신을 면피 수단으로만 삼으면서 실제로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계파로 무덤을 판 오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 107명에게 '계파 활동을 근절하고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담은 서약서를 제출하라고도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혁신안 설명 등을 위해 필요시 오는 20일 예정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책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혁신위 직으로 제가 얻을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며 "사퇴는 결단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혁신위원장이 반발 없는 안을 내놓으면 혁신이 아닐 것"이라며 쇄신안을 거둘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다.
앞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며 목소리를 낸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에 대한 쇄신 작업도 시사했다. 윤 위원장은 이번 발표에 '쌍권'이 빠진 이유를 묻자 "1차분"이라며 "뒤따라올 쇄신안이 또 있다. 언제 포함됐는지가 뭐 중요하겠나"라고 했다.
20일 의총 전 추가 인적쇄신안이 나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 앞서 혁신위원들과 별도의 합의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위원장의 견해"라며 "위원들에게는 취지만 간단히 말했다"고 전했다.

송언석 "모르고 갔다" 해명…윤상현·장동혁은 '확신형' 반발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거나 오해라고 적극 해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원내대표로서 우리 당 의원들 행사·세미나에 가서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고 축사하는 게 기본 일과이고 책무"라며 "윤상현 의원이 '자유와 공화 모임이 있다. 축하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자리에 갔는데 현장 가서 보니 분위기가 생각하던 세미나 분위기와 다소 달라서 당황스러웠다"고 자신은 행사 취지나 구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참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송 위원장은 "저는 축사가 길어지는 사이에 준비한 축사도 읽지 않고 바로 이석했다"며 "나중에 보니 전한길 강사도 참석을 했고, 추후 전해들으니 전 강사가 굉장히 오랜시간 부정선거 관련 사항 등을 얘기했다고 전해들었다. 이후에 윤 의원을 만나 '원내대표로서 늘 축사하러 다니고 의원들을 격려하지만 오늘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모임·행사를 계속하면 나는 다시 윤 의원이 주관하는 행사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송 위원장은 "오해가 생긴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우리 당은 이번 행사와 직접적으로 전혀 연관이 없고, 당 지도부가 대거 출동해 광장정치와 연계된다는 식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완전히 다르다. 당을 폄훼·음해하려는 시각에서 만들어진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상현·장동혁 의원은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발성 태도를 보였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위원장을 거명하며 "정말로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원회로 불러달라.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답하겠다"며 "저는 당을 위해 언제든 쓰러질 각오가 돼있다",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저는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극우세력과의 연계에 대한 당의 문책을 '희생'으로 표현한 셈이다.
장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윤 혁신위원장은 무작정 여기저기 다 절연하자고 한다"며 "국민의힘마저 절연하면 그 분들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그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극우세력을 오히려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장 의원은 "모든 국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국회의원이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마음 떠나간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더니 거취를 표명하라고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선거 때만 쓰고 버리는 것이 국민의힘의 혁신이라면 국민의힘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선거 때는 도와달라 사정하고, 선거 끝나면 내쫒고 소금뿌리는 것을 '혁신'으로 포장한다"고 역으로 혁신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