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회자가 첫 공통 질문으로 '북한이 도발 수위를 올리고 미국이 군사적 타격을 가하려 한다면 후보들이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문재인 후보는 "먼저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일방적 타격은 안 된다고 말하고 선제공격을 보류시키겠다"며 "다음으로 전 군에 비상태세를 내리고 비상 체제로 국가를 운영하겠다. 북한에 핫라인으로 '선제 타격 빌미가 될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설득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최우선적으로 미국·중국 정상과 통화하겠다"며 "미 와튼스쿨 동문인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은 도발을 즉각 중지하라고 성명을 내고 아울러 안보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홍준표 후보도 "우선 미국 측과 협의해 선제 타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나, 그는 "선제 타격이 이뤄진다면 전국에 비상경계태세를 내리고 '국토 수복 작전'에 즉각 돌입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유승민 후보도 "선제 타격은 예방적 자위권 조치"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미 간 모든 군사적 준비를 다 한 다음에 선제 타격을 해야 하고, 군사적 대비 태세를 미리 충분히 갖춘 다음에 해야 한다"면서도 마지막에 "가능한 한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후보는 "대통령 특별 담화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미중 정상과 통화하고 필요하면 특사를 파견해 한반도 평화 원칙을 설득하겠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비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사드 찬반 열어두고 다음 정부로 넘겨야"
외교안보 현안으로 가장 주요하게 거론된 의제는 역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였다. 문재인 후보는 유승민 후보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고 물은 데 대해 "찬성과 반대, 배치와 배치 철회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 후보가 '처음에는 반대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졸속 결정이라고 했고, 충분한 내부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사드는 효용에 한계가 있는 방어용 무기 아니냐"며 "더 바람직한 것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다. 미국과 그 방안을 합의하고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중국과도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이에 대해 "경선 끝나고는 '북한이 핵 도발을 강행하면 사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6차 핵실험을 하면 찬성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5차 핵실험까지는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 찬성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보수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말을 바꾼 게 아니냐고 공격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의 유엔 인권 결의안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표시하는 문제를 '북한에 먼저 물어봤다'고 송민순 전 외교장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한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든 참석자들이 아니라고 한다. 회의록을 확인해 보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해 노골적인 색깔론 공세를 펴기도 했다. 홍 후보는 "집권 후 북한 먼저 가겠다는 말은 취소하는 것이냐"고 비꼬듯 물었고, 문 후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는 북한에 안 갈 것이냐"고 맞받았다.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주적'은 문재인 후보인데 왜 나를 공격하느냐"고 푸념한 데 대해, 문 후보가 "서민, 흙수저 후보인 것은 나와 같은데 왜 내가 주적이냐"고 되묻자 홍 후보는 "친북 좌파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유 후보나 홍 후보는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문 후보의 지적에 대해 "김대중 정부 때 북한에 불법으로 돈을 퍼줘서 그 돈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라는 지난 10년간 보수 세력의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안철수 "상황 바뀌면 대응도 당연히 바뀌어야"
"자강 안보"를 주장한 안철수 후보도 사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꾼 점을 지적받았다. 유승민 후보는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사드를 계속 반대해 왔다"고 했고, 심상정 후보도 "저와 같이 가장 강력히 반대했던 분이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서 충격이었다. 외교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바뀐 게 없고, 선거라는 것만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상황이 바뀌면 그에 대한 대응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에 유 후보는 "상황은 진작 바뀌었다. 지금까지 아무 말을 안 하다가 선거를 한 달 남기고 바뀐 것은 보수 표를 얻기 위한 정략 아니냐"고 재차 공격했고,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최근에 바뀐 게 아니라 올해 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미국도 사드를 이미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은 심한 문화적 경제적 보복을 하고, 북한도 더 많은 도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반박했다.
안 후보는 유 후보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고 질문한 데 대해서는 "대화를 병행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든다는 (햇볕정책의) 궁극적 목적에 동의한다"며 "모든 정책은 공과가 있다. 잘된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저는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유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 "사드가 한미 간 합의이기 때문에 존중한다고 했는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며 "나는 한일 위안부 합의도 100%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정부 간, 국가 간 합의다. 국가 간 합의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면 그것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냐"고 맹공을 폈다. 유 후보의 질문 취지는 "사드는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필요하기에 처음부터 찬성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한일 위안부 문제는 우리 정부가 존재하지 않을 때 피해를 받았는데 이제 정부가 있으니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작년에) 반대한 이유는 중국과 의사소통 과정을 거치는 등 외교적 절차를 밟지 않고 국익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심상정 "사드 반대는 나 하나뿐"…유승민 "사드 추가 배치해야"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사드 배치가 왜 대구에는 안 되고 성주에는 되나'라는 취지로 물은 데 대해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저는 사드 배치를 최소한 두세 개는 배치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얘기했다. 우리 세금으로 최소 2개 포대는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하자 유 후보는 "필요없다.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에 국방 예산으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재차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고 지적하자 유 후보는 "군이 부지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상정 후보는 "이 자리의 다섯 분 가운데 사드 반대는 사실상 저 하나인 것 같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 안보와 미래를 생각할 때 입장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제가 입장을 바꾸면 진실을 말할 사람이 없어진다. 사드로 북한 핵을 못 막는다는 것은 다 알지 않느냐. 사드가 만능이냐"고 유 후보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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