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죽은 현대중공업,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선정..."기업살인법 제정 필요"

현대중공업이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11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 14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앞서 2015년에도 이 기업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6일 광화문광장에서 '2017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캠페인단은 선정 배경을 두고 "현대중공업은 잦은 산재사망사고로 2016년 두 차례 특별근로감독을 받은바 있다"며 "하지만 4월 특별근로감독 이후에도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10월 특별근로감독 이후에도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노동자의 사망재해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6일 광화문광장에서 '2017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 막으려면 기업살인법 필요"

이들은 "이는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산재사망 관련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나 계도와 같은 방법으로는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산재사망 기업인 현대중공업 사례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노동자의 사망재해를 예방할 수 없고 중대재해기업처벌을 제정, 강력한 처벌을 통해 노동자의 산재사망을 예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6년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사고 중 7건(63%)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불법, 탈법적인 원·하청구조가 산재사망사건을 확산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하는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원청은 하청업체를 폐업하고 조합원만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산업재해사망사고 방지를 위해 기업의 처벌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며 "반복적인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에게도 "더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처벌강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살인법, 해외는?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산재사고 사망 만인률(사망자수의 1만 배를 전체 노동자 수로 나눈 값)은 0.68‰로 1위다. 이는 칠레, 터키, 멕시코보다도 높으며 영국의 11배, 일본보다 5배 높은 수치다. 이렇게 높은 사망 만인율의 원인을 두고 노동계는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실제 2013년 11월에 발생한 현대제철 가스누출 사고(5명 사망)에서 현대제철은 벌금 500만 원, 부사장은 징역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2012년 12월 발생한 한라건설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석정 36호) 침몰 사고(12명 사망)에서 한라건설 현장소장은 집행유예 2년을, 한라건설은 벌금 500만 원만을 부과받았다.

캠페인단은 "영국의 경우, 2008년에 제정된 기업살인법을 보면 매출액 대비 과징금을 부여하고 있다"며 "기업살인법 적용으로 기업은 1명의 노동자 사망사고 시 6억9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러한 기업살인법 적용 이후, 처벌 건수가 10여 건에 이르렀다"며 "그 결과, 영국의 산재사망사고는 감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안전관리 및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의 대표이사와 이사 등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 △사업장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거나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처벌하며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캠페인단은 “현행법상 기업을 독자적으로 처벌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데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특별 규정을 이 법에 마련해 놓았다”며 "이런 조치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11명의 노동자가 죽은 뒤, 여러 조치를 현장에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솜방망이 처벌 하에서는 외부에서 아무리 대안을 마련한다 해도 내부에서는 절대 적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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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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