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이어…'영화발전기금 지원 제한' 논란

"작년에 '불법시위 단체, 보조금 제한' 규정 신설…표현의 자유 억압"

박근혜 정부의 '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국가 기금인 영화발전기금 운용 규정에 '불법 시위 주도 단체는 지원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지난해 신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영화발전기금 보조금 관리규정이 개정되면서 '불법 시위를 주최 또는 주도한 단체의 경우는 보조금의 지원을 제한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영화발전기금을 운용하는 주체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작년 10월 29일 14차 정기회의에서 '영화발전기금 보조금 관리규정'을 개정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새로이 삽입했다.

전 의원은 "보조금·지원금을 빌미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정을 명문화해 운영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소관·유관기관 중 영진위가 유일하다"며 "어느 단체보다 영화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야할 영진위가 오히려 영화인들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번 규정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영진위를 운영하는 임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진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4조에 근거를 두고 설치된 문화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으로, 위원장과 위원은 문화부 장관이 임명한다. 영화발전기금은 같은 법률 23조에 따라 문화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영진위가 관리·운용하는 기금이며, 정부 출연금과 기부금, 영화관 입장료에 포함된 부과금 등으로 조성됐다.

앞서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영진위는 '제13회 인권영화제'와 '인디 포럼 2009', '서울국제노동영화제', '2009 전북독립영화제 등에 대한 지원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역시 당시 기획재정부 기금운영계획지침 가운데 '불법 집회 참여 단체에 대한 지원 제한' 항목에 따른 것으로, 인권영화제에 참여한 인권운동사랑방 등의 단체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게 지원을 거부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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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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