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끝내 '태극기'만 바라봤다

공보실장 내세워 '박근혜 방패' 자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끝내 특검 기간 연장을 불승인함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하루 뒤인 28일 종료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및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재벌들의 뇌물 공여 의혹,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교육부와 이화여대의 입시비리 공모 의혹,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특검의 광범위한 수사 범위를 감안하면 1차 수사 기간 70일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특검 연장을 요구하는 여론이 70%에 달했고, 특검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을 뺀 정치권이 모두 수사 기간 연장을 촉구했음에도 황 권한대행은 끝내 눈을 감았다.

이로써 청와대 압수수색은 물론 특검의 대면조사까지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최 씨의 재산 형성 경위 및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대한 수사도 어려워졌다. 최순실 일가의 불법 재산 형성·은닉 의혹 수사도 결실을 보지 못한 상태다. 특검 연장 불발의 최대 수혜자는 기소가 미뤄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처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특검은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 최 씨 사이의 정경유착 수사를 매듭짓지 못한 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7일 구속된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20일)이 끝나기도 전에 특검의 활동 기간이 종료되는 셈이다.

삼성과 더불어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는 SK, CJ, 롯데 그룹 등에 대한 수사는 첫발도 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검은 앞서 여러 차례 "수사기간이 연장돼야 SK, CJ, 롯데 등에 대해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각각 111억 원, 45억 원을 각각 출연한 SK와 롯데는 최태원 회장 사면, 면세점 인허가라는 현안 해결을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덴마크 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유라 씨의 송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이화여대 입시 비리 및 삼성의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 의혹 등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 되지 못했다. 정 씨는 현지 구금 생활을 불사하면서까지 귀국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미진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및 개인비리 수사도 진척을 보지 못한 채 우 전 수석의 '친정' 검찰의 손에 넘겨야 할 처지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을 별도로 기소하지 않고 사건 일체를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까지 지내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판단이 빠른 황 권한대행이 특검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은 데에는 정치적 이유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불승인 사유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서는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하여 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정임을 자인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특검에 수사 결과를 토대로 엄정하게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으나, 황 권한대행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검찰이 향후 미진한 수사를 엄정하게 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 16일 특검으로부터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은 이후 11일 동안 "법에 따라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시간을 끌다 특검 수사 종료일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특검과 정치권의 추가 대응을 봉쇄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이자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로 주목 받는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지지층'을 고려한 정치 행보를 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황 권한대행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홍권희 총리실 공보실장을 내세워 짧은 입장문만 밝혔으며, 이조차 기자들의 질문은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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