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제재법안 통과...트럼프, 딜레마에 빠지다

북한 원유 수입 봉쇄·해외 노동자 고용 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 담겨

미국 하원에서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대한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인사들과 러시아 간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과 관련된 제재도 이 법안에 포함돼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최종 서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원은 25일(현지 시각) 북한‧러시아‧이란 등 3개국에 대한 각각의 제재 법안을 하나로 묶은 소위 '패키지 법안'을 찬성 419명, 반대 3명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시켰다.

법안에는 북한이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 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이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으로 지난 5월 하원에서 의결된 바 있다. 하원은 이와 함께 러시아‧이란 제재 법안도 묶어 이번에 다시 한 번 법안을 통과시켰다.

향후 이 법안은 상원 표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법률로 확정된다. 미 의회는 상원 표결 절차를 빠르게 진행, 8월 의회 휴지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러시아 제재안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 등과 함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사건에 관한 새로운 제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경우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 기관의 분석 결과를 의심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법안에는 대통령이 현재의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려면 반드시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며, 의회가 표결을 통해 정부의 러시아 정책 변경을 저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러시아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까지 나서서 법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기만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이라면서 "대통령은 북한, 이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의 서명을 촉구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체 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미 의회는 대북 제재 법안이 추가된 것과 관계없이 8월 휴지기 전에 패키지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서 대통령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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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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