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부분 감독들의 얘기는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에게 이런 감독들은 인기가 없다. 반대로 핵심적인 얘기를 골라하면서 기자들을 웃게 하는 감독도 있다.
호주를 16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그런 스타일이다. 히딩크 감독은 23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취재진의 배꼽을 뺐다. 기자회견장의 엔터테이너라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인터뷰 도중 히딩크 감독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히딩크 감독은 휴대전화를 보더니 "어머니한테서 온 전화네요"라고 말해 기자회견장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1분 정도 지났을까. 히딩크 감독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다시 울렸다. 히딩크 감독은 "미안합니다. 진동 모드로 바꿔야겠네요"라고 말했다. 곧이어 인터뷰 진행 요원이 컵을 떨어뜨렸다. 이 순간 히딩크 감독은 "괜찮아요, 그건 (나에 비하면) 약과죠"라고 말해 다시 폭소가 터졌다.
히딩크는 인터뷰를 끝마치는 순간까지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해리 큐얼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자 히딩크는 "오늘 너의 플레이가 좋았다고 했으니 마음 푹 놓고 인터뷰를 즐겨라"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우스갯 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뼈있는 말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호주 선수들의 정신력이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선수들에게 16강의 공을 돌렸다. 그는 "호주 선수들은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싸우는 사자의 심장(Lion's heart)을 지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만난 한 러시아의 기자는 "경기 도중 열렬히 호주를 응원했다"고 말해줬다.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히딩크가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가기 때문이다. 4년 전의 기억을 아직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적지 않은 한국 팬들도 히딩크 때문에 호주를 응원한다. 히딩크 감독은 호주는 물론이고 한국, 러시아에서도 응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경기 중에는 냉정한 승부사였다가, 인터뷰 때에는 재담가로 변신하는 히딩크 감독의 매력은 한국과 호주를 거쳐 벌써 러시아에까지 전달된 것 같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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