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친홍·친박의 동거, 한국당 쇄신은 가능할까?

최고위원에 이철우·김태흠·류여해·이재만·이재영

자유한국당 새 당 대표로 지난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3일 선출됐다.

대선 패배 후보이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내 '홍준표 대안론'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당의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10%안팎에 그치는 등 최대 위기에 봉착한 데 따른 표심으로 읽힌다.

극우적 사고 및 발언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홍준표 전 지사의 인지도를 앞세워 당의 존재감을 다시금 키우고 이로써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심이 모인 결과로 풀이된다.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홍 신임 대표는 경쟁자인 신상진, 원유철 후보를 누르고 압도적 표차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대상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5만1891표를 얻었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았던 원유철 후보는 1만8125표, 신상진 후보는 8914표를 얻는 데 그쳤다.

홍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쥘 것은 진작부터 예측되었으나, 선거 결과 예상치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를 보이면서 당의 권력구도는 빠른 속도로 홍 대표를 중심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만 떼어놓고 보면, 홍 대표는 절반 가량인 49.4%를 얻었으며 원 의원은 30%, 신 후보는 20.6%를 얻었다.

홍 신임 대표는 당 대표 선출 직후 소감에서 "당 대표를 맡기에 앞서 막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루고, 문민정부를 세운 이 당이 이렇게 몰락한 것은 저희들의 자만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자유한국당의 새 최고위원으로는 이철우(경북 김천·3선), 류여해(서울시 당협위 운영위원장), 김태흠(충남 보령.서천·재선), 이재만(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 후보가 최종 선출됐다. 청년 최고위원으로는 이재영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 가운데 이철우·류여해 최고위원은 홍준표 신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은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4인의 최고위원들은 계파를 불문하고 막말 또는 공천 파동 등으로 국민적 주목을 많이 받은 인물들이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이철우 최고위원은 지난달 19일 "다음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까지 안 갈 것도 같다"는 '탄핵 시사'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어진 합동 연설회 등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조국 찬가를 부르는 등 '전사'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며 극우 표심에 호소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19대 국회 때부터 친박계의 '입'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저격수이자 돌격대로 유명하다.

이재만 최고위원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이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공천 신청을 했으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이 지역을 '무공천' 처리하자 소송을 낸 일화가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당선은 무효라며 낸 이 '옥새 파동' 소송에서 대법원은 당의 무공천 결정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런 이 최고위원은 이날 선출된 후 "대구·경북 화이팅"을 외쳤다.

수도권과 청년층 민심이 점차 당에서 멀어지고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때, 당 전체를 대표하고 지도해야 할 최고위원으로서 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가 전부 거친 입담과 정치 행보로 논란을 사곤 했던 이들인 터라, 앞으로 제1 야당인 한국당의 대 문재인 정부 싸움이 더욱 거칠고 극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고위원 구성이 친홍·친박이 골고루 섞인 까닭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쥐기 위한 계파 싸움이 격화될 경우 연말로 예정된 신임 원내대표 선출 선거에서 대대적인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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