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사형 조기집행론, 양은냄비 물 끓는 느낌"

'사형집행' 포퓰리즘에 쏟아지는 우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형 집행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3일 원로 법조인으로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 총재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흉악범에 대한 엄벌은 마땅한 것이지만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58명에 대한 조기집행을 하자는 것은 양은 냄비에 물 끓는 듯한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 형벌권의 과형과 집행은 국가 법질서와 법체계의 확립된 원칙 하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일시적인 사건이나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흉악범 얼굴 공개에 대해선 "지금까지 흉악범의 경우 점퍼를 씌우면서까지 감추고 막아주려고 한 것도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흉악범이라고 해서 특별히 얼굴과 신상명세를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며 "일반 범죄 피의자와 같은 수준에서 공개했으면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김부겸, 김춘진 등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형제도 폐지는 국제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 있다"면서 "최근 정부 여당의 움직임은 그동안 쌓아올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반대했다.

이들은 "최근의 일련의 사건을 빌미로 벌어지고 있는 이 흐름에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한 "국민 감정을 자극해 형성한 여론은 진정한 여론이 아니다"며 "정치는 반듯해야 한다. 일시적 국민 감정에 편승하거나 선동하는 정치 행위는 결코 바르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 또한 근거가 없다"면서 "사형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서는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지만 오래 전에 사형이 폐지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사회질서가 더 잘 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장기 복역자들은 새 인간으로 거듭나 있을 것이 틀림없는 상태일 것"이라며 "그들의 평화로운 새벽잠을 깨워 형장으로 보내겠다는 것은 결단코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부겸 의원은 사형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사형제 폐지 법안 준비에 착수,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사형폐지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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