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뛰어 넘는, 인간의 감성으로!"

[뉴스메이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올리버 스톤 감독을 만나다

9.11을 다룬 화제작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올리버 스톤 감독이 내한했다. 올리버 스톤은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국 언론과 첫 만남을 가졌으며 프레시안과는 별도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올리버 스톤의 한국방문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적으로는 매년 한번꼴로 한국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버 스톤은 10년전 한국 여성인 정선정씨와 결혼을 해, 현재 10살된 딸을 두고 있으며 딸에게 한국을 알려주기 위해서 비공식적으로 자주 한국을 찾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따라서, 한국과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으며 특히 한국영화를 거의 다봐왔다고 말했다. 특히 박찬욱, 허진호 등 한국의 중견 감독들의 작품에 큰 관심을 나타냈으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올리버 스톤 감독은 그동안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플래툰>(1986)과 <7월 4일생>(1989), 미국의 두 역대 대통령을 다룬 〈JFK〉(1991), <닉슨>(1995) 등을 연출, 할리우드내 가장 진보적인 감독이자 정치성이 강한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던 인물. 미국의 민감한 현대사를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직설화법으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새영화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그런 올리버 스톤이 '9.11테러'를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큰 화제를 모아왔다. 그러나 이번 영화만큼은 정치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인간의 가치'와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휴먼 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졌을 때 매몰된 두 명의 구조요원에 초점을 맞춘다. 두 구조요원과 가족들의 절박함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이 사건의 정치적, 역사적 평가를 관객들에게 맡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기자회견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만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얘기를 종합한다. - <플래툰>이나 〈JFK>, <7월 4일생> 등 당신의 전작들을 떠올렸을 때,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9.11을 이야기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뜻밖이다. "내 영화는 사실 언제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려졌다. 〈JFK>만 해도 가족의 얘기로 케네디 암살사건을 풀었다. <7월 4일생>은 베트남 전쟁에 휘말린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한 영화다. <닉슨> 또한 권력을 배경으로 한 음모론이라기보다 닉슨의 내면으로 들어간 휴먼 드라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두 인물을 내세워 9.11을 다뤘을 뿐이다. <플래툰>은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기자들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논할 수 밖에 없겠지만, 내 영화를 무조건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위기에 닥친 사람들의 용기와 희망을 다룬 작품일 뿐이다. 9.11 이후 세상은 더욱 어두워졌으며 더욱더 정치적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모두 테러의 공포에 전염돼 있다. 지금의 사람들보다 오히려 9.11 당시 그 참혹한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이 두려움 대신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물론 베트남전을 다룬 <플래툰> 이후 동일한 소재의 영화 <7월 4일생>을 만들었던 것처럼 나중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는 다른 관점의 9.11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영화를 보면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을 재현하지 않고 당시 뉴스 장면을 사용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빌딩 내부에서 체험한 것을 그리고 싶었다. 빌딩에 들어간 구조요원 3,000명 중 20명만이 구조됐다고 들었다. 실제로는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건물의 잔해에 매몰된 존 맥라클란(니콜라스 케이지)과 윌 히메노(마이클 페냐)는 빌딩이 무너진 것을 몰랐다. 영화의 3분의 1은 실제 세계무역센터빌딩이 있었던 주변에서 촬영을 했었고 나머지는 LA 세트에서 촬영했다. 사실 실화인만큼 영화적 표현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9.11을 다룬 다른 영화들을 보았나? <루즈 체인지>나 <플라이트 93>과 같은. "모두 재밌게 봤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은 주관적 시점의 다큐멘터리이고, 폴 그린 그래스의 <플라이트 93>은 극영화지만 다큐와 같은 형식을 띠고 있어 흥미로웠다." - 일부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9.11 사건에는 음모론이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테러로 인한 이익을 누가 얻었는지 생각해보면 더욱 분명하다. 테러리스트들은 목적을 달성하고 이익을 얻었다. 알 카에다는 9.11테러뿐 아니라 9.11 이전의 여러 테러와도 연관돼 있다. 9.11 음모론자들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9.11당시보다 지금 현실이 더 끔찍한 상태다. 테러와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미국의 경제는 더 나빠졌다. 미국인들은 테러방지 명분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고 있다. 누구나 파멸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음모론은 9.11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힘이 막강해진 9.11 이후 상황에 있다.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은 9.11을 이용했다. 이라크에서는 이들이 주도한 백주대낮의 음모론이 펼쳐졌다. 미국정부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로 인한 이익은 당연히 미국정부가 얻었다. 우리는 9.11 음모론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의 음모론을 직시해야한다." -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는 어둠과 밝음이 공존한다. 절망적인 상태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올리버 스톤 감독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운데 일부는 이번 당신 영화가 다소 '우파적'이고 '미국적'이라고 생각한다. 좀 길게 물어보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존 맥라클란이 보이스 오버가 나온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인간의 두 얼굴을 보게 됐다. 악한 면과 선한 면. 우리는 앞으로 선한 면을 기억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주인공의 이 독백에서 '악한 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와 무슬림 근본주의자들만을 가리키는 말인가, 아니면 그같은 테러가 가능했던 모든 정치적 원인까지를 가리키는 말인가. '모든 원인'이라는 말에는 미국의 잘못된 패권주의적 정치행태의 의미까지 포함돼 있다. 자, 과연 어떤 쪽인가? "당시 사건이후 존이 느꼈던 그대로를 전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도 존과 윌은 그 사건을 겪으면서 인간의 악한 면보다는 선한 면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음...어쨌든 거기서 얘기한 악한 면은 테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내 생각에 테러는 정말 끔찍한 행동이다. 알 카에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러가 아니라 보다 정치적인 행동 혹은 군사적인 행동을 취했어야 옳았다. 이렇게 무작위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런 행동은 알라든 부처든, 예수든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이건 분명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알 카에다에 복수를 하기 위한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옳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이라크전이 옳은 것은 아니다. 이 둘은 매우 다른 얘기다. 이라크는 9.11과 관계가 없다. 이건 미국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며 있어서는 안될 전쟁이었다." -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얘기하는 휴머니즘은 '미국 안에만'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은, 당신의 전작에서 보다 코스모폴리탄적이었다. "나는 그래서 영화에서도 아메리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쓰나미의 피해자든, 마드리드 폭파사건의 피해자든, 그 어떤 재앙과 테러행위, 전쟁의 피해자든 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위기와 난관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테러리즘은 질병이자 바이러스다. 테러리즘가 맞서 싸워서는 안된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맞서 싸운 테러리즘을 우리가 극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저지른 테러행위의 경험이 있다. 영국은 IRA로부터, 스페인은 바스크 분리주의자로부터, 프랑스 역시 아랍 근본주의자들로부터 테러를 경험했다. 그러나 당신들을 포함해 모두는 그들의 그같은 행위에 조용히 맞서왔다. 그것이 옳은 방법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그걸 왜 지금의 미국과, 지금의 이스라엘은 배우지를 못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마치 9.11 이후에야 테러가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테러의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미국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아이젠하워나 루스벨트, 혹은 요즘의 엘 고어같은 사람이었다면 얘기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 한가지만 더 묻겠다. 영화속 해병대 캐릭터는 꼭 필요했다고 보는가. 그 캐릭터때문에 영화가 다소 '우경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의도된 캐릭터라이징인가? "이 영화의 모든 인물, 에피소드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물론 그 해병대 역시 실재인물이다. 그 해병대의 생각과 행동은 어쩌면 당시 미국인들이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든 복수를 생각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정당성을 얻었던 건 그때문이다. 그 복수에 대한 생각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어쨌든 난 그 캐릭터를 내 식으로 해석하거나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난 그 인물과 행동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그것에 대한 가치평가는 보는 사람들의 몫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해병대 역의 인물은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가 아니다. 주변 캐릭터다. 만약에 그 인물을 통해 이념적인 부분을 강조하려 했다면 조연이 아니라 주연급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거기에서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촬영 현장의 올리버 스톤 감독 ⓒ프레시안무비
- 그렇게 두 인물에게만 이야기의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사연이 가장 힘있는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고전적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극적인 생존과 이를 통한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마 예전 미국의 명감독들인 윌리엄 와일러나 존 포드도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 한국에서는 당신의 영화가 늘 인기가 있다. 거기에 비하면 너무 늦게 한국에 왔다. 한국방문의 소감을 말해 달라. "이번 영화의 프로모션을 위해 독일, 러시아, 일본 등 7개국을 방문했다. 한국이 마지막 나라다. 오늘이 내 60세 생일인데 아내의 고국 한국에서 생일을 맞게 되어 무척 기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있는 그대로 내 영화를 봐주길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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