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두 가지 당부를 미리 한다. 이 추정치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니 인용하지는 말기 바라고 추정에 필요한 정보를 더 가지고 있는 분들은 비판 대신 더 나은 추정치를 제시해주시기 바란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려고 한다. 먼저 최악의 경우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견된 것이 1986년이고 10년의 잠복기를 거친 후 1996년에 인간광우병이 처음 발생했고 2008년 현재 160명 이상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였다. 영국 인구는 6000만 명 정도이고 이중 프리온단백질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메티오닌-메티오닌(MM)형인 사람이 40%이니 2400만명 정도가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감수성자이다. 최초 광우병 노출 후 10년의 잠복기가 경과한 후 10년에 걸쳐 감수성이 있는 2400만 명 중에 160명의 인간광우병이 발생했다(즉 10년 발생률이 인구 100만명 당 6.7명).
우리나라 국민 5000만 명 중에 MM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90%를 넘으니 대략 4500만명 정도가 유전적으로 감수성이 있다. 만일 프리온 노출 수준을 포함한 모든 조건이 영국 국민과 똑같다고 가정한 후 영국의 발생률(6.7명/100만 명)을 감수성이 있는 인구 4500만 명에 적용하면 302명이 나온다. 즉 10년의 잠복기를 거쳐 2018년부터 10년에 걸쳐 매년 30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식습관 때문에 프리온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그래도 광우병이 18만 건이나 발생한 나라에서 사는 영국 국민과 고작 3건의 광우병이 보고된 미국 쇠고기를 먹게 될 우리 국민의 노출수준이 같다고 하는 것은 매우 무리한 가정이다. 어쨌든 이것이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물론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고 위험 부위가 완벽하게 제거되어서 수입된다면 유전적으로 취약하고 위험한 식습관을 갖더라도 위험은 제로인 것이다. 그러나 도살되는 소의 극히 일부만을 검사하는 미국의 검역 체계를 보거나 최근 앉은뱅이 소를 도살해서 생긴 대규모 쇠고기 리콜 사태를 보면 위험성이 제로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정확한 양은 모르지만 일정량의 광우병 위험물질이 수입되어 소비되고 그로 인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최근 회자 되는대로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인 경우이다(위해도 평가에서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은 보통 백만분의 일로 계산한다.). 인간광우병에 감수성이 있는 4500만 명에 100만분의 일을 곱하면 45명이 나온다. 10년의 잠복기를 거쳐 후 10년에 걸쳐 매년 5명 내외씩 총 45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거친 추정치이긴 하지만 설령 최악의 시나리오가 맞아서 연간 30명의 인간광우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큰 숫자는 아니다. 2005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8000명 가량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1만4000명에 이른다. 아침에 차 안에서 담배를 피면서 출근하는 사람이 저녁에 촛불집회에 참가해 인간광우병을 걱정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치에 맞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만 광우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실제 위험의 크기에 비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쓸데없이 많은 예산을 쓰게 된다는 지적들도 있다. 사실 인간광우병은 사람들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인간광우병은 평소에 잘 몰랐던 신종 전염병이다. 확률이 낮지만 누구한테나 발생할 수 있고 피할 방법도 없다. 일단 발생하면 뇌가 스폰지처럼 변하는 무서운 병으로 죽게 된다. 치료법도 없고 미리 알아낼 재간도 없다. 담배나 운전처럼 내가 직접 선택한 위험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결정적으로 신뢰의 위기가 있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릴 책임이 있는 정부가 신뢰를 잃어버렸다. 불과 몇 달 전에는 미국산쇠고기가 위험하다고 뼛조각 조금 나온 것까지 반출시켰던 정부 관료가 다시 나타나(그것도 같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하니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뭔가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정부에서 협상만 잘 했어도 회피할 수 있었던 위험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수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두 차례 했던 정부브리핑을 한 번 더 하기 바란다. 단 이번에는 식당에서 30개월이 넘은 미국산 소로 만든 곱창과 사골국물을 마시면서 (앉은뱅이 병에 걸린 소로 만든 음식이면 더욱 효과가 좋을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험성이 과장되어 국민들이 닭고기를 외면할 때, 정부 관료가 삼계탕을 먹으면서 안심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삼계탕은 100% 안전하고 미국산 소는 99.99%만 안전하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둘 다 사실상 안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본인들은 정말 안전하다고 믿는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국민들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 음식을 먹으면서 일말의 공포나 찝찝함을 느낀다면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한 가지를 빼먹었다. 정부에서 미국산 소로 만든 음식을 먹는 퍼포먼스를 할 때 연일 미국산 소가 안전하다고 국민들을 훈계하는 신문의 논설위원들도 꼭 함께 부르기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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