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른정당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께 드리는 글

[기고]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이 본 한국당 "집단 최면 사태"

한때 새누리당에 함께 몸담았던 현 자유한국당 의원님들의 모습이 하도 보기 딱하고 안타깝기에 이 글을 씁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인체에 비유하겠습니다.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꽤 흔했던 종기에 비유하겠습니다. 종기가 곪아서 점점 커져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저절로 터지든지 또는 수술로 째든지 해서 결국 그 안에 쌓여있던 고름이 몸 밖으로 나와야만 완치가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터지지 못하고 그냥 있으면 나쁜 균들이 증식하여 주위의 뼈, 근육, 나아가서는 다른 여러 장기에 침투하여 장기들이 망가지게 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심각한 후유증이 남거나 심한 경우 생명까지 잃게 됩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이와 비슷합니다. 자유한국당의 종기가 저절로 터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이게 터질 만 하면 그때마다 누군가 나타나서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로 덮어버림으로써 그 안의 고름이 배출되지 못하여 종기는 점점 더 커지고 굳어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작년 10월 최순실 사태가 국민께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 중심으로 반성과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분당이라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광야에서 찬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고군분투한 끝에 이제 새 지도부를 선출하였고 제2의 출발을 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고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 의원님들께 한 가지 더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모두 집단 최면에 걸려있다고 보입니다. 약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항생제와 진정, 진통제의 공통점은 자꾸 반복 노출되다 보면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점점 더 센 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생제를 계속 사용하면 나중에는 균에 내성에 생겨서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도 죽기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합니다. 진정, 진통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복 사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기면서 점차 더 강력한 진통제를 쓰게 되고 결국에는 마약중독자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제는 아무리 심한 막말이나 부끄러움에도 무감각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잘못된 일이나 부끄러운 일도 혼자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하면 감이 살아 있으나 백 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감각 세포가 기능을 잃어 아무 의식 없이 단체로 집단 최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세계역사에서 보아도 이런 현상은 여러 번 증명되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어떻게 전 세계가 놀라고 어떤 면에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평을 듣는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대형 정치파동을 겪고 그 태풍의 핵 또는 그 언저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한 몸 잘 보신해서 후일을 도모하자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집단 최면이라는 설명 말고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일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도 이를 질책하지 않는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잘못된 것을 보고 외면하는 것은 그 자체가 또 다른 큰 잘못입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 초대형 정치사건의 주범과 공범, 방조자, 엑스트라의 구별이 점차 모호해 지면서 107명이라는 대한민국 현역 국회의원들이 속절없이 빠져버린 무감각이 더욱 고착화되어가는 것 같아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오늘로 바른 정당이 창당한 지 꼭 160 일째입니다. 마치 몇 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지난 9개월 동안 우리 모두는 기존 정치권이 수십 년간 겪었던 일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상상을 초월한 일들을 목격하고 경악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눈부신 압축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경험하였듯이 이번 사태를 정치 발전, 사회의 투명성 향상, 부조리와 비리 척결, 등 대한민국 정치의 압축 성장을 이루는 중요한 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울러서 이참에 자유한국당 의원님들이 애초에 정치를 시작하게 된 초심으로 돌아가서 깊은 자성의 시간을 가지셔서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진정으로 우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서울 송파갑을 지역구로 하는 재선 의원이다. 새누리당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 현재는 바른정당에서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이다. 국회의원을 하기 전에는 소아심장과 전문의로서 울산의대 학장, 명예교수 등을 지냈다. (☞ 박인숙 의원 공식 누리집 바로 가기)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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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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