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두 번 죽이는 저들을 보라"

[기자의 눈] '악플러'보다 더한 신문들

탤런트 최진실 씨가 2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일단 자살로 결론을 내린 뒤, 최 씨 어머니의 증언 등을 발표했다.

지난 20년간 연예계의 톱스타로 자리매겨온 최진실 씨의 죽음은 중요한 뉴스임은 분명하다. 많은 국민이 최 씨의 안타깝고 갑작스런 죽음에 놀랐고 또 슬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최 씨는 온 시민의 애도를 받아 마땅하다.

최진실 자살이 반가운가

이런 상황에서 최 씨의 죽음으로 또 한 번 '장사'를 해보려는 언론의 도를 넘어선 호들갑이 가뜩이나 마음이 불편한 시민을 더욱더 씁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이라는 조·중·동의 행태를 살펴보자.

이날 <조선일보>·<중앙일보>는 인터넷판 판형을 아예 바꿔 최 씨의 사망과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오후 5시 현재, 경찰의 수사 브리핑 현장 스케치를 쓴 <연합뉴스> 기사를 인터넷판 톱기사로 내걸었다. <중앙일보> 역시 같은 시각 최 씨 관계자 반응을 쓴 <연합뉴스> 기사를 인터넷판 톱기사에 배치했다.

특히 최진실 씨의 죽음과 관련한 악성 루머는 이날 주요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이들 언론은 일제히 "안재환 씨의 자살 이후 사채업자라는 루머로 인해 최 씨가 괴로워했다"며 마치 최 씨가 '악플' 때문에 자살한 것처럼 몰아갔다.

이들 언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항간에 도는 루머를 기사로 자세하게 소개한 뒤, "'악플러'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문을 되뇠다. '최진실 사채설 내용 뭐기에…'(<동아일보>), '고 안재환 채무액 100억원대?'(<조선일보>), "바지사장 내세워 사채업" 의혹 증폭'(<중앙일보>) 등. 기사 제목만 보면 '악플러'보다 이들이 더하다.

이들 언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이날 오전 '최진실이 사용한 압박붕대는 무엇?'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조선일보> 역시 오열하는 연예인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일렬로 배치하며 독자의 눈길을 끄는 데 주력했다.


'악플' 확대 재생산한 주인공은 누구였나

연예인의 자살이 이어지자 지난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는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의 내용은 이렇다.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 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굳이 권고 기준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아직 정확한 원인과 동기가 규명되지 않은 한 스타의 죽음을 이렇게 들쑤시는 것이 과연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일까? 자살 원인을 놓고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이용해 눈길을 끌어보려는 몇몇 매체의 속셈은 그 속이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인다.

최진실 씨의 소식을 들은 최수종 씨 등 연예인은 악플을 두고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며 분노했다고 한다. '검색어'에 목을 매며 악플을 기사화하고 확대 재생산했던 언론 역시 이들의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금 조·중·동의 행태는 한국을 자칭타칭 대표한다는 언론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

그들은 지금 최진실 씨를 두 번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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