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록의 춤꾼들이 돌아왔다, 2009 대한민국무용대상 '명작초청공연'

[공연리뷰&프리뷰] 명작,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낫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했다. 춤을 배우는 제자들은 백번 말로 배우는 것보다 스승의 춤을 한번 봄으로써 더욱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7일 있었던 <명작 초청 공연>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09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식전 행사로 무용계의 대가들이 많은 후학들의 앞에서 몸소 춤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심사위원회가 직접 선정한 무용가와 작품들이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섰다. 원로 무용가인 김복희, 국수호, 이정희, 배정혜가 영광의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각자 최고의 자리에서 후배 무용가들을 양성하고 있던 무용가들이 실로 오랜만에 직접 무대에 나섰다.

▲ ⓒNewstage

장내가 가득차자 사회자가 등장했다. 웬만해서는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인지라 각 무용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첫 무대는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복희의 <삶꽃 바람꽃 III-신부(新婦)>였다. 서정주 시인의 '신부'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은 혼인 첫날 밤 작은 오해로 신랑에게 버림받은 신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롱불빛이 흔들거리는 창호지 뒤로 각시탈을 쓴 신부는 혼인의 설레임을 수줍은 춤사위로 표현한다. 그러나 바지자락이 문틈에 낀지도 모르고 신부를 오해한 신랑은 매정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버림받은 신부는 바스락거리는 한복을 벗어던지고 한이 서린 춤을 춘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 잿빛 의상, 흔들리는 조명이 한 여인의 억울한 삶과 한을 보여준다. 돌아온 신랑의 손이 그녀에게 닿자마자 한줌의 재가 되듯, 스르르 스러지는 여인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졌다.

디딤무용단 국수호 단장의 <신무Ⅱ>는 1400년 전 백제에서 일본에 전해진 기악무(伎樂舞) 형식의 춤을 재구성한 것으로, 춤의 신을 다스리는 독무이다. 현금(玄琴)과 적(笛)에 맞추어 위엄 있게 등장한 그는 보랏빛 의복을 차려입었고 한 손에는 부채가 들려있다. 분명 홀로 선 무대임에도 국수호 특유의 장엄한 분위기와 기품 있는 춤사위가 도드라졌다. 뒤로 돌아선 그의 뒤태와 어깨놀림에서는 신을 모시는 의관으로서의 위엄이 돋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관장하고 있는 듯 여유로우면서도 강한 흐름이 느껴지는 호흡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푸름무용단의 예술감독이자 이정희 춤 치유예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는 <검은 영혼의 노래1>을 선보였다. 유일하게 무음으로 진행된 작품은 무대 뒤편에서 내려오는 조명 한줄기에 의지하여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했다. 어둠과 빛 죽음과 삶, 내면과 외형, 밖과 안, 흑과 백 등 각각 대조되는 개념들이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에 대한 성찰이 돋보였다. 하얗게 칠한 얼굴과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활용하여 제한된 공간과 움직임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메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무대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인 배정혜의 <혼령>이었다. 현대 한국무용 무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무속춤이 펼쳐졌다. <혼령>은 1969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던 작품으로, 현존하는 무속의 형식을 벗어나 고대의 원초적 무속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마치 서낭굿에서 봄직한 그녀의 춤은 신명 그 이상의 경지를 가늠하게 했다. 혼령과의 접신을 통해 신기어린 춤사위를 보여주었고 항아리 속 붉은 빛 조명을 활용하여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고대 샤머니즘에서 유래된 무속춤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전통을 보존하고 새롭게 해석한 묘미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춤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관록으로 다져진 춤의 명인들은 당당하게 후학들 앞에 춤을 드러냈다. 자신의 춤 세계를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를 매질했을 수많은 시간들이 짧은 몇 분의 공연을 통해 모두 전해질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은 그 한 자락을 들여다봄으로써 가히 명작이란 무엇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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