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특검 살리기' 회동에서 석달 묵은 감정 싸움

黃 특검 거부에 국민 "선총리 후탄핵 했어야"…민주 "남탓하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데 따라, 야4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황 대행에 대한 총리직 탄핵, 특검법 개정을 통한 특검 수사 기간 보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회동 분위기는 험악했다. 석 달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추진 국면에서 야권 내에 쌓였던 묵은 감정이 폭발하면서였다.

28일 오전 9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모든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다. 더불어민주당(121석)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39석)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 바른정당(32석) 정병국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6석)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였다. 이들이 대변하는 정당의 의석 수를 합치면 무려 198석으로 개헌 선에 육박한다.

회동 시작 때까지는 서로 악수와 덕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어서 각 당 대표들이 황 대행의 특검 수사 기간 연장 거부를 앞다투어 규탄하고, 국회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발언 중간에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간접 비판하면서부터였다. 박 대표는 "우리는 이런 것(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을 예상했기 때문에 '선(先)총리, 후(後)탄핵'을 요구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에서 '그러면 탄핵이 어렵다'(고 하고), 또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이것을 거부한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이런 거부한 분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참석자들의 낯빛이 일순 어두워졌다.

탄핵 정국 와중에 국민의당이 '탄핵 반대파'로 몰리거나, '선 총리 후 탄핵' 주장이 박근혜 정권과의 타협으로 매도된 것에 대한 억울함이 담긴 투였다. 박 대표는 또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외국에서 테러가 났는데도 국내의 비상사태에 준하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해 통과시켰는데, 민주당 출신 정세균 의장은 대통령이 유고인 이 상태를 비상사태로 보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게 비상사태인지 우리는 의장께 답변을 요구한다"고 정 의장까지 겨냥했다.

그러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박 대표를 면전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발언 순서가 박 대표 다음이었던 심 대표가 먼저 나섰다. 심 대표는 특검 연장법 마련과 황 대행 탄핵을 주장한 뒤 "조금 전 박지원 대표가 말씀한 부분에 대한 제 입장"이라며 "'선 총리'안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황 대행의) 직권남용 사태를 맞이했다는 점에 저는 견해가 다르다. '선 총리' 제안은 박 대통령 탄핵을 피하기 위한 타협안이었다. 광장에 모인 200만 국민의 뜻은 어떤 타협 없이 단호히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야당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 앞 순서에 이미 발언을 한 추 대표도 추가 발언 기회를 얻어 "저로서도 심 대표와 같은 견해"라며 "만약 총리 논란으로, 대통령이 총리에 어떤 권한을 이양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이 잿밥 놀음을 했다면 (정국을) 탄핵까지 끌고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대표는 또 "민주당은 당론으로 '2선 후퇴', '선 총리' 등의 제안을 물리치고 '대통령 즉각 퇴진과 탄핵'이라는 총의를 모은 바 있다"며 "당의 총의를 모으는 것은 의원 각자의 판단인 것으로, 특정 대선주자와 관련이 없다"고 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고 나서기도 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이 자리는 황 대행의 월권과 국민 배반 행위에 대해 황 총리의 탄핵까지 (의견을) 모아 보자는 자리"라며 "야4당이 '남 탓'보다는 철저한 공조를 통해 탄핵 때처럼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지원 대표가 다시 발끈했다. 박 대표는 거의 버럭 소리를 지르듯 "남 탓이 아니다! 자기 탓이다!"라고 말하고, 이어서 "저와 국민의당 '선 총리'(제안을) 했을 때 대안을 충분히 제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최순실-우병우 사단'의 인적 청산을 하고 탄핵을 추진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의 바른정당인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에 협력하지 않았으면 탄핵을 성공시킬 수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절차를 지키면서 질서 있는 퇴진, 박 대통령 탄핵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모 대통령 후보는 '혁명적 상황', '청소' 운운하면서 이것을 거절했기 때문에, 오늘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변명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문 전 대표를 재차 공격했다.

추 대표는 난감한 듯 웃음을 지었고, 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만약 '선 총리 후 탄핵'이 됐다고 하면 역사 교과서 문제가 이렇게 됐겠느냐", "'선 총리'를 했으면 탄핵이 안 됐다는 건 어불성설"등 자기 주장을 이어 나갔다.

어색한 모두발언은 심상정 대표가 "당이 다르기 때문에 견해차가 있다.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고, 오늘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음에도 특검 종료 국면에서 정치권이 어떻게 대안을 낼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모두발언은 이만했으면 하는데 어떠시냐"고 상황을 정리하면서 마무리됐다.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야4당 대표-원내대표 회동에서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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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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