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회 서울대교구 주교 "정부, 용산 참사 시급히 해결해야"

참사 현장 방문…"계속 이렇게 밀어붙이기만 하니 답답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운회(루가) 주교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주교는 천주교 내에서 주교회의를 담당하는 고위직으로 한국에는 정진석 추기경을 포함해 지역별로 총 22명의 신부가 맡는 직책이다.

김운회 주교는 용산 참사 135일째인 3일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이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들겠나"라며 "자식과 남편을 잃은 마음과 평생 일한 곳에서 힘에 의해 밀린 입장을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운회 주교는 "정부는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이분에게 어떤 힘이 되어줄까, 위로가 되어줄까, 그것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라며 "이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만을 바라는데도 정부는 그것마저 거부하고 모른 체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김운회 주교는 "있는 사람,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을 먼저 열어줘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밀어붙이고만 있으니 너무 답답하다"며 "결과가 유가족들이 원하는 쪽으로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두운 유가족의 얼굴을 보며 "살아계신 분들에게도 어두움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이분들의 어둠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주교는 "앞으로 기도할 때 용산 참사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며 "신앙인들은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문제는 오늘내일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힘을 모으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김운회 서울대교구 주교. 그는 "가진 자들이 더욱 밀어붙이는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프레시안

"이번 방문은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진일보를 주는 걸음"

이날 함께 자리에 배석한 이강서(배드로) 서울대교구 빈민 사목 담당은 김 주교의 방문과 관련해 "어느 때 오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오늘 오게 됐다"며 "신앙인은 불의 극복과 약자 권리에 각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교님이 현장을 방문함으로서 다른 주교와 신부들이 오는 길도 열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매일 오후 7시마다 추모 미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3일자로 53일차를 맞는다.

한편,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용산 참사 철거민들이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시켰다. 재판부는 "검사가 법원의 수사 기록 열람을 거부해도 피고인들이 해당 서류에 대한 증거 신청을 할 수 없는 불이익 말고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며 "검찰의 수사 기록 공개 거부를 제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에 의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9명은 지난 5월 14일 검찰이 수사기록 중 3000여 쪽을 공개하지 않는데도 재판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바 있다. 철거민 변호인단 측은 기각 결정에 불복하고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 면담이 끝난 뒤 김 주교는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다시한번 위로의 말을 전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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