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일자리특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대표 출마를 제안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 개혁이 필요하다. 거기에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많은 분을 만나 뵙고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고 답하며 부인하지 않았다.
이달 초 두 사람이 단독 회동을 가졌던 사실도 이날 추가로 확인됐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2월 초에 만난 것은 맞다"면서도 "(회동에서) 국민의당 당 대표 등 얘기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개헌 관련 말씀을 나눴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안 전 대표 본인은 아니고, 그 주변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국민의당 전대 출마를) 말한 적은 있다"며 "공식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매일경제>는 익명의 안 전 대표 측 관계자가 "우리 쪽 관계자가 손 전 대표를 만나 당 대표 출마를 요청했다"며 "손 전 대표 측에서는 '신당 창당을 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도 안 전 대표 측에서 "외연 확장 등 차원에서 손 전 대표 영입에 대해 대다수 의원들이 찬성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손 전 대표를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록 당 대변인은 이날 "전당대회나 대표(출마), 이런 것은 아니고 '빨리 우리 당으로 들어오시라'는 이야기였을 뿐"이라며 "그런(대표 출마) 제안을 실무자가 할 수 있느냐?"고 부인했다. 그는 설사 안 전 대표 측 인사가 그런 제안을 했다 해도 "한참 전 이야기"였을 것이라며 "(그 때는)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개헌에 소극적인 입장이었으나, 13일 오전에는 "우선 개헌은 필요하다.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 측에서는 국민의당 전당대회 출마에는 선을 긋고 있다. 손 전 대표가 따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손 전 대표는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정치 단체 창립을 선언하고 발기인을 모집 중이다.
국민의당 유력 당권 주자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 당 대표 영입설'에 대해 "손 전 대표는 당 대표는 안 할 것"이라며 "(손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한 국민의당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1.15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손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도, 향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날 손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주한 공보특보는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내어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손 전 대표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새누리당 영입설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손 전 대표가 별도 창당을 추진하는 것과 연관지어 보면, 우선 기성 정치권 밖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을 구축하고, 이후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과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손 전 대표 측에서는 이날 '국민의당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향후 안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는 연대 대상으로 본다. 안 전 대표의 메시지를 보면, 기득권·패권주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나, 개헌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 점 등 여러 같은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손 전 대표 본인도 19일 부산시의회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개인의 지지세는 많이 빠졌지만, 기득권 세력과 패권 세력에 대한 국민 저항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희망과 요구를 담은 '안철수 현상'은 아직 유효하다. 3~4년 전 유행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커지고 있으며 그것이 촛불 민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