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전 지명자에 이어 두번 연속 총리인준안이 부결됨에 따라 정국은 파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찬성 112표는 공교롭게도 민주당 의석수와 똑같은 숫자로, 이날 표결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 뿐아니라 무소속 의원까지 거의 전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잇따른 총리인준안 부결 소속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단 "안정적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후임 총리 인선은 다시 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표결 직후 한나라 민주 양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모든 것은 한나라당의 오만 때문이며, 한나라당이 도덕성을 문제 삼아 부결시킨 만큼 대통령후보 도덕성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를 겨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적절한 인사를 지명한 청와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며, 조속히 후임을 임명하라"고 청와대로 화살을 돌렸다.
***인준반대 여론 의식, 여성표 이반도 신경 써**
표결에 앞서 한나라당은 28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부결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장 지명자의 도덕성과 국정수행능력 등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남 대변인은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 토론에서 이경재 의원과 안영근 의원은 '청문회 결과 장 지명자의 도덕성 등에 문제가 많은 만큼 떳떳하게 당론으로 부결시키자'고 제안했고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없었다"면서 "이에 따라 서청원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 당3역 회의를 열어 총리 지명자 인준안을 부결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자유투표' 쪽으로 결론을 내릴 방침이었지만 오후 들어 당내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인준안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55.3%로 찬성론 25.3%의 두배를 넘는 등 국민여론이 인준 반대 쪽으로 쏠리고, 특히 이번에 통과시킬 경우 장상 전 지명자와의 차별을 들어 여성계가 한나라당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의 상황판단에 따라 부결 당론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표결 참여여부 논의**
한편 한나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임명동의안 부결 방침을 못박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 퇴장함으로써 표결이 지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개회된 지 10분 후인 오후 2시 40분께 정회를 요청하며 본회의장에서 일제히 퇴장, 긴급 의원총회를 가졌다. 그러나 의원총회 결과 당당하게 투표에 임하기로 결정하고 회의장에 입장, 3시 35분부터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총리인준안 찬성으로 당론을 정한데 이어 오후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이날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쇄신파 의원인 신기남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장상 총리 인준안 처리때 민주당에서 40여표의 이탈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번엔 정말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별다른 이견 없이 찬성론 쪽으로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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