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백의 장점, 수비형 MF가 극대화한다

'대표팀의 진짜 일꾼' 김남일-이을용-이호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월드컵을 향한 출사표를 "중원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현대 축구에서 허리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성격을 보면 매우 중요한 말이다. 실제로 아드보카트 감독이 포백 수비를 시도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수비수들도 소속팀 등에서 어느 정도 포백에 적응이 돼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본다.

포백을 탄탄하게 하는 것은 중앙 수비수들의 유기적 호흡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측면 수비수가 비운 자리를 어떻게 미드필더들이 메우느냐와 중원에서 얼마나 강한 압박을 해주느냐가 포백의 성패를 가른다. 포백 라인의 힘으로만 상대의 날카로운 창을 무디게 하기엔 무리가 많이 따른다.

지난 2월 1일 덴마크와의 평가전 이후 나타난 전술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덴마크는 한국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한 뒤 생기는 빈 자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힘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한국 특유의 압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를 2~3명의 선수가 에워싸는 협력수비를 장점으로 하는 한국이 덴마크의 조직축구에 당한 셈이다.

스위스 전의 예비고사 성격을 갖고 있었던 덴마크 전에서 직접적인 실점 요인은 좌우 윙백들이 오버래핑한 뒤 수비로 돌아오는 속도가 늦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보면 미드필더들이 이 빈 공간을 적절히 커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격조건이 뛰어난 덴마크는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한국을 괴롭혔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의 각본처럼 미리 계산된 패스들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 청소년대회에 출전했을 때 한국과 맞붙었던 스위스 팀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패스를 보는 듯했다. 패싱 게임을 하다 순간적으로 한국 수비의 공백을 보고 찔러 주는 전진 패스에 한국은 속수무책이었다.
▲ 아드보카트호의 숨은 일꾼 이호와 김남일. ⓒ연합뉴스

그 뒤 아드보카트호는 달라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쓰면서부터다. 이른바 '더블 보란치(볼란테)'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김남일과 이호에 중책을 맡겼고, 전체적인 대표팀의 수비 안정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포백 라인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질 때 이 두 선수는 그 자리를 메웠고, 수비수들이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부터 김남일의 전투적인 몸싸움과 강한 승부욕은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낳게 했다. 김남일과 호흡을 맞추는 이호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이호는 매사에 적극적이었고, 1대1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독일 월드컵에서 이호는 이을용과 번갈아가며 경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험과 공격적인 면에서는 이을용, 패기와 높이라는 면에서는 이호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아직 이른감은 있지만 조별 예선 첫 경기인 토고와의 경기에서는 경험에 무게를 둔 용인술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반드시 승점 3점을 이 경기에서 따내야 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패스와 프리킥 능력을 갖춘 이을용의 선발 출장이 유력하다. 한편 프랑스 전에는 이호의 선발 출장이 적합하다는 느낌이다. 마켈렐레, 비에이라가 중원에 포진하고 있는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미드필드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하면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앙리를 막는 것보다 앙리를 향해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드필드에서 철저한 압박으로 프랑스 미드필더들의 행동반경을 줄여야 한다. 이호가 이 부분에는 적임자가 될 것으로 본다.

때로는 거친 파울을 해서 상대 공격을 미리 저지할 필요가 있는 위치가 수비형 미드필더다. 김남일, 이을용에 비해 경험이 적은 이호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호는 지난 4월 K리그 경기에서 고의적인 태클로 퇴장 명령을 받은 뒤 공개 사과를 했다. 독일 월드컵을 가기 전에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은 또 다른 진공청소기 이호에게 보약이 됐을 것이다.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 가려면 경기 초반에 골을 내주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백 수비에게 모든 책임을 맡길 수 없다. 중원에 포진된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순간적으로 수비진의 빈 자리를 커버해야 한다. 그래야 좌우 윙백들의 과감한 공격가담이 빛을 발할 수 있다.앙리(프랑스), 아데바요르(토고), 프라이(스위스) 등 '킬러'들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들이 편안하게 공을 잡게 하면 끌려가는 경기가 될 수 있다. 미리 그들을 목표점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무디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14일부터 시작되는 대표팀 소집훈련을 통해 한국이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조금 더 안정된 포백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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