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아파트보다, 자유로운 '골방'으로!

[프레시안 books]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

십여 년 전 설계사무소에 다니던 때, 점심을 먹고 우르르 편의점으로 몰려가서 철 이르게 내 놓은 청색과 흰색의 해변용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자꾸만 눈앞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아이스 바의 손잡이 막대, 떡과 어묵을 끼웠던 꼬치 등등, 이건 분명히 2층에서 아이가 장난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눈을 들고 보았더니 의외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심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어지러운 전깃줄 위에 까치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한 마리의 입에 물린 것은 나무젓가락, 또 한 마리의 입에 물린 것은 아이스 바의 막대인 것이 전깃줄 위에 집을 지으려는 모양이었다. 대개 까치는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나무 위에 집을 짓는다. 그런데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제비는 전깃줄 위에 나무젓가락으로 집을 짓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까치가 애써 물어다 놓은 나무젓가락은 미끄러운 전깃줄 위에 지지되지 않았다.

그때 나는 결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던 신혼이자 전세기간의 만료를 앞둔 세입자이기도 했다. 신혼부부라고 선심이라도 쓰듯 시세보다 싼값에 전세를 주었던 주인은 이번에 분명 계약금을 올려 달라고 할 것이다. 어쩌면 집을 비워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신도시로 이사를 가야 하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서울의 하늘 아래 살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라는 생각에 전봇대 위 두 마리의 까치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때는 정말 사당동에 구한 방 두 개짜리 아파트도 감지덕지여서, 단칸방이라도 좋으니 이사 걱정이 없는 내 집이 갖고 싶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할까. 욕심을 채우기 위한 공간이 아닌 생활을 담기 위한 최소한의 집은 어떤 집일까, 라는 의문은 젊은 시절 내내 떠나지 않던 화두였다.

모든 원시 주거의 특징은 목재로 나무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풀이나 짐승 가죽을 덮어 만든 형태로 귀착된다. 그 한가운데 불을 피우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버지가 사냥해 온 토끼에 어머니가 채집해 온 도토리와 버섯을 구웠으리라. 집 한가운데 피웠던 불은 실내 난방과 조리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는 부엌이었고, 따라서 최초의 집은 부엌과 방이 구분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밥을 먹는 부엌과 잠을 자는 방, 이것이 바로 집의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공간이다. 그 후 공간이 더 넓어지면서 방과 부엌을 칸막이로 구분하고, 한두 개의 침실을 덧붙이고 나아가 거실이나 기타 공간을 부가해 나간 것이 집의 발달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로이드 칸 지음, 이주만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한스미디어
'내가 삼십 년 전 너희 엄마와 결혼할 때 단칸 셋방에서 이불 한 채에 냄비 두 개를 걸고 살림을 시작했다'라고,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아버지의 말 역시 이 사실을 증명한다. 이불 한 채가 놓인 방, 냄비 두 개가 걸린 부엌이 바로 최소한의 주택이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결국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은 동일하다는 것을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로이드 칸 지음, 이주만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이 보여주고 있다.

책은 자유와 독립을 갈망하는 몽상가, 예술가들이 스스로 건축가가 되어 땅 위, 바퀴 위, 나무 위, 물 위 등에 직접 지은 집을 만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2년여에 걸쳐 전 세계에서 작은 집을 직접 짓고 살아가는 수많은 집 지은이의 글과 사진 자료들을 직접 모아, 벽돌을 쌓아 올려 집을 짓듯 책을 지었는데, 그들의 진솔한 경험과 생생한 건축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땅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바퀴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건축가가 지은 초소형 주택, 조립식 주택, 천연 재료로 지은 초소형 주택, 나무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주거용 차량, 물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등의 여덟 장으로 구성된 책에 소개된 250여 채의 집들은, 생활을 담는 데는 그리 큰 집이 필요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혹은 가족과 함께 살든 간에 그 작은 집에는 스프를 끓이고 집안을 덥히기 위한 하나의 부엌과 하나의 침실이 있으며, 바로 그것이 삶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작은 집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도심의 화려하고 커다란 집에서 살았지만 작은 집에 살기로 결정하면서 많은 것들을 버려야 했다. 그 이야기를 태미 스트로벨(85쪽)은 차분히 들려준다.

"5년 전 우리는 도시 근교에서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았다. 막 결혼을 한 우리는 찬란하게 반짝이는 결혼반지를 끼고 침실이 두 개인 아파트에서 살며 차량 두 대를 운용했고, 먼 길을 출퇴근하며 우리가 벌어들이는 소득 이상으로 쓰면서 살았다. (…) 처음에는 침실이 하나뿐인 아파트로 이사하기가 꺼려졌다. 경제적 웰빙보다는 지인들에게 비칠 아파트 외양과 비좁은 공간에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과감하게 그 일을 진행했고 그러면서 얻게 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 36제곱미터(11평)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잡동사니들을 제거했다. 왜 그토록 많은 살림살이가 필요했는지 진지하게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2. 자가용과 이별하기. 자가용을 팔았을 때의 장단점을 놓고 수개월간 논의한 끝에 우리는 차를 처분하고 걸어서 출퇴근하기로 했다.

3. 부채에서 해방되면 삶이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단순한 삶에 대해 접한 뒤 우리는 빚에서 놓여날 수가 있었다. 텔레비전을 기부하고 자가용을 처분하고 나서야 우리는 이 물건들을 소유하느라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했는지 알게 되었다.

4. 무엇보다 행복이 중요하다. 우리 삶에서 군더더기와 부채를 제거하고 나면 더 행복해질 뿐 아니라 덜 소유하게 된다.

5. 살림 줄이기는 진행형이다. 하룻밤 사이에 완결되는 사건이 아니다. 우리 이야기가 여러분의 삶에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하나하나 차츰차츰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책에는 집을 짓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집은 반드시 철근과 콘크리트로, 혹은 벽돌로만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를 개조해 방과 부엌을 만들 수도 있으며(7장. 주거용 차량), 물 위에 뜬 배와 보트에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8장. 물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까치가 나무 위에 집을 짓듯, 인간도 나무 위에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준다(6장. 나무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혹은 지푸라기로, 때로 동굴 속에 집을 짓기도 하지만, 그러나 모든 집에는 공통점이 있다. 되도록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만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 코스타리카 푸에르토 지메네즈 시 외곽에 있는 '라파스 네스트 트리하우스' (본문 259쪽). ⓒ한스미디어

▲ 차도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 '로이드의 밴'은 1990년 생산된 포드 이코노라인을 개조해 만든 2.1평짜리 주거 공간이다. 로이드는 이곳에 사는 일에 대해 "정돈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질서 있게 생활해야만 하죠"라고 말한다. (본문 274~276쪽). ⓒ한스미디어

그날 까치는 결국 집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저녁에는 회식이 있었는데, 술잔이 돌기 시작하자 술을 받기 위해서 먼저 잔을 비워야 했다. 술이 가득 차 있는 잔에는 그 무엇도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버려야 한다. 군더더기를 버리면 더 놀라운 삶이 그 속에 담긴다. 오늘 당장 넓은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짐을 조금씩 버리면 집은 조금씩 넓어지고 그 여유 공간에 투명한 자유가 자리 잡는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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