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에서도 '행정수도'를 바탕으로 충청권에 분 노무현 열풍도 예산에서는 빗겨 지나갔다. 이 총재는 예산에서 무려 7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인접 지역구인 홍성에서 49.2%를 기록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어 뒤늦게 무소속으로 뛰어든 2007년 대선에도 이 총재는 예산에서 67%를 얻었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서 40~50%대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 캠프 측에서 '시시하다'고 반응하는 이유다.
예산의 이회창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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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총재에게 '고향이 예산'이라는 것 외에는 이렇게 득표율이 높게 나타날 이유는 없었다. 이 총재는 17대 대선 이전에 벌써 두 번이나 대권도전에 실패했던 경력이 있고, 한나라당은 '영남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충청이나 예산에 떡은 커녕 행정수도 이전에 부정적이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 짝사랑이 이제야 결실을 맺을 모양이다. 이 총재가 이번 총선에서 홍성.예산 후보로 나섰다. 예산읍 농협에서 만난 60대 농부는 "원래 이회창 총재가 예산 사람 아녀. 예산 사람이 예산에 왔으니 이번에야말로 찍어 줘야지"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네 동생'도 "원래 전국에서 놀던 큰 인물 아닌가. 다시 큰 일 할 수 있게 예산에서 밀어줘야혀"라고 맞장구를 쳤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총재가 지역구 현역인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과 홍성.예산을 돌며 '투 트랙'(two track)을 뛰고 있는 이 총재에 비해 홍 의원은 지역구에 머물며 표밭을 다지고 있고, 국민중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정진석 의원까지 동원해 '사욕 채우기 지역정당', '새치기 대선 출마', '박근혜 스토킹' 등이라고 이 총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다소 역부족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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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역주의다. 그러나 이 말을 완전 무시하면 충남에서 정치하기 힘들다. 홍성에서 만난 한 교사는 "87년 대선에서 김종필 표가 노태우 표보다 많았고, 88년 총선에서 충청 태풍을 일으킨 뒤 결국 자민련까지 이어지고 심대평 씨도 그 후광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영.호남 대립이 심할 때 충청도 사람들이 지역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지역주의가 나타나게 된 데는 한나라당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년 한나라당이 DJP연합, 노무현 돌풍을 경계하는 동안 충청지역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줬는데, 이회창 총재가 '충청 홀대론'을 얘기하고 다니는 것이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욕을 먹을 지언정, 실제 주민들 정서를 파고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충청도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이란?
그 극명한 예가 노무현 정부 시절 사실상 한나라당 주도로 행정수도 이전이 좌절된 것을 예로 들었다. 한나라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에는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미 한 번의 배신 경력이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고, 또 농촌 지역에서는 친 한미FTA 정책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여당 프리미엄'도 충청에서는 "그래도 우리 목소리 대변하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지역 정당론에 밀리고 있는 셈이다.
홍성.예산 지역에 충남도청을 유치했다는 홍문표 의원은 현수막에 '대통령과 홍문표가 손잡고 홍성발전을 10년 앞당기겠습니다'라고 새겼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의 이른바 '자살골'의 모습도 주민들에게 권력에 대한 반작용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미 수도권에 공천을 받은 여러 'MB맨'들이 현수막에서 'MB'를 지우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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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서는 현재 판세에서 드러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홍성.예산 인접 선거구인 보령.서천(류근찬), 당진(김낙성), 아산(이명수), 공주.연기(심대평) 등에서 선진당 후보들이 앞서나가고 있다. 변웅전 후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서산.태안(민주당 문병호)을 제외한 충남 서북 라인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부여.청양(한나라당 김학원) 정도에서만 앞서나가고 있는 한나라당의 모양새가 초라하다. 논산.계룡.금산에서도 무소속 이인제 후보에게 밀리고, 천안에서도 확실히 승기를 못 잡고 있다. 총선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충남 지역에서 2석 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회창發 충청바람의 불투명한 미래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과연 이런 충남 열풍을 '자유선진당 열풍'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진 합덕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선진당은 잘 모르겠고 김낙성이잖여"라고 말했다. 심대평 후보는 JP 이후 충청의 맹주로 자리잡았고, 이회창 후보는 전국구 거물급이고, 류근찬, 김낙성, 이명수 등등의 후보도 지역 관리를 잘 해 '우리 지역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선진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지역 후보들이 돛을 잘 세워 놨기에 이회창 총재 중심의 바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충남에서의 평가는 정당보다는 인물이 앞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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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통 보수를 표방하는 '선진당 사람'으로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선거가 정책이나 이념보다는 인물과 지역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충청 돌풍'의 결과물은 뿌리 깊은 정당으로 자리 잡기보다는 공화당, 자민련에서 국민중심당, 자유선진당으로, 또 김종필에서 심대평, 이회창으로 계속 간판만 바꾸며 '이름값'으로 대물림되고 있는 양상이며, 결국 선진당의 미래 역시 불투명한 셈이다.
정치는 '아이러니'라고도 한다. 홍성읍내 시장 근처 한 전파상에서 만난 60대 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홍 의원도 참 야속할 거여. 20년 동안 지역 관리해 네 번 떨어지고 다섯 번째 만에 금배지를 달았는디…. 그래도 어쩔거여. 홍 의원이 당선된 것도 어떻게 보면 다 이회창 씨 덕 아녔겄어."
예산을 제외하곤 DJP연합, 노무현 돌풍에 충청에서 기 한 번 제대로 못 펴던 이회창 총재가 충청의 맹주를 자처하며 득세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아닌지.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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