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싸이의 공간을 더럽히는 쓰레기인가"

[포럼] 자본의 논리로 사라지는 공간, 어떻게 봐야 하나

건축기획자 박성태 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대해 문화인류학, 사회학, 그리고 건축학 분야 등에서 지속해서 연구해오던 지역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살기도 하지만 가난한 이도 사는 지역, 한국만이 아닌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 문화‧예술인이 모여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든 지역…. 이곳이 한남동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지역이 자본화되면서부터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한남동으로 몰리자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남동에서 '차이'를 만들던 이들이 쫓겨나고 그 빈 공간을 대형 자본이 채우기 시작했다. 가수 싸이가 건물주인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 관련기사 : "'문화대통령' 싸이가 쫓아낼 줄은…")

이렇게 자본의 효율성 논리로 '차이'를 만드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마침 지난 11일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지키기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이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에서 '한남포럼'이 열렸다.

'한남포럼'은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한남동이라는 '장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그 첫 번째 자리로 '환대의 공간 그리고 여정'이라는 주제로 건축가, 예술가, 도시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 오래된 가게의 운영자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남포럼'은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한남동이라는 '장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준비됐다. 발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권준호 씨. ⓒ프레시안(허환주)

"부동산을 소유했다고 다 가지려 하나"

건축가 함성호 씨는 '소유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도 결국 모든 것을 가지려 하는 '소유권'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땅에 건물을 지었다. 그 뒤 그는 건물 관련,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건물만 지은 것뿐이다. 이후 건물 세입자가 들어와 상권을 만들고 건물 가치가 상승했다. 그런데 부동산 소유주는 세입자가 만든 상권 등 건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가지려 한다. 건물을 소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런데 법은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이것이 소유권의 문제다."

그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을 부동산 소유자만 독점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세입자와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야 부동산 소유자에게 있지만 그 건물에서 파생되는 상권이나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소유권은 부동산 세입자가 소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한 발 더 나가 건물 세입자만이 아니라 건물을 이용했던, 즉 건물 내 입주한 카페 등을 이용했던 손님들도 소유권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이 이용하는 공간은 대중에게도 소유 지분이 있다는 것.

그는 "콘크리트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가지려는 것은 부동산 천민자본주의"라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더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싸이의 공간을 더럽히는 쓰레기인가"

문화인류학자 김현경 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부동산 소유자의 소유권이 시민권을 침해할 경우,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유권은 신성한 권리가 아니다. 소유권을 두고 사람들은 물건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소유권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다. 어떤 사람이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소유권은 결국, 권력관계라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사람의 소유권이 지나쳐 공적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시민권이 침해됐다면 시민권으로 소유권은 제한할 수 있다."

그는 백화점 등을 예로 들면서 "백화점 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특정 인물을 나가라고 할 수 없다"며 "또한, 도시공간을 이루는 많은 공간, 즉 카페, 도서관 등도 마찬가지다. 공공성을 갖는 공간은 소유권자가 함부로 나가라 마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간은 가수 싸이의 공간"이라며 "만약 싸이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우리더러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어디에서 이런 포럼을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소유권만 강조하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공간을 오염시키는 쓰레기 같은 존재가 된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민권으로 소유권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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