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 '북핵 자위권 인정' 발언이 당 강령에 배치된다는 입장 표명 등이 혁신안의 골자. 친북 편향과 자주파의 패권주의에 대한 대수술 의지를 밝힌 것으로, 자주파 진영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공을 넘겨받은 자주파 쪽에선 시간이 갈수록 혁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완강해지고 있다. 특히 '북핵 자위권 인정' 발언의 당사자인 이용대 전 정책위 의장은 30일 <프레시안>에 보낸 글에서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선 "당 대회에서 혁신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로선 민노당 존립의 유일한 출구나 다름없는 심상정 비대위의 '쇄신 드라이브'가 '2주 천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편집자>
"심상정 비대위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지난 중앙위원회 이후 만나보지 못했군요. 비대위원장으로서 당무에 바쁘게 매진하는 모습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당상황이 우려되어 공개편지를 보냅니다.
민주노동당은 한국사회 진보운동 역사의 결정체이며 우리들의 희망의 터전입니다. 비대위는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당을 정비하여 이땅의 고통 받는 민중들에게 새세상의 희망을 살려나가야 할 중책을 지고 있습니다. 그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당내 상황은 여러 가지 우려가 됩니다. 한국사회 진보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이 당의 단결을 튼튼히 하여 산적한 민중의 현안을 잘 대처하고 차기 이명박 정부의 과욕과 무리를 바로잡고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데 매진하기보다 당내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파쟁의 양상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비대위는 당을 지키고 단결을 강화하는 구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비대위가 특정한 정파적 입장을 앞세워 당을 끌어가려고 하면서 단결을 강화하기는커녕 당내 분열을 오히려 조장하고 격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금할 수 없습니다.
비대위에서 발표한 대의원대회자료를 보면 국가보안법의 덫에 걸려 간첩 모자를 쓰고 고생하는 당원들에 대한 제명을 비대위가 요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주장을 비대위가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반민중적이고 불의한 정권에 탄압받는 동지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사회정치적 편견의 희생 제물로 삼는다면 대체 우리가 당을 만들고 발전시키려고 애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최기영, 이정훈 동지가 설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거기 대해 시비를 가리는 것은 동지들이 자유의 몸이 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당내 정파적 의도가 아니라면 두 동지를 지금 희생양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안기관에 면죄부를 주고 동지들과 가족들에게 피눈물의 상처를 주는 시기부적절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심지어는 이전 시기 내가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한 마디" 발언을 다시 문제로 삼는 내용도 버젓이 당 대회 문서에 올라있습니다. 누구든 당헌당규에 비추어 위배된 언행이 있다면 당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핵이 "자위적 수단"이라고 한 내 발언이 당헌당규에 어떤 저촉이 되기에 새삼스럽게 다시 문제 삼아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나 자신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핵사용에 대해서는 그나마 당 정책에서 부분적으로 용인하는 핵의 평화적 사용까지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고 그런 소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북핵문제"는 단순히 핵문제가 아니라 민감한 정치문제입니다. 북핵에 대해서 그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역관계와 북미대치상황의 본질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핵문제"만 부각하여 "북핵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상으로 결국 세계 최대 핵보유국가이며 핵문제의 사실상 원흉인 미국의 패권적 의도를 편들어주는 결과로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 체제에 대한 적개심이 있거나 백치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주장을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선평가부터 대안에 이르기까지 당 대회 자료의 다른 부분들도 "정파적인, 너무나 정파적인" 관점에서 당내 특정 정파를 공격하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어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 대회 자료는 지난 과정에서 당내 정파적 논란이 되었던 문제들을 이것저것 다 끌어와서 열거하고 있는데 본래 "정파논쟁"이란 것은 논쟁하는 양측에 모두 왜곡된 지점이 끼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런 문제를 모조리 특정 정파의 문제였다고 규정한다면 일각에 속 시원할 사람이야 있겠지만 그것이 대다수 당원들의 기대나 바람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입니까?
지겹도록 반복되어온 무수한 당내 정파소동 중에 정책노선을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그간 당 활동을 해온 나 자신의 솔직한 소회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파를 뛰어넘는 당적 합의와 당 노선의 통일성이 전제되어야 할 텐데 아직 민주노동당이 이런 과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파쟁을 넘어서 노선에 기초한 당 활동을 강조해왔지만 나 스스로 그런 활동의 모범을 세우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그 점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비대위를 계기로 심 동지가 당 활동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 대회 자료를 보고는 그런 기대가 시작부터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는 것을 고백해야겠습니다.
한마디로 비대위는 정파논쟁을 뛰어넘는 새로운 당적 가치의 창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파적인 논리에 갇혀서 당을 어쩔 수 없는 정파당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가장 걱정하고 가장 싫어하는 문제도 바로 이 같은 정파분란입니다.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심판받은 것도 바로 언론을 통해 부풀려진 정파소동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을 심 동지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선이란 중차대한 시기에도 당내분쟁만 일삼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오히려 변변한 당 활동 경력이 없어도 새로운 이미지로 포장하는데 성공한 문국현에게 표를 주었던 것입니다. 이 점은 같은 시기에 치러진 지역 보궐선거 결과와 대선결과의 현격한 대비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다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반성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대위는 엉뚱하게 정파소동을 오히려 부추기고 전면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당을 버리고 나가겠다는 탈당파들이 제기한 "특정 정파의 종북주의, 패권주의"가 당 활동의 심각한 장애였다고 진정으로 생각하는 당원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설사 그것이 문제라 해도 당내 토론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당을 생짜로 파괴하자는 분열주의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어디 있겠습니까? 현대사회에서는 주장만이 능사가 아니라 거기 합당한 근거자료와 과학적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오늘 당내에서 특정 정파에 대한 공격논리는 거의 매카시즘 수준의 매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선결과가 나쁘게 나왔으면 거기 대해 냉정하게 반성하고 함께 머리를 모아 당을 살려나갈 방도를 찾아야 할 때인데, 그 기회를 틈타서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객관평가도 없이 정치선동을 앞세워 당의 소란을 극대화시키고 당을 깨자고 하는 세력들은 아무리 그 심정을 이해하고자 해도 오늘 민주노동당 위기의 장본인들이며 "당면한 최대의 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심동지가 이끄는 비대위는 이런 세력들과 명확히 선을 긋고 당을 지키는 길에 앞장서기를 진심으로 간청합니다. 비대위가 오히려 당의 분열과 파괴를 조장하고 당내 정파갈등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당을 이끌어간다면 이는 민주노동당에 삶의 희망을 걸고 청춘과 재산을 민주노동당에 바쳐온 수많은 당원들의 의사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며 한국사회 진보운동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단결의 가치는 소중한 것입니다.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하면서 단결을 하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단결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행태입니다. 지난 최고위원회가 비록 부족했지만 당의 단결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노력해왔다는 점은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길게는 10여년, 짧게는 7년이 넘는 당 활동의 경험과 지혜가 있습니다. 심동지가 너무 의욕만 앞세워서 당을 오히려 파란으로 몰고 가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당내 각계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진정으로 당이 어려운 때 당의 자원을 하나로 모아 총선을 승리로 돌파하는 멋있는 비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대선에 실패했지만 권영길 동지나 문성현 동지 같은 당지도자들에게도 심 동지가 함께 상의하며 당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간 심 동지 발언에서 심동지가 권영길 동지에 대해 총선불출마를 요구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권 동지는 이미 백의종군을 선언한 마당이고 총선출마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권 동지께 맡기는 것이 다원성을 존중하는 당 원리에도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동지가 헤아려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당을 맡아서 분투하는 동지에게 너무 쓴 소리를 앞세운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당이 잘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심 동지나 나나 당을 세우고 세상을 바꾸는 길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입니다. 인노련, 서노련 활동의 경험은 내 청춘의 시기에 잊을 수 없는 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지점에서 심 동지를 근본적으로 믿습니다. 모쪼록 심동지가 당 앞에 산적한 어려움을 지혜롭게 잘 해결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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