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미-이란…"전면전"·"몇 배로 대가" 강경 발언 속 물밑 '열흘 휴전안' 보도도

외신 "휴전안 전달에도 최소 며칠 보복 국면 전망"…후티 홍해 봉쇄 선언에 사우디발 원유 공급 비상

미국과 이란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물밑에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열흘 휴전 제안이 오간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상황은 더 급박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이 미국 병사들을 죽일 때마다 몇 배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 지시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 대니얼 케인 합참의장 및 모든 군 지휘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이란 공격으로 인해 요르단과 이라크에서 휴전 뒤 처음으로 미군이 숨지자 미국 쪽에선 "응징" 등 연일 강경 발언이 나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열흘째 이란 공습을 단행했다.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시간 20일 오후 4~9시(이란 테헤란 시간 20일 오후 11시30분~21일 오전 4시30분)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을 위해 이란 군사지휘소, 해상 역량, 미사일·무인기(드론) 발사기지, 방공 체계에 대한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란 지도부도 "전면전"을 언급하며 강경 발언을 내놨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관영 <IRNA> 통신을 보면 20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열린 사법부 최고회의에서 "현실은 오늘날 이란이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단지 미사일 전쟁"을 넘어 이란 경제와 일상생활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국익 수호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미군 시설에 재차 보복을 감행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보면 21일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내 바레인 알무하라크의 미군 방공 체계 및 레이더, 알리파의 미 패트리어트 방공 체계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또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미군기지의 MQ-9 무인기 격납고, 미군 장거리 레이더 기지, 통신소, 위성 수신 체계, 미사일 방어 레이더를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물밑에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목표로 한 열흘 휴전 제안을 포함한 중재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다. 20일 미 매체 <액시오스>는 카타르, 이집트, 파키스탄 및 역내 중재국들이 미국과 이란에 이러한 안을 제시했다고 이 노력에 대해 직접적 지식이 있는 두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새 휴전안은 전투를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로를 재개방하며 종전 양해각서(MOU)를 되살릴 여지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제안은 열흘 동안 양쪽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에 대한 장기적 협정을 논의하도록 하는데, 한 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한 가지 선택지는 이란에 해상 안전, 환경 보호 등에 대한 "합리적 서비스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수수료를 국제해사기구(IMO) 참여 아래 관리되는 공동기금으로 편입하는 안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양쪽 외교 당국자들도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IRNA>를 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주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미국과 긴장 완화를 목표로 중재국들로부터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고 확인하고 이란이 군사적 대응과 함께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취재진에 "미국은 언제나 외교적 해법에 열려 있고 이란과 여러 차례 시도해 왔으며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란)은 대화와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대응하는 건 그들이 행동"이라며 "그들의 행동이란, 오늘 밤을 포함해 선박을 향해 미사일과 무인가를 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액시오스>는 양쪽 모두 해당 중재안을 수용하진 않았고 미군 사망으로 인해 당분간 보복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한 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휴전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던 중 주말 요르단에서 미군이 사망하며 미국이 물러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미 고위 당국자는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양해각서 위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을 아직 끝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역내 소식통은 백악관이 요르단에서 미군 병사가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을 며칠 더 폭격한 뒤에야 휴전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거라고 내다봤다.

후티 홍해 봉쇄 선언으로 사우디발 원유 공급 비상…아시아에 더 큰 타격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홍해 봉쇄까지 선언하며 원유 공급망엔 비상이 걸렸다. <AP> 통신을 보면 20일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아 사리는 영상성명을 통해 지난주 예멘 사나 국제공항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눈에는 눈" 원칙에 따라 사우디에 대한 해상 통행 금지 조치를 즉시 발효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성명엔 구체적 내용이 없었지만 후티 언론국 나스루틴 아메르 부국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우디에 폐쇄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한 사우디와 반목해 온 후티 반군은 지난주 예멘 사나 국제공항에 대한 공습 배후가 사우디라고 주장하며 사우디 아브하 공항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예멘 정부가 해당 공습 주체를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있는 페르시아만과 홍해 양쪽을 끼고 있는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에 대응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대폭 늘려 시장에 숨통을 틔웠다. <로이터>를 보면 사우디는 이란 전쟁 뒤 일일 원유 수출량의 70% 이상을 홍해 얀부항으로 돌렸다. 얀부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물자는 북쪽으로 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아시아로 향하는 물자는 남쪽으로 향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이번 봉쇄는 아시아에 더 큰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통신은 해양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6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하루 740만배럴로, 전세계 원유 생산의 7%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일일 420만배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증가분 대부분이 사우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플러와 해운 분석 플랫폼 시그널오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얀부항을 통한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400만 배럴로, 한 해 전 97만3000배럴에 비해 급증했다.

후티 반군이 이란의 협상 영향력 강화를 위해 나선 건지 국내 요인을 우선시한 건지는 불분명하다. 지난주 이란 국영 매체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후티 반군을 통한 홍해 폐쇄를 협상패로 이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21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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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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