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통령' 싸이가 쫓아낼 줄은…"

[현장] 내쫓길 위기 닥친 문화공동체 공간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씨는 현대미술가다. 건축가, 디자이너 등 문화예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한 달 가까이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살다시피 한다. 언제 법원 집행관이 용역 직원을 이끌고 자기 카페로 '쳐들어' 올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앞서 강제집행을 당할 뻔한 그다. 112에 신고해 겨우 사태는 진정됐으나, 그때 이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최 씨다. 그는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2003년 미국에서 국제레지던시를 마치고 귀국한 최소연 씨는 기존과는 다른 미술관을 고민했다. 예술작품이라는 게 전시관, 미술관 등에 갇혀 있으면서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예술가와 대중이 쉽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했다.

그런 고민 끝에 만든 게 ‘테이크아웃드로잉(Takeout Drawing)’이었다. '가볍게 들고나와 즐길 수 있는 커피처럼,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고, 문턱이 낮은 문화공간'을 계획했다. 테이크아웃 드로잉은 2개월에 한 번씩 새로 전시되는 현대미술을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최 씨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카페를 장만했고 그 공간을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예술가, 그리고 예술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 전경. ⓒ테이크아웃드로잉

가게 문 연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재건축 통보

2010년에는 한남동에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열었다. 앞서 성북동과 동숭동에 가게를 열었지만, 계약만료와 동시에 건물주에게 쫓겨났다. 한남동에 가게를 열 때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또다시 쫓겨날 순 없었다. 기껏 지역주민과 예술가 간 소통이 이뤄질 즈음이면 계약 만료가 돼 쫓겨나야 했다. 그간 고생이 물거품 되기 일쑤였다.

10년~15년은 운영할 수 있는 가게가 필요했다. 여러 수소문 끝에 15년 동안 운영해온 고깃집을 발견했다. 당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권리금 6500만 원에 가게를 양도받았다. 건물주는 일본인이었다. 임차인이 원할 때까지 월세를 처음 조건으로 그대로 유지해주겠다고 했다. 계약 특약 조건으로 임차인이 원할 시, 매년 계약이 연장 가능하다는 조항도 넣었다.

계약 후 큰 비용을 들여 건물 전체 내‧외관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건물을 미술관처럼 꾸몄다. 그해 6월, 가게 문을 열었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카페였기에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늘었다.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건물주는 가게 문을 연지 6개월도 안 돼 다른 이에게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건물을 팔았다.

계약은 그대로 승계됐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재건축한다는 이유로 새 건물주는 최 씨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한 것. 하지만 나갈 수 없었다. 그간 쏟아 부은 인테리어비용은 물론, 권리금도 한 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지금의 공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정하는 게 나을 거라며 조정안을 제시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재건축할 경우, 임대차보호법에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최 씨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가게를 비운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2011년 12월 말의 일이다.

▲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 이전 고깃집(왼쪽)과 이후 리모델링 후 만들어진 테이크아웃드로잉 건물 전경. ⓒ테이크아웃드로잉

집기 철거했어도 다시 가게 문 여니 이번엔…

그렇게 합의조정이 있은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또다시 건물주가 바뀌었다. 다름 아닌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건물을 매입한 것. 싸이 측은 곧바로 이전 건물주와 합의한 합의조정일, 즉 2013년 12월까지 건물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최 씨 입장에서는 가게를 비워줄 수 없었다. 전 건물주가 재건축하겠다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조정에 응했던 최 씨였다. 알려진 바로 싸이 측은 건물을 재건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입자(대형프랜차이즈)에게 임차하려 했다. 그렇게 될 경우, 기존 조정은 승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버티던 올해 3월, 문제가 발생했다. 싸이 측이 '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싸이 측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명도단행가처분은 명도소송을 할 경우, 기본적으로 몇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에 최대한 빨리 명도 결과를 얻어야 할 경우 진행하는 제도다.

그런 재판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던 최 씨는 황당했다. 알고 보니 싸이 측에서는 재판 관련, 공문을 최 씨 주민등록초본 주소로 보냈다. 최 씨 가게로 보내도 되는 것을 굳이 다른 곳으로 보낸 것이다. 최 씨는 자신을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일종의 '꼼수'라고 판단했다.

이후 법원 집행관이 용역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찾아왔다. 명도단행가처분이 떨어졌다며 가게 집기 등을 철거했다. 수도, 전기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에어컨, 커피머신 등도 드러냈다. 그러고는 가게 앞에 6m 높이 펜스를 설치했다.

법원이 "임차인이 알지 못한 채 진행된 가처분의 결과대로 집행할 수 없다"며 최 씨가 싸이 측을 상대로 낸 명도단행가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최 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집행관과 용역 직원이 물러났다지만 가게는 이미 망가진 후였다.

그래도 다시 가게를 열었다. 용역 직원이 가져간 가게 집기들을 물류창고에서 가져오고, 고장 난 기계 등을 고치는데 꼬박 1주일이 걸렸다.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졌으니 더는 집행관이 오지 않겠거니 싶었다.

▲ 강제집행을 위해 카페를 찾아온 용역 직원. 용역 직원들은 집기를 들어낸 이후, 3미터 높이 펜스를 설치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언제쯤 마음 편히 잘 수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예측이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임차인이라는 사람이 용역 직원들과 가게를 찾아왔다. 계약서를 보이며 최 씨더러 나가라고 통보했다. 임차인이 제시한 계약서는 보증금도 월세도 전혀 적혀 있지 않은 '두 달짜리' 계약서였다. 최 씨는 싸이 측 대리인이 자기를 쫓아내기 위해 ‘유령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했다.

나가라고 통보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한 후에야 사태는 진정됐고 새로운 임차인도 물러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안한 최 씨다. 더구나 4월 10일 법원은 또 다시 최 씨 가게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명도단행 가처분을 내려줬다. 언제 또다시 집행관이 용역들과 가게로 올지 모를 일이다.

최소연 씨는 "싸이 측에서는 명도단행 가처분 결정을 두고 마치 명도소송이 끝났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며 "이때문에 싸이 측과의 명도 소송 관련 첫 변론기일은 5월 7일로 잡혀 있음에도 많은 이가 소송은 끝난 게 아니냐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마치 법으로 마무리 됐음에도 자신이 '버티기'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는 것.

최소연 씨는 "현재 운영 중인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오랜 고민 끝에 만든 문화공간"이라며 "문화대통령이라 자처하는, 일반인도 아닌 국민가수라는 사람이 문화공간은 무조건 싫다, 프렌차이즈 카페를 들이겠으니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언제쯤 최 씨는 집으로 돌아가 마음 편히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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