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장관 낙마에 당력 안 쓴다"…갑자기 왜?

정우택은 의총 열고 '보이콧' 시사…홍준표 vs. 친박 예고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대표는 4일 야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 "거기에 당력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날 임명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 인사 청문회 보고서가 아직 각 상임위에서 채택되지 않은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홍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곧바로 정우택 원내대표의 '신 부적격 3종 세트 임명 시 보이콧'이란 대여 기조를 깨는 발언을 한 셈이다.

홍준표, 친박에 선전 포고?

홍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을 만나 최근 여야 간 쟁점인 장관 후보자 임명 건과 추경, 정부조직법 처리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번번이 '강한 야당'을 홍 대표가 언급했던 만큼, 원내 현안에 대해서도 당 원내 지도부와 같은 강경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빗나갔다.

그는 장관 후보자가 "부적격자임에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것이 현행 제도"라며 "(반대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사람이 임명돼서 펼치는 정책은 우리가 동의할 수가 없다"며 "(여권에) 협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맡은 정부니 하겠다면 (장관 임명을) 하되,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위배되거나 국가 안보에 저해되는 짓은 우리가 당력을 통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런 발언은 인사청문회에서 '발목 잡기'를 하지 않되 정부 정책을 타깃으로 한 대정부 싸움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테면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에는 당력을 쏟아 반대하지는 않되, 김 장관이 보수 진영이 반대하는 전교조 법내 노조화를 추진하는 등의 정책 행보를 하면 이에 맞서는 싸움을 하겠다는 식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방침이 교착 정국의 출구가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에 '맞불'이라도 놓듯 이날 오후 긴급 의원 총회를 열고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사, 청문회를 포함한 모든 국회 운용을 어떻게 할지 여러분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하며 '보이콧' 방침 유지를 시사했다.

인사 청문회와 같은 당내 현안은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의 소관이어서 당내 논란도 예상된다. 특히 원외 당 대표로서 원내 장악력이 전임 대표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홍 대표가 원내 이슈 운용에 발언권을 높이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보는 당내 시각도 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당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미소 짓는 동안 정우택 원내대표의 표정은 굳어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원내 장악 행보에 친박 반발

홍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을 친정 체제로 구축하기 위한 주요 당직자 인사에도 착수한 상태여서 친박계를 향한 기선잡기로 보인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홍 대표는 "금요일(7일)까지 당내 모든 인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부 인사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강도 높은 당무 감사 등을 진행하고, 이로써 친박 인적 청산을 할 방침임도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홍 대표는 "당의 전면에 소위 핵심 친박은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홍 대표가 당선 직후부터 당 장악 행보를 보이자 친박계 일각에선 '원내에 왜 당대표가 간섭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 후보가 추 대표와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고 불과 1시간여 후 예정에 없던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회의에 홍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태흠 최고위원과 이철우 최고위원은 참석했으나, 이들은 현역 의원이므로 애초 참석 대상이다.

정 원내대표는 단상에 서서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만의 찬성으로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협치를 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문회를 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오늘 오전 통화를 해서 만약 김상곤 후보자가 임명되면 모든 국회 일정을 진행시키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고도 공개했다.

'김상곤 임명 대응 방향'을 안건으로 해서 소집된 의총이지만, 실상 원내 지도부는 이미 '국회 보이콧'을 결정했고 바른정당과 공조도 약속해 놓았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가 발언한 이후에는 인사 청문회가 열린 각 상임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소속 간사들이 한 명씩 나와, 문재인 정부가 후보자로 내세운 인물들에 대한 성토대회를 벌였다.

각 상임위 간사는 지원자 간 경쟁을 원내 지도부가 조율하고 종국에는 의원 총회 투표를 거쳐 결정된다. 원내지도부와 '합'을 마치는 주요 자리에 있는 셈으로, 현재 자유한국당 상임위 간사는 대체로 친박계다.

이날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행보는 앞으로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질 '홍준표 대 친박' 싸움을 예고편처럼 보여줬다는 평가다.

홍 대표가 원내 현안에도 이날처럼 계속 목소리를 내며 당 주도권을 쥐려할 경우 친박계의 반발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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