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수입한 데이지 엔터테인먼트는 헐리웃 직배사도, 굴지의 대형 수입사도 아닌 중간 규모의 수입사이자, 중급 배급사인 신어지 엔터테인먼트를 자사로 거느리고 있는 회사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모범시민>이나 <트랜스포터 3>, <한니발 라이징> 같은 히트작은 물론, <렛 미 인>과 <레저베이션 로드>,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선샤인 클리닝>, <추적>, <더 폴>처럼 작지만 의미있는 영화들을 대거 수입한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오감도>와 <애자> 같은 한국영화를 제작투자해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2005년 창립해 첫 영화 <스윙 걸즈>를 선보인 후 지금까지, 이토록 작고 특별한 영화들과 대작들을 오가며 수입해 개봉하면서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는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김원국 대표의 비결과 영화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 ▲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김원국 대표 |
호기롭게 "제 비결은 이렇습니다"라고 말문을 뗄 때만 해도, 그만의 특별한 비결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이렇다. "어떤 영화든 예상되는 관객 숫자가 있으니 만큼, 그에 따라 철저히 비용을 계산해 예산을 책정한 뒤 절대로 그 예산을 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어떤 영화든 비용을 많이 쓰지 않으며 영화마다 다만 얼마가 됐든 수익을 남기는 쪽으로 예산을 집행한다는 얘기다. 총매출보다 적은 비용을 쓴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론적인 원칙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패하는 이 원론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아무리 하고 싶은 영화라도 비용이 안 되면 안 하는 거죠. 욕심을 안 내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한다는 건 어쩐지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로만 들린다. 더욱이, 이 회사는 아무도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들을 연달아 선보인 회사다. 과연 <렛 미 인>에 12만 명이나 되는 관객이 몰릴 거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렛 미 인>이 그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우리도 몰랐죠. 우리 직원들이 보고 너무 좋다고 했는데, 워낙 작은 영화라 싸게 주고 샀어요. 수입해 놓고 보니 영화제들에서 그렇게 틀고 싶다며 연락이 오더군요. 저도 처음엔 영화가 뭐 이런가 했어요. 영화가 시작한지 30분이 되도록 눈만 나오고, 애들 둘만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영화구나 싶었죠."
사실 김원국 대표가 수입한 영화들 중 손해를 본 영화는 올해 단 두 편이다. 에이드리언 라인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바이스가 주연을 맡았던 <블룸형제 사기단>과 프랑스 산악스릴러 <하이 레인>이다. 하지만 이 영화들 역시 그렇게 크게 손해를 본 건 아니란다. 가만, 이 회사가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는 이런 영화들뿐 아니라 <굿바이 그레이스>,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보이 A> 같은 영화들도 있다. 그 전엔 <추적>, <미스트>, <푸치니 초급과정> 같은 영화들도 있었다. 이 영화들 모두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다 수익을 남긴 영화들이에요. 그게 저희가 지향하는 거니까요. 어떤 영화든 재미있는 영화를 선보이고 다만 얼마라도 반드시 수익을 남기도록 개봉 진행을 하는 거죠. <미스트>만 해도 극장에서도 잘 됐고 수입가도 별로 비싸지 않게 샀거든요. 그 영화도 워낙 강력하고 좋잖아요." 그렇다면 김원국 대표가 지향하는 특별한 영화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에이, 그런 거 없어요. 전 무조건 재밌는 영화, 수익을 남기는 영화를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무 엇보다도 이 회사가 수입한 영화들의 면면이 '무조건 돈 되는 영화'라는 말을 반박해주고 있지 않은가. 재차 집요한 질문을 던져도 김원국 대표는 허허 웃으며 이런 말만 반복한다. 인터뷰가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김원국 대표의 본심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어릴 적 읽었던 책, 혹은 봤던 영화들에서 무수한 감동과 영화를 받지 않습니까. 어떤 영화라도 한 사람의 인생에 소중한 무언가를 주는 법이죠. 전 제가 소개하는 영화가 다른 관객들에게 그런 걸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돈도 벌면 더 좋고." <나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뮤지컬이에요. 스토리에 춤과 노래가 있고, 이걸 굉장한 비주얼로 보여주는 영화죠. 관객들이 저마다 이런 비주얼을 즐기고 집에 돌아가면서 '아, 내 가족한테 잘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돌아갈 수 있으면 더욱 좋겠죠."
| ▲ 나인 |
사실 데이지 엔터테인먼트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작품들을 수입하고 선보일 수 있었던 건, 이 회사가 나름 탄탄하고 안정적인 자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편 벌어서 비용대고 이게 성공하면 또 한 편 수입하고, 이런 경우가 많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요. 워낙 이전 실적이 좋아 해외영화 수입 펀드를 만들 수 있었고, 이 펀드를 모태삼아 계속 작은 영화든 큰 영화든 수입해 수익을 내고, 계속 그렇게 영화들을 선보이는 거죠."
많은 외화수입사들이 종국에는 한국영화 제작에도 손을 대고, 그러다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데이지 엔터테인먼트에도 그런 야망이 있을까? "사실 아직 한국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하긴 어렵죠. <오감도>나 <애자> 모두 메인투자자이기는 하지만 제작사에서 이미 잘 개발해놓은 영화를 나중에 껴안은 셈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데이지 역시 <오감도>와 <애자>에 메인투자를 했던 경험을 살려 본격적으로 제작에 뛰어들 욕심을 내고 있다. 현재 데이지에서 개발되고 있는 작품은 네 편. 그 중엔 감독이 이미 정해진 영화도 있고 아직 시나리오 개발 중인 영화도 있다.
<애자>의 경우는 시나리오만으로 투자를 하기엔 고민이 많았을 법하다. 그러나 김원국 대표의 대답은 명확했다.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었어요. 게다가 <집으로>나 <가족>이 그랬듯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관객들이 좋아하니까요." 그간 영화사업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안정적인 자본 및 배급력, 그리고 정확한 시장 예측과 분석력이 데이지의 무기인 것일까. 그렇다면 그런 작품들을 판별하는 데에 갈등이나 고민이 있을 때, 혹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 그가 돌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조건 우리 직원들과 상의합니다. 제가 욕심을 내다가도 우리 직원들이 아니라고 했던 작품들은, 나중에 보면 정말 아닌 경우가 많아요. 워낙 영화를 좋아하고 실력도 출중한 친구들로 팀이 짜여졌어요. 이 친구들이 충실하게 시나리오 검토를 하면서 토론을 벌이고 검토를 하죠. 우리 직원들과 상의를 하지 누구랑 상의하겠어요." 영화업계의 수많은 '선배'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장점은 장점대로 모두 배우려고 하지만, 정작 어려운 고민에 빠졌을 때의 결단은 결국 회사의 직원들과 함께 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영화들을 선보이면서도 실패하지 않는 데이지의 진짜 비결이 아닐까 싶다. 열정 없는 실력은 차갑고, 실력 없는 열정은 난감하기 마련이다.
| ▲ 나인 |
<나인>을 계기로, 데이지 엔터테인먼트는 한 걸음 성큼 앞으로 더 나아갈 계획이다. 비록 김원국 대표는 "<나인>은 그저 우리 이렇게 잘 달려왔고, 이런 영화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영화인 셈이죠."라고 소박하게 대답하지만, 데이지가 내년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들의 면면이 매우 화려하다. 먼저 존 큐잭과 와나타베 켄, 공리가 주연을 맡은 글로벌 프로젝트 <샹하이>와, 사상가보다 전략가로서 공자의 면면을 영화에 담은 대작 <공자>를 내년 개봉할 계획이다. 레이첼 바이즈가 주연을 맡은 아메나바르 알레한드로 감독의 블록버스터 대작 <아고라>도 수입해놓은 상태. 물론 이런 대작들뿐 아니라, 그가 원래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들을 비롯해 여전히 작고 아기자기하며 작품성 높은 영화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대기업이 극장까지 소유한 실질적인 수직적 독점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 한국 영화시장에서, 수많은 작거나 중급의 영화사들이 명멸하는 시기다. 이제는 대작에만 관객들이 몰리는 극과 극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데이지를 비롯한 중급 규모의 회사들의 활약은 한국 영화계에 있어 반갑고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데이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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