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22일' 마감…'진인사대천명'

청계천에서 명동에서…'뜨거운 호소'

22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막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혼전 없이 비교적 밋밋하게 진행됐다는 평가 속에도 결전을 하루 앞둔 각 후보들은 18일 저녁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명박 청계천서 피날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날 저녁 자신의 대권도전 발판이나 다름없는 서울 청계천에서 마무리 유세를 가졌다.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화려하게 열린 '국민성공시대 선포식'은 마치 이 후보의 당선 예포를 쏘는 듯 했다. 이 후보의 유세도 어느 때보다 격정적이었지만 내용은 한껏 여유로웠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을 하면서 남으로부터 지탄받을 일은 하지 않았는데 불과 몇 달 사이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놨다"며 "하지만 누가 뭐라고 음해해도 나는 여러분의 지지로 당당하게 당선돼 대한민국을 위해 온 몸을 바쳐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 ⓒ연합

그는 "권력을 행사하러 대선에 나온 게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며 "세계가 자랑할 만한 경제 강국이 되는 게 내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을 향해선 "지금 와서 잘 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잘 할 것 같으면 지난 5년 간이나 잘 할 것이지,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정권교체'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나 찍지 않을 사람은 투표장 안 와도 된다"는 최근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걸 의식한 듯 "내일 투표하러 가라. 혼자 가지 말고 여럿이 같이 가라. 어디 가기로 계획한 사람들도 투표하러 가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동영 "다른 후보 찍으면 이명박 된다"

정동영 후보의 마지막 유세 현장은 서울 명동. 5년 전 노무현 후보와 마지막 유세를 함께 한 곳이다. 정 후보는 이를 상기시키며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 반드시 승리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 마음속에 기적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다"며 "내일 저녁 6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에서 정동영 역전승이라는 자막이 뜨면 모든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표가 흩어지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다"며 "여러분의 손으로 반드시 단일화를 만들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막아달라"고 '사표 방지론'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후보를 찍으면 이명박 후보를 찍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걸 원치 않으면 표를 한 군데로 모아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는 앞선 대학로 유세에선 "경제 분위기를 확 바꾸기 위해 경제 대사면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70만 신용불량자들에게 제2의 경제인생을 열어주겠다"며 "그동안 대기업을 살리고 남은 잉여자금 10조원으로 중소기업과 신불자 구제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박근혜 '삼고초려'도 실패…정근모와 정책연합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이날 저녁 6시 40분 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지난 14일, 17일 밤에 이어 세 번째 찾은 '삼고초려'였으나 박 전 대표의 냉담한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출타 중이라는 자택 관리인의 전언에도 이 후보는 집앞에 서서 박 전 대표를 기다리기까지 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왔다"며 "박 전 대표도 나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을 알 것"이라고 앞서 제안한 '공동정부 구상'에 대한 러브콜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와 동행한 이채관 수행부장이 박 전 대표 측에 두 차례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박 전 대표로부터 이렇다 할 언급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세 번째 방문마저 싸늘하게 거절한 이 후보는 7시 35분 께 자리를 떴다.

박 전 대표에게선 '문전박대' 당했지만 이 후보는 곧바로 도산공원에서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와 정책연대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 후보는 후보 사퇴 시한이 지난 점을 감안해 "건전한 세력이 하나로 뭉쳐 선거혁명을 이루어야 대한민국을 정의와 도덕이 바로 서는 나라로 만들 수 있다"며 사실상의 단일화를 선언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정 후보가 뜻을 같이 한 것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권영길 "총선 종잣돈을 마련해 달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마지막 유세를 명동에서 마감했다.

권 후보는 "내일 대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권영길이 당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표는 내년 총선의 종잣돈이 될 것이다. 부패 수구권력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하고 선명한 진보야당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민노당이 없었으면 삼성특검,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단어는 없었을 것"이라며 "민노당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키워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구보수와 사이비 개혁세력 일색인 이 정치판에 제대로 된 서민의 호민관 30명이 필요하다"며 "내일 저에게 300만 표를 준다면 다음 총선에서 30명의 국회의원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의 투기의혹으로 시작해 비리의혹으로 마쳤다"며 "정책과 비전이 어디에 있었느냐"고 선거전 전반을 비꼬기도 했다.

문국현 "정동영 찍는 게 사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서울 종각에서 유세를 마무리했다. 부산과 대구를 거친 문 후보와 광주와 익산을 거친 정범구 선대본부장이 대전에서 만나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 인(人)'자 유세의 화룡점정.

문 후보는 "승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한 대통령이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깨끗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발전한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그는 "검은 돈, 검은 경제의 대명사 이명박 후보의 조작된 시간은 끝났다"며 "경제와 환경, 교육, 일자리 등 모든 분야에서 경험이 있는 문국현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문 후보는 또한 "중소기업을 살려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며 "2000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희망찬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 측의 막판까지 이어진 단일화 압박에 대해 정범구 본부장은 "통합신당은 연정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라며 "정 후보를 찍는 것이 사표에 해당한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이인제 "맨주먹으로 싸웠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이날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도와 충청권 일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BBK 동영상과 관련 이명박 후보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미국의 닉슨 대통령에 비유하며 "이 후보의 얘기가 거짓말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도 "국정이 파탄나고 IMF보다 더 혹독한 불경기를 불러온 노무현 대통령의 추종세력"이라며 "서민, 중산층을 다 죽게 만든 통합신당은 마음에서 지워달라"고 맹공했다.

이 후보는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정말 외롭고 힘들게 싸웠다. 맨주먹으로 싸운 당원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등 단일화를 압박하며 곁을 떠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만감을 표하기도 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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