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뉴스메이커] <특별기고> 위기극복은 전문인력의 보호와 육성부터

최근 들어 일부 반등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영화산업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 위기론이 만연하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영화현장에서 뛰고 있는 스태프들의 복지와 교육을 위한 노력이 최우선이라 강조하는 내용의 글을 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의 최진욱 위원장이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 편집자 주

한국영화 관람객 수가 2006년 사상최대치인 9.791만 명에서 2007년 7.92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6년 63.8%에서 2007년엔 50.8%로, 매출액은 2006년 3,880.6억 원에서 2007년 2,669.3억 원으로 감소했다. 투자수익률 역시 2001년 41.5%에서 2006년 -24.5%로, 더 나아가 2007년에는 무려 -40.5%를 기록하며 사상최대로 감소하였고 이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물론 이러한 경상악화가 장기적 위기라고 단정할 순 없으며 하락경향이 지속되리라고 성급하게 추론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침체추세가 일정한 경향으로 굳어질 경우 한국 영화산업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단속적 노동형태의 영화스태프들의 고용횟수나 생활복지수준이야 언급이 민망할 정도이다. 영화만으로는 생계보장이 어려워 영화스태프들은 물론 제작자들까지 모두 CF, 드라마,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매체로 일거리를 찾아다니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살기가 어려워 대다수 영화종사자들이 영화를 떠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영화산업이 정말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영화산업 위기극복은 새로운 산업발전 패러다임 구축부터

전후 전 세계를 호령했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소위 빅쓰리가 파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감히 예견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영화산업은 한국의 자동차산업 발전 전략에서 일정부분 위기의 원인과 극복의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모델은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신모델 출시, 디자인 다변화, 완성도의 극대화를 통한 신상품 생산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흥하고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무엇보다도 자동차 제작현장에서 구현한 숙련된 산업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음을 주목해야한다.

물론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상승세가 고착화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고 이와 같은 성공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던가, 공평한 분배라는 국민정서에 부합하고 있는지는 일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성공은 다양한 소비형태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노력이 전제되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누구보다 더 창출해야 살아갈 수 있는 위기의 우리 영화산업이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


영화산업도 컨텐츠를 창조하고 생산과 연결시키는 인적자원의 보호육성이 위기극복의 대안이다. '휴먼리소스' 전략에 의거한 조직화된 노사정 산업협력만이 경제위기 시대를 뚫고 문화와 산업의 양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영화산업도 산업발전을 적극적으로 고무할 수 있는 내적 장치 및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버릴 것이냐 살릴 것이냐, 이제는 결정할 때

한국 영화산업의 새로운 도약은 물론 이에 종사하는 영화스태프들의 생계안정 및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적 발전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경제, 문화, 복지부 등 영화산업과 연관된 모두가 21세기 지식창작 산업이라던가 전략산업이라는 식의 선언적 문구가 아닌, 영화제작자나 스탭, 극장주 등 이익당사자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구상 가운데 가장 중대하게 고려할 점이자 성공의 관건은 영화산업 전문인력의 복지와 교육의 인적자원 보호육성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이들의 생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영화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영화산업 노사가 마련하고 있는 대안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프랑스의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인 엥테르미탕(연 507시간 근로 이후 실업급여 지급)과 같은 자동수혜 방식이 아니라, 영화종사자들이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나서 필연적으로 접하는 재취업 준비기간 안에 현장업무에서 이탈되어 저하되는 노동자들의 기술력을 보존하고 신기술을 우선적으로 접하게 하여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을 구축하고 이 기간 내에 적정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2004년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2008년부터 영화산업 노사는 노사공동훈련기관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M-U FILM SKILL SET)을 운영하고 있다.

▲ 노사공동으로 설립된 영화교육실무교육센터의 훈련 현장. 영화스태프들이 재취업기간 동안 스스로 재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이곳에서는 최신 기술에 대한 이론 및 실습 훈련이 함께 이루어진다. (사진제공 _ 영화산업실무교육센터)

둘째는 영상제작 자본의 유출을 막고 외국기업의 국내 로케이션 유치를 통해 고용기회 확대, 부가시장 활성화, 자본 및 인적자원의 교류를 통한 영화시장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주도형 국제 공동제작지원 활성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재 각 지자체와 전문 프로듀서 그룹, 제작자, 영화스태프, 후반작업 등 업계 전반에서 합의되어 태국이나 중국 등 로케이션 강국의 현지조사 연구를 통해 한국시장에서의 사업의 타당성 진단을 마친 상태이며 지원기관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 밖에도 영화산업 노사는 부가시장 활성화를 위한 저작권보호나, 산업구조 합리화를 위한 불평등한 수익분배비율 조정, 비상식적인 필름의 관세부과, 세제지원과 같은 관련법 제개정 요구 등 전 산업에 걸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다.

허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산업현장의 노력과는 달리 현재 한국 영화산업 인프라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노력은 희미한 수준이다. 영화산업의 심각한 작금의 위기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라던가 영화계 단체들 사이에선 좌우니 하며 아웅다웅 싸우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영화계엔 자의든 타의든 영화통합전상망의 오류와 같은 심각한 뇌관이 수개가 도사리고 있어 언제든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현장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이런 안타까운 순간에도 한국 영화산업은 한국경제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화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07년을 기준으로 생산유발액이 2조 6천억 원이고 부가가치유발액이 1조 1천억 원, 고용유발인원이 28,148명에 달한다. 게다가 영상산업의 보이지 않는 시장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영화산업은 발전해야 함이 당연하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의 파산이 주는 교훈에서 우리는 영화산업이 나아갈 길이란 결국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는 전문인력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울수록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그것이 현재 영화산업 위기극복의 지름길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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