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지지율' 트럼프에 발목 잡힐라…접전지 공화당 후보들 '거리두기'

경합지 후보 3분의 2가 연관 기피…트럼프 "LA 파괴 놔두라" 발언 반복하며 해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간선거 접전지 공화당 후보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공개 발언, 선거운동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다음달 3일 치러질 미 중간선거 상·하원 격전지 공화당 후보 62명 중 41명이 다른 의견 개진, 사진 삭제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역구 선거와 연관되길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후보들이 트럼프 정부의 전반적 기조를 비판하기보단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개별 정책에서 차별점을 부각하려 애썼다. 이 같은 경향은 경합지 62곳 중 23곳에서 나타났다.

이 중 12곳 선거구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이란 전쟁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반하는 입장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데 찬성하거나 유가 상승과 가계 재정 압박을 초래한 이란전 종식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식이다. 최소 3명의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이 데이터 센터 신속 개발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추진 속도를 늦추려 하거나 이를 비판했다. 데이터 센터가 특히 인근 지역 전기료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부정적인 여론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년 간 공화당을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재편해 왔고 자신에게 거역하는 의원이나 후보들은 예비선거 방해, 인식 공격 등을 통해 신속히 처벌해 왔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선거운동 누리집에서 트럼프 대통령 사진 삭제 등 더 조용한 거리두기 움직임도 있었다. 통신은 12명의 후보가 누리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이미지, 지지발언 등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당의 후보 지명이 확정된 뒤였다.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 캐시 캐스터 연방하원의원과 경합 중인 마이크 벨트란 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이 이러한 사례다. 통신은 벨트란의 선거운동 누리집에 8월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사진과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발언이 게시돼 있었지만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짚었다.

또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 행사에 불참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식으로 좀 더 미묘하게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줄이려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정책과는 거리를 두지만 유세를 거부하진 않는 등 일종의 균형잡기를 시도하는 후보도 있었다.

통신은 네브래스카에서 무소속 댄 오스본 후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피트 리케츠 연방상원의원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쇠고기 수입 확대 정책에 반대하지만 이번주 네브래스카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며 줄타기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전략가 론 본진은 후보들의 이러한 모습은 "유권자들의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가 낮다면 후보들은 그와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이란전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며 급락해 몇 달째 취임 뒤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2%로 집계돼 전달과 동일한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2기 취임 당시 47%, 이란전 직전인 올해 2월 말 40%를 기록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6주면 이란전이 끝날 거라는 말이 무색해진 3월 말 36%로 급락해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 조사에서 등록유권자 44%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공화당 지지율은 37%로 집계됐다. 무소속 유권자 37%가 민주당을 선호해 21%인 공화당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다. 등록된 히스패닉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52%로 공화당 지지율(26%)의 두 배에 달했다. 이 기관 조사에서 트럼프 2기 취임 뒤 가장 크게 간격이 벌어졌다. <로이터>는 이 조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공화당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음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원 유세에서도 문제 발언을 반복해 지역구 공화당 후보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네브래스카 유세에서 이란전 탓 물가 상승을 "우리나라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 그들이 로스앤젤레스를 파괴하게 두라, 그들이 샌디에이고를 파괴하게 두라. 이건 매우 작은 대가"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백악관은 이후 이 발언이 이란 핵개발을 막지 않으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두 도시를 지목해 "파괴하게 두라"고 발언한 탓에 문제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도시들을 "파괴하게 하라"고 말한 대목에서 지지자들 사이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캘리포니아를 점령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파견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외적들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는 정신 나갔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맹비난했다.

샌디에이고 광역권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 짐 데스몬드는 소셜미디어에 황급히 "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썼다. 그는 "미국은 이란에 맞서 우리 국익을 지켜야 하지만 군 통수권자의 최우선 책임은 미국인과 조국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해군 참전용사로서 난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복무한 거지 미국 도시들을 전쟁의 용납 가능한 대가로 치부하기 위해 복무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미국 도시도 희생될 수 없으며 어떤 미국 가정도 부수적 피해물로 취급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유세에서 해명을 곁들여 해당 발언을 반복했다. 그는 이날 "그들이 샌디에이고를 타격하게 놔두라. 그들이 로스앤젤레스를 타격하게 놔두라,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걸 보고 싶다면"이라면서 "우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거다. 우린 우리 도시들과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7일 미 NBC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그가 선택한 도시를 공격하라는 청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해당 발언에 대한 의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민주당 승리, 상원 경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보면 민주당 및 반트럼프 성향 공화당원들은 현재 하원 다수인 공화당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 중이다. 신문은 이를 막기 위해 초당적으로 구성된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에게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를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에 편승할 수 있음을 걱정한 탓이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 조시 고트하이머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 중이다. 이들은 의원들에게 "유효한 선거 증명서를 제시한 당선인의 의석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포함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훼손하거나 유권자의 의지를 무시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의사당 폭동 당시인 "(2021년) 1월6일 문이 봉쇄되고 의원들이 대피해야 했을 때 난 하원 회의장에 있었다"며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가 조치를 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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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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