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FTA저지범국본 "한-EU FTA 실익 모호…미래 산업 몽땅 내줘"

외교통상부가 24일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단 차원의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관세환급, 일부 원산지 관련 쟁점 등 이견에 대해 최종 협상을 벌인 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4월2일 양측 통상장관회담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ABN'(Anything But Noh). 경제정책에 있어 노무현 정부가 했던 모든 것을 반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공개석상에서 칭찬한 정책이 'FTA 추진'이다.

FTA는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이명박 정부가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것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 이후 계속된 '수출 신장을 통한 고성장'이라는 청사진 이외에 다른 '그림'은 생각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는 최근 '동시다발적 FTA 추진' 방침을 밝히며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의 흐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사실상 보호무역주의인 '공정무역'을 내세우고 있는 미 오바마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다. 또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이전보다 더 악착같이 챙기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유도 쇠고기, 자동차 등에서 추가 이익을 담보하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 EU, 호주 등 우리보다 협상력이 위인 국가들을 상대로 서둘러 FTA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속도를 내고 있다.

"MB정부, 낡아버린 '시장 개방'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24일 한EU FTA 잠정 타결 소식에 한EU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며 "이미 낡아버린 '시장 개방'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모든 FTA 협상 추진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EU FTA가 작년 가을 이후 급변한 세계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인해 '제 코가 석자'가 된 선진국들의 소위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WTO와 FTA의 대전제 할 수 있는 '자유 무역' 자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세계 교역량이 크게 감소하고, 금융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으며, 자국 산업에 대한 이중삼중의 보호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EU FTA는 오히려 '금융서비스의 제한 없는 허용'을 담고 있다. 명백한 시대착오인 것이다."

이들은 또 한EU FTA로 인한 실익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금융권이 한EU FTA 최대 수혜자로 치켜세우고 있는 '자동차' 업종을 보면, 이미 국내 1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 판매물량 대부분을 현지 생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대부분 원청을 따라 동유럽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을 하고 있다. 한미FTA 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분야는 FTA를 하건 말건 별 영향이 없다."

이들은 "반면 우리가 내주는 돼지고기를 비롯한 축산 제품, 통신, 환경, 의약품, 물 산업, 지적재산권 등은 우리 경제의 미래와 관련된 주요한 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지건 말건 이명박 정부는 최근 호주와의 FTA 추진을 비롯해 '동시다발 FTA'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자국 시장은 보호하고, 타국 시장은 개방하려 하는 이 판국에 이런 정책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스스로 지어낸 거짓 환상에 취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4월2일 런던에서 한EU FTA 협상을 타결지어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이벤트까지 준비 중"이라면서 "하지만 '경종'을 울리기보다 오히려 '비웃음'만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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