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기계가 공수되어 모든 퇴로는 이미 굵은 쇠파이프로 봉쇄되었고, 빈 카트들로 세웠던 벽은 경찰특공대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자비하게 끌어내 차에 던져 넣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한 경찰특공대의 적(敵)들은 무장도 하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전원 연행된 168명의 농성단, 지나가다 그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과 어쩌면 출동명령을 받고 건물을 마주한 20대 초반의 전투경찰들에게도 도전할 수 없는 공권력의 막강한 힘을 확인한 하루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
반대여론의 힘이 크면 클수록 강해지는 공권력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한 이랜드 사태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비정규직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이랜드 노-사 문제만이 아닌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전사회적 차별의 의미들이 담겨 있는 건 사실이다.
직종전환, 해고, 외주용역화 등 이랜드 매장 안에서 벌어진 고용불안의 문제는 모든 산업현장의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 나아가 취업희망자에게까지 해당되는 노동인권의 위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역을 가리지 않은 진보운동 진영이 총집결한 것은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만 이번 사태가 과연 비정규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세(勢)가 만만치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각계각층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싸워온 것은 비정규직법이 입법 예고되던 2004년부터다. 이 같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법 시행 계획을 착착 진행시켜 왔다.
최근 통신비밀보호법, 사학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반대여론에 상관없이 놀라운 속도로 통과되고 있다. 이미 한미 FTA 반대, 금속노조의 파업투쟁에서 경험한 것처럼 집회의 자유는 정부가 결재해야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공권력의 공격성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반대 여론이 크면 클수록 신중하기는커녕 더욱 더 막강한 힘으로 누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속... 또 구속...
작년 '일심회' 사건 이후 사진작가 이시우씨, 인터넷 중고서점 미르북, 전교조 등 국가보안법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학생운동진영에서도 4월에서 6월까지 14기 한총련 의장인 장송회씨 등 3명이 구속됐고, '학생운동배후조직사건'과 관련해 2명이 구속된 상태다.
또한 최근 '북한 원전'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진보운동가' 김익씨(고려대 '93, 33세)가 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체포, 구속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긴급조치' 의 부활이라고까지 얘기되고 있을 만큼 양산되고 있는 구속 사건들은 시민/노동운동계도 다르지 않다.
한미FTA 범국본 오종렬, 정광훈 공동대표의 구속에 이어 금속노조 인천지부 염창훈 지부장,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권재현 수석부지부장이 구속 수감되었고, 금속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주도했던 지도부 전원 및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27명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민주노총 사무총장 연행(7일 석방), 전농, 전빈련 등 무조건 잡아 가두는 양상은 '민중운동 진영' 전체로 확산되어 갔다.
한미FTA 관련 사안만이 아니다. 지난 16일엔 이젠텍 집회 건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던 민주노총경기본부 이상무 본부장과 김한수 조직국장 역시 전격 구속 처리되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도 아는 사이다. 경기지역차별철폐대행진에 참가해 경기지역의 시민/인권단체와도 연계를 맺으며 활동할 만큼 오래 동안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사회 운동을 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젠텍 집회에서 직접적인 폭력이나 물리력을 행사한 적이 없는데도 경찰은 잡아 가두는 일에만 급급했다.
구속되는 것은 정치적 권리
노조 지도부 구속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30일부터 12일 동안 평화적인 농성으로 임단협이 체결된 경기서부건설노조의 목수파업 투쟁 건에서 보여준 국가기관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0년 동안 오르지 않은 임금문제로 노사가 합의해 마무리된 사건에 대해 경찰은 노조지부장과 산업안전보건부장을 각각 구속기소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측이 파업기간 중 진행했던 고소 고발을 취하하려던 업체 관계자를 협박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뿐이 아니다. 구속수사의 알리바이라도 세워두려는 것인가. 뜬금없이 검찰로부터 노조 사무실 수색영장이 떨어졌다. 집행하려던 형사는 노조원들의 항의 몇 마디에 볼일 다 봤다는 듯 되돌아가버린 사례도 확인되었다.
불가피한 폭력사태가 발생한 집회에 대해 경찰 측이 방관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사회운동가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립적 개입이나 원칙적인 조사가 아닌 강력범죄자를 다루는 수준으로 격상(?)되었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경우 '영장 청구->실질심사->구속적부심판'의 과정을 거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아무쪼록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몇 번이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구속 사건의 당사자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길게는 수십 년을 활동해온 사회운동가들로 도주할 하등의 이유나 인멸할 증거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당당하게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살아온 십 수 년을 유치장에서 돌아봐야 하는 일이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이 되고 있다. '법은 최소한'이라는 말은 어느새 그들과 그들 가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평택 대추리/도두리 마을의 미군기지확장반대투쟁에서의 무력 진압 및 불법 불심검문, 하중근 열사 사망, 한미 FTA 반대 집회 기자단 폭행 사건, 한화 보복폭행 등으로 충분히 비난받아온 경찰이다. 일련의 정치적 탄압사건들이 과연 검/경만의 외로운(?) 전쟁일까.
한미FTA, 이랜드 사태, 그리고 노동기본권쟁취의 구호가 들려오는 현장에서 구속되고 있는 당사자는 사회ㆍ노동운동이요, 시민ㆍ정치적 권리이다.
군사정권에도 볼 수 없는 공안탄압
898명과 966명. 이 두 개의 수치는 참여정부 들어 생겨난 양심수와 구속 노동자의 수를 가리킨다. 지난 1993년이후 들어선 어느 정권보다 참여정부에서 구속 노동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기간에 구속된 양심수 가운데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회운동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에 관한 법률보다는 주로 업무방해, 집시법,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이다.
그마저도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두는 수밖에 없어 무엇이 죄가 되고,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은 의미가 없어졌다. 늘어만 가는 양심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담당판사에게 석방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내는 일 뿐이다. 하지만 전국각지, 각계각층에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탄원서 뭉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은 쓰레기통으로 가고 있다.
구속된 노동자들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또한 일자리를 빼앗긴 해고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그 약자중의 약자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가고 있다. 풀려나는 것은 재벌 총수와 정치인들이다.
사회적 약자는 한쪽으로 치워지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둬지고, 저항하면 할수록 정권 말기의 노무현 정부는 더 큰 힘으로 억누르고 있다.
민주주의의 민(民)과 민의(民意)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2007년, 우리는 군사정권의 긴급조치 제 10호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는 만큼 끔찍하다.
감옥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서도 짊어질 역대 정권 최대 양심수 898명, 구속노동자 966명...양심을 감옥에 가두는 일, 지금 당장 멈추길 당부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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