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지금보다 10배 많은 10조 요구…무역 협상위한 압박 전술?

"한국에 우리가 사실상 무료로, 거의 아무 대가 없이 군사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한국 많은 돈 벌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면서 10조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위비에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무역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술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매우 불공정하다. 우리는 많은 성공한 국가들의 군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매우 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 나라의 군사 방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의 첫 번째 임기 재임 중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 합의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우리가 사실상 무료로, 거의 아무 대가 없이 군사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며 한국이 연간 100억 달러(한화 약 10조 3000억 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가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얻어냈지만, 그 다음 해엔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찬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바이든 정부에서도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미 대선이 열리기 약 한 달 전인 10월 4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보다 8.3% 증가한 1조 5192억 원으로 결정하는 제 12차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축소 및 전략적 유연성 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지난 5월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제이미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5월 15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한국에서 '태세'는 순환 배치와 합동 훈련을 통해 즉각 대응이 가능한 연합 전투 전력을 의미한다"며 "제가 하루 동안 왕이 된다면, 저는 한반도에 미 기동 부대를 다시 배치할 것이다. 훈련하기에 이 지역만큼 더 좋은 지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 기동 부대를 한국에 주둔시키고 싶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6년 당시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제1차 한미전략대화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필요성을 존중"하기로 합의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지역 투입'에 대한 미국 측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주한미군이 병력도 축소하고 북한만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동군'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한국을 기지처럼 활용하는 것이라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10배를 밀어붙일 경우 한국 내 여론 뿐만 아니라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향후 방위비 협상을 두고 한미 간 적잖은 이견이 노출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관세를 골자로 하는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에게 "무역과는 무관한 사안 중 하나이지만, 타당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논의의 일부로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시킬 것"이라면서 "모든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좋다"고 말해 방위비 문제와 무역 협상을 연계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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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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