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2일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 '대한민국에 투자하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는 투자를 유치할 당근으로 '규제 완화'를 제시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규제 완화'는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는 아니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 운동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촛불 국면'에서 벗어나고 본격적인 본선에 돌입하면서 '중원 싸움'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첫 번째 메시지의 변화가 감지되는 쪽은 경제 분야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재벌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등 '개혁 이미지'를 강조했었다. 지난 1월 10일 문 후보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재벌 개혁" 의지를 다지며 "우선적으로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4대 재벌 개혁"…삼성·현대차·SK·LG 정조준)
3개월 뒤인 이날 문재인 후보는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 "규제 방향은 자율 규제와 최소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기업 경영에 불필요한 규제는 획기적으로 축소하겠다. 꼭 필요한 규제도 투명하게 운영하여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규제 완화' 기조로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어필한 것이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최근 들어 북핵 상황에 따라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난 11일 문 후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계속 핵을 고도화한다면 그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는 "사드 (배치)는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까지 했다.
문재인 후보는 2016년 2월까지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군사 전략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그 효용성이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사드 배치 논의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국제 공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외교 전략이고 대북 정책인지 도대체 한심한 일"이라고 맹비판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한반도, 6.25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
문재인 후보는 급기야 2016년 7월에는 '사드 배치 재검토'를 주장하며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선 경쟁이 본격화한 지난 3월에는 '전략적 모호성', '국회 비준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최근 들어서는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초강수…"사드 재검토, SOFA 개정 검토")
촛불 집회 국면이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를 쓰는 빈도도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이날 오전 경제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대기업 갑질을 '경제 적폐'라고 한 번 언급한 것 외에는 '공정', '정의' 등의 용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 전략 변화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적폐 청산을 위한 과제는 과제대로 정리하고, 촛불 민심을 수용하면서도, 중도로 외연 확장을 위한 통합 행보, 정책 행보를 이번 주 큰 흐름의 중점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선대위원장은 "기존 우리 당에 몸 담지 않은 분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해서 통합 행보를 가져가는 것이 새로운 시도이고, 둘째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겠다. 계급, 계층별 맞춤형 공약으로 가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중도적 인물 영입'과 '중도적 정책 경쟁'을 내세운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을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에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중원'을 향한 인재 영입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김광두 원장이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경제 정책을 통해 네거티브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우상호 선대위원장은 "재벌, 검찰, 언론 개혁 등 적폐 청산 과제들은 주요한 대선 공약"이라며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문재인 후보의 '개혁 의지'를 꺾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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