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분단 60년 남북 정당교류의 물꼬를 트다"

<민노당 방북기>"5년 기다리고 1년 준비한 평양 방문"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천영세 원내대표 등 방북대표단이 4박5일간 일정을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했다. 북한 조선사회민주당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북은 분단 이후 첫 남북 정당간 공식 교류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내심 기대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번 방북을 계기로 민노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내년 다시 북한과 남한을 오가기로 하는 등 성과를 남겼다. 민노당이 내년초 대규모 방북단을 구성해 다시 평양을 방문한 뒤 조선사회민주당 지도부가 서울을 답방하기로 합의했다.

<프레시안>은 이번 방북대표단으로 평양을 다녀온 이정미 최고위원(자주평화통일위원장)의 방북기를 싣는다. <편집자>

***"평양은 도시 전체가 개보수 사업 중"**

5년을 기다리고 1년을 꼬박 준비했다. 지난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당교류는 이제 막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이 그 물꼬를 텄다. 우리는 이번 정당교류가 단지 두 정당 간의 만남에 머무를 게 아니라 남북 제 정당, 정치인 간의 교류 확대로 이어지고 국회 교류의 밑돌을 놓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평양에 다녀왔다.

평양은 도시 전체가 개보수 사업에 한창이었다. 특히 낡은 아파트의 리모델링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는 기계 장비가 전혀 없이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이런 작업이 진행될 만큼 평양이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평양은 조선노동당 창건 60돌을 기념하는 집단대체조 '아리랑' 공연으로 분주하다. 7만 명이 출연하는 이 공연을 위해 광장 곳곳에는 한낮에도 시민들이 운집해 있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우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 북은 핵보다도 강한 무기를 가졌는데 그것은 인민들의 일심단결"이라고 말했다. 이 아리랑 공연이 북한 내에서 '일심단결'을 조직하고 대외적으로 그를 과시하는 데에 의미를 갖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묘향산 계곡물은 남쪽 대표단의 탄성을 절로 자아낼만큼 맑고 투명했다. 심상정 의원은 계곡물을 손에 받아 목을 축이고는 북의 안내원에게 "이렇게 지켜주어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안내원은 "보통 명산에는 하늘에 사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며 "그러나 생전에 이곳을 찾은 김일성 주석이 동지들과 목욕을 하며 '우리가 선남'이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민주노동당 남성 대표들이 오늘 선남이 됐다"고 답례를 하기도 했다.

***"北, 현충원 방문에 대한 남한 국민들 반응에 큰 관심"**

지난 8.15 남북공동행사에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방문한 것과 관련, 북측 인사들은 남한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큰 관심을 보였다. 자신들의 현충원 방문이 남북간 화해와 통일로 나가는 데 최대한의 성의를 표한 것으로 이해되기를 바랬다.

이번 민주노동당 대표단은 남한 정당 최초로 북한의 애국열사능에 참배했다. 애국열사능은 남측의 국립묘지 같은 곳이다. 이 곳에는 지난 19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가했던 대표들을 포함해 북의 주요인사들과 5명의 비전향 장기수 선생 등의 묘지가 있다. 북한 대표단이 현충원을 방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분단 역사에 새겨진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남한 정부당국, 정당 정치인들의 발길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첫 발자국을 새기고 왔다.

평양의 음식은 시종일관 우리를 즐겁게 했다. 대표단 중에 미식가가 여러 명 있었는데, 특히 냉면 마니아가 세 명 있었다. 이들에게 평양 옥류관 냉면은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 식사시간 중 재미있는 논쟁이 있었다. 북측에서 '낙지'요리라고 내놓은 음식이 오징어 요리였다. 북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처음 안 대표단원 몇 명이 "오징어를 오징어라 부르지 못하고, 낙지를 낙지라 부르지 못한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지금 남과 북이 겨레말 큰사전 작업을 함께 추진 중인데 남북간의 '오징어와 낙지 논란'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남한에 조선사민당 유령정당 아니라고 꼭 전해달라"**

평양 방문 사흘째, 북한의 결혼식을 구경할 기회도 있었다. 우리가 숙소로 이용했던 고려호텔에서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은 고려호텔 엘리베이터 안내원, 신부는 식당 안내원이었다. 그들은 결혼식 전날까지도 우리를 접대하며 일을 했다. 결혼식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곱게 차려 입은 신랑신부가 기념촬영을 하는 정도의 간단한 의례로 치러졌다. 요란하지 않은 소박한 출발이지만 남쪽의 사람들이 함께 축하할 수 있어서 기쁜 시간이었다.

이어 우리를 초청한 조선사회민주당사를 방문했다. 조선사민당 김영대 당 대표는 우리에게 "남쪽에서 사민당이 유령정당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진다던데 꼭 우리 당사에 들렀던 이야기를 전하며 그 당이 실체가 있더라고 전해달라"고 말해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이날 양당간 회담과 토론회는 단순한 우정을 뛰어넘어 남과 북의 정당 정치인을 잇는 노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당 대표단은 25일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만수대의사당을 찾았다. 김 위원장을 면담하기 전에 당 대표단은 본회의장을 먼저 들러 본회의장 대의원 좌석에 앉아볼 기회가 있었다. 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의 의원들은 매우 감회가 깊은 듯 했다. '하루 빨리 한자리에 모여 앉아 국정은 논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교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밑돌"**

지금 한반도는 완전한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동당은 아직도 원내 10석의 제3당이기 때문에 이번의 양당회담과 최고인민회의 방문이 곧바로 정치적 결실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방북과 그 가운데 이뤄진 진지한 논의들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본다. 1948년 정당, 정파를 떠나 민족 분단의 위기에 함께 힘을 모아나갔던 때처럼 이번에 놓은 남북간 정당 교류의 밑돌 위에 남한의 정치인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커다란 새 집을 지어나가길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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