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동안 시신은 꽁꽁, 민주주의도 꽁꽁"

용산참사 150일 "정부, 단 한차례도 유족과 대화하지 않았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50일이 지났다. 하지만 어떤 변화도 찾아 볼 수 없는 형국이다. 정부는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을 뿐더러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장례식을 지금까지 유보하면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서로 간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하며 다섯 달이 지난 셈이다.

그간 유가족들이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며 해보지 않은 일은 없었다. 경찰청, 검찰, 법원, 청와대 등 용산 참사와 관련된 곳 중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던 유가족이 경찰에 가로막혀 울분을 토해야만 했고, 검찰청에서 농성을 하다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한 것은 물론 실신까지 했다.

고 이한열 씨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는 이를 두고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고통"이라며 "진실을 알리고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유가족들의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 지난 4월 24일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가다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고 윤용현 씨의 부인 유영숙 씨 ⓒ프레시안

시국선언, 단식농성에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 150일

용산 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이들은 비단 유가족만이 아니다.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매일 미사를 진행한 지도 벌써 68일째가 되어간다. 사제단은 15일 시국미사를 마친 뒤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7일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했고 3일에는 김운회 서울대교구 주교가 이곳을 찾았다.

최근 각계각층에서 발표되고 있는 시국선언에서도 용산 참사 해결은 최우선 순위로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불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제가 용산 참사라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국정 운영의 총체적 실패를 상징하는 용산 참사를 해결하지 않은 채 국정을 쇄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더군다나 현재 용산 참사 철거민 관련 재판은 검찰 측이 수사기록 중 3000쪽에 달하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며 용산 참사 철거민 측 변호인단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했고, 이후 재판을 열지 않고 있다. 재판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은닉된 증거와 자료가 밝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유가족에겐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는 유족과 단 한차례의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용산 참사 150일째인 18일 용산 범대위는 용산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6가지 요구안을 제시하며 그 전제로 "정부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는 용산 범대위. ⓒ연합뉴스

이날 용산 범대위는 △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법안 수용 △유가족에 대한 배상 △부상자의 치료와 보상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 수립 △구속자 석방 및 수배 해제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는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일마저 거부하는 일은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니다"라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단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용산 범대위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연설에서 '여론을 경청하여 근원적 처방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이 말이 진심이라면 정부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반성하고 용산 참사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은 "150일이라는 기간은 이곳을 지키는 이들에겐 끔찍한 나날이었고 고통의 나날이었다"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책임지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당 최광은 대표는 "5명의 시신이 냉동고에 150일 동안 갇혀 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도 150일 동안 꽁꽁 얼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대화는 고사하고 추모제조차 단 한 차례도 허가하지 않았던 정부이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열리는 용산 참사 다섯 달 맞이 추모문화제 역시 경찰은 '금지 통보'를 내렸다.

한편, 이날 용산 범대위와 야4당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직전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을 만나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전달하고 정부의 사과 및 용산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에 권태신 실장은 "관계부처 간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논의를 해서 답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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