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체결되면 노동계에 치명타"

[기고] FTA 6차협상 반대 '일본원정 투쟁기'

한·일 정부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한일 FTA 6차협상을 가졌다. 올해초 한·칠레 FTA 국회 비준을 두고 농민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으나, 올 하반기에는 한·일 FTA 체결을 두고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11월 중순 이후 하반기 투쟁의 주요 과제로 비정규노동법 개악 폐지와 함께 한·일 FTA 저지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은 한·일 FTA 협상이 곧 대량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크게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양대노총을 비롯 각계 노동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1일부터 11월3일까지 한일FTA 저지 투쟁의 일환으로 1백여명의 '일본원정 한국민중투쟁단'(이하 원정단, 단장 조준호)을 구성해 일본에 다녀왔다. 원정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반전·노동단체 '다함께' 김어진 운영위원이 사흘간의 일본 원정투쟁을 마치고 느낀 소회를 정리한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김 위원은 이례적으로 원정단이 꾸려진 것과 관련, "한일 FTA가 가져올 파괴적 효과 때문"이라며 "한·일 FTA 체결 이후 21만 자동차 산업 종사 노동자 중 약 10%인 2만명의 일자리가 불안해진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일본은 FTA협정 체결 과정에서 노조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무노동무임금 ▲퇴직금 산출 유연화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신속대응 등을 꼽았다.

김 위원은 또 "일본 주류 노조단체인 랜고(7백만 조합원), 전노련(1백만)에서는 한·일 FTA에 대한 반대입장이 공식 선언되지 않았다"며 일본 주류 노동계의 구경꾼적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그러나 30만 규모의 전노협은 한·일 FTA 저지를 위해 민중연대투쟁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며 한일간 반(反)FTA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 FTA가 한·일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자유협정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다음은 김 위원이 보내온 기고문 전문이다.

***한-일 FTA 저지 참가기**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한일자유무역협정 6차 협상이 일본 외무성에서 열렸다. 작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방콕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FTA 협상을 시작키로 합의한 이래 약 2개월 간격으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에 항의하기 위해 대규모 한국민중투쟁단이 꾸려졌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약 1백여 명이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일본에 모였다. 나도 이 투쟁단의 일원이었다.

왜 대규모 투쟁단이 꾸려졌을까? 그것은 한일 FTA가 가져올 파괴적 효과 때문이다. 한일 FTA가 체결되면 21만 명의 자동차 노동자들 가운데 10퍼센트인 2만 명의 일자리가 불안정해진다. 도요타와 혼다 자동차는 최대 8백만원에서 2백만원 정도 더 싸진다.

단지 자동차 노동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이 비관세장벽을 없애 달라며 한국 정부한테 요구하는 것들에는 노조의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무노동무임금, 퇴직금 산출 유연화, 노동자가 사용하지 않는 휴가에 대해서 사용자가 보상하는 의무 폐기, 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신속한 대응….

한일 FTA가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한테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일까?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맺은 자유무역지대 협정 체결 때 그랬듯이 걸핏하면 일본 자본가들은 '자본을 철수하겠다'며 일본 노동자들을 협박할 것이 분명하다. 일련의 자유무역협정이 그렇듯이 한일자유무역협정에는 환경과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식품검역 규제를 완화하는 WTO 내의 조항들이나 다국적 기업의 특허권을 무한정 보장하는 조항들이 버티고 있다.

***일본, 한일FTA 반대 목소리 높지 않아...**

나는 일본 내에서 일한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어느 정도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사실 일본 내에서 한일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한국 만큼 크지는 않았다. 7백만 이상의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일본의 랜고(연합)와 1백만 명 규모의 전노련 모두 한일 FTA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30만 규모의 전노협만이 반대 입장을 폈다. 전노협 사무총장은 "경단련 회장은 한국 노동운동의 권리가 계속 유지되는 한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시 동지들이 모여 손잡고 정면으로 맞서자. 전노협도 일한 민중연대를 위해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일 FTA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았다. '별 큰 손해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게 대체로의 여론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대규모 투쟁단을 성심 성의껏 지지해 주고 4일 동안 동거동락한 일본의 젠쯔이 노조를 비롯한 전투적인 노동자들, '일한민중연대'와 '이의있음 일한FTA', '반WTO풀뿌리캠페인'의 활동가들을 보면서 고이즈미와 노무현의 FTA 동맹에 맞설 수 있는 목소리와 힘을 느꼈다.

외무성 앞에서 매일 오전에 항의 시위가 있었다. 일본의 활동가들에 따르면 외무성 앞에서 시위는 20년만에 처음이었다. "한 번도 외무성 앞 집회가 성공한 적은 없다. 방송차가 서 본 적도 없다". 젠쯔이 노조의 한 활동가의 설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무성 앞에는 특별 경계령이 내려져 있었다.

외무성 앞에서 한국민중투쟁단과 일본 경찰과의 몸싸움 때문에 일본 경찰은 매우 당황했던 듯하다. 오사까에서 수십 명의 동료들을 이끌고 투쟁단에 참가한 한 레미콘 일본 노동자가 경찰한테 체포됐다. 다함께 회원이기도 한 이 일본 노동자는 11월에 한국에서 있을 노동자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집회는 외무성뿐 아니라 국회와 일본의 전경련인 경단련 앞에서도 열렸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반FTA 발언도 눈에 띄었지만 칠레 민중가요를 함께 불렀던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들의 노래도 잊을 수 없다.

***"FTA 맹신자와 파병론자는 같은 인물"**

경단련 앞에서의 집회에서 나는 발언할 기회를 얻었다. "연금 부족분을 소비자 세율을 높여 메꾸자는 경단련은 헌법 문제를 통해 일본에 군사주의에 날개를 달자고 한다. 자유무역협정 맹신자들은 학살과 파병을 지지하는 자들이기도 하다. 노무현은 작년 일본에 와서 고이즈미는 뭔가 느낌이 비슷하고 기본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둘은 어떻게 해서는 연말에 파병연장 동의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 일한FTA 동맹 신자유주의 동맹, 일한 학살 파병 동맹에 맞서 일한 반FTA 반신자유주의 반전 동맹을 더 굳건히 하자"고 말했다.

얼마 전 이라크에서 한 일본인이 죽은 사건 때문에 고이즈미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민중투쟁단이 반전 파병 반대를 반FTA 구호에 결합시켰더라면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11월 2일 시부야 공원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행진 대열은 가장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붐비는 거리를 가로질렀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피켓를 들고 행진한 다양한 연령대가 눈에 띤 이날 집회 대열은 아주 다채로웠다.

이번 투쟁을 조직한 일본 실행위원회의 많은 분들은 한국민중투쟁단이 일본의 활동가들한테 큰 에너지와 활력을 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 날 밤에는 많은 일본 동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았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한일FTA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인가"**

나는 이번 투쟁을 통해 몇 가지 고민을 안고 돌아왔다. 그 중의 하나는 "과연 어떤 관점에서 한일 FTA에 반대해야 할까?"에 관한 것이다. '한일 FTA는 매국이다'는 관점에서? 그렇다면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낮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려고 할 때에는 침묵하게 될 것 아닌가? '투명하고 공개적인 협상이라면 FTA 논의 테이블에 참가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만약 투명한 협상이라면 논의 테이블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결론을 조금이라도 함축하게 된다면 위험하다. 모든 것을 합의해 놓고 구색 맞추기 위해 논의 테이블에 노동조합을 초대하면 어쩔 것인가?

내년은 한일 수교 40주년이다. 자유무역협정의 맹신자들은 한일 FTA에 무수한 통합 이데올로기를 들씌워 보기 좋게 포장해 내려 할 것이다. 한일 FTA가 한일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모든 자유무역협정이 그렇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자유협정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내가 본 소위 선진국 일본의 진면목은 11월 3일 '못 가진 자들을 위한 국제연대 집회'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같은 시각에 열린 한일FTA 대응 전략을 위한 공동워크샵에서 한 꼭지의 발제를 맡아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집회에 참여한 분들한테서 너무도 생생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배제하지 마!", "세계화와 전쟁 반대", "가지지 못한 자들의 국제연대"가 슬로건이었던 이 집회에는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의 폭로와 투쟁 경험들이 어우러졌다고 한다. 오사카에서만 노숙자가 3만 명이라는 얘기, 7만 명이 반전 행진을 했던 유럽사회포럼 참가 보고, "이주 노동자는 상품이다"라고 발표한 경단련에 대한 규탄,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는 '성노동자조합'의 한 일원, 임금 체불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세 명의 노동자들이 살해된 이야기…. 집회를 꼼꼼하게 취재한 아래로부터 세계화의 허영구 운영위원은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그들 모두 자신들이 겪는 억압과 착취의 문제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체적으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정치적 차이를 넘어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철도 문제를 놓고 세 개의 노조가 뭔가의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북부노동조합연합, 전국동력차, 도로치바 등 공산당, 사회당, 트로츠키주의 같은 여러 정치 경향의 활동가들이 속한 이 단체들은 18년 전 1047명의 철도 해고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특히 전국동력차 노동조합은 전노련의 중앙집행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같이 가겠다'는 입장이다.

작년 2월 15일 히비야 공원에서 열린 반전 집회도 이런 공동전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의 활력은 일본의 활동가들한테 하나의 빛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빛이 일본에서도 서서히 자라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 빛이 어떻게 만날까? 7차 협상 반대 투쟁과 세계사회포럼이 기다려진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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