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국회도 무시했다

[뉴스메이커] 국정감사 지적사항 무시한 채 파행 일삼아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가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결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2009년 국정감사의 지적사항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프레시안이 단독으로 입수한 2009년 문방위의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지정위탁방식으로 운영되는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는 것의 타당성 여부에 대하여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내용이 시정 및 처리요구 사항에 포함돼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공모사업 선정 시, 감사원 감사대상 단체 및 촛불시위 참여 단체에 대하여 심사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은 문제이므로 특정 단체를 배제하여 기금지원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 역시 영진위에 지적되어 최종 결과보고서에 시정 요구 사항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은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의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중 감사내용을 다룬 54페이지는 물론, 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을 103쪽에 기재된 사항으로, 영진위는 위의 두 사항을 포함해 총 6건의 시정 및 처리요구를 받았다. 지난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열린 감사기간 중 영진위는 10월 16일 조희문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감사를 받았다.

영진위는 작년 단체지원 사업에서 인권영화제와 노동영화제, 인디포럼 등 특정 단체들에 대해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 외에 별다른 근거 없이 단체지원 대상에서 탈락시킨 바 있다. 인디포럼과 인권영화제가 영진위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이 단체들은 '지원보류'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 관계자는 해당 단체들에게 지원보류된 단체의 경우 재심을 통해 결정이 바뀔 수 있다고 하였으나, 영진위는 차일피일 재심을 미루다 지난 12월 24일 최종심사를 통해 이들 단체들이 지원대상에서 탈락했음을 최종 확정지었다. 이에 인권영화제와 인디포럼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연대와 함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 촛불 단체 배제로 소송에 휘말린 영화진흥위원회)

또한 영진위는 '2008년 국정감사 결과 특정단체에 지원이 편중되지 않도록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내세우며 지정위탁 사업들에 대한 공모제 전환을 강행해왔다. 지난 11월과 1월에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사업자 공모를 한 뒤 25일 선정된 사업자를 발표했으며, 시네마테크에 대해서도 공모제를 시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의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6일에도 영진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 입장을 고수하며 오는 설연휴를 전후로 시네마테크 사업자 공모에 대한 공지를 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진위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영화계 안팎에서 거센 저항을 잇따랐으나 영진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사업을 강행해왔다. 그러나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라 영진위가 영화계 안팎의 여론은 물론 심지어 국회의 감사 지적사항마저 무시한 채 제멋대로 독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진위를 둘러싼 파문과 논란이 앞으로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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