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비판 영화', 극장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영화인들,<자가당착> 제한상영가 판정에 행정소송 청구

"영화는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각성하라!"

지난 11월 1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영화인들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이곳에서 김선 감독의 장편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것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0년 제작된 <자가당착>에는 주인공 경찰 캐릭터 '포돌이'를 비롯하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각종 등장인물,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벌어졌던 촛불집회, 용산참사 등을 비유하는 극적 장치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인디포럼,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2011년 6월 14일 "대사 및 주제에 있어 특별계층에 대한 경멸적 또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고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내용의 표현 수위가 극심하다"는 사유로, 2012년 9월 22일 재심의 당시 "과도한 신체훼손과 폭력성, 잔혹함이며 국민정서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친다"는 사유로 각각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현재 한국에는 제한상영관이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개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 판정에 대해 문화연대,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포럼,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각종 영화 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0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정치의 신념에 대해 국가가 등급을 매긴 것"이라고 규정하고 <자가당착>에 내려진 '제한상영가' 판정을 당장 취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관련기사☞ 박근혜 풍자 영화 사실상 '상영 금지'…이유는?)

▲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판정에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영화인들.Ⓒ한국독립영화협회

김선 감독이 속한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는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인해 "풍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조롱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작품의 의도는 사전에 철저히 봉쇄"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예술의 기능과 범위를 순수로 일반화하는 천박한 발상"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무시하는 어이없는 태도"에 반대한다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이러한 자의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겠느냐며 반문했다.

또한 행정소송 청구의 목적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에 가하는 영화 등급 분류의 폭력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며,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박제화 된 가치가 아님을 이번 소송을 통해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정소송은 박주민 변호사가 진행하게 된다. 박주민 변호사는 2006년에 시작돼 5년에 걸쳐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의 제한상영가 소송을 이끌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년필름 대표이자 영화감독 김조광수, 영화감독 변영주,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현용 사무처장,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이현희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진행했다.

▲ <자가당착> 행정소송 퍼포먼스 ⓒ한국독립영화협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11월 2일 보도자료를 내 "<자가당착>의 등급분류 결정은 우리 위원회 등급분류 기준과 규정과 정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면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제작사 측에서 재분류 신청기한인 10월 22일까지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은 채 "영화 관련단체 성명을 통하여 정치적 이슈로 제기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3월 9일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성적 행위를 묘사한 장면"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그에 대한 입장을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제한상영가' 등급과 관련 상영공간이 없기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여서는 안된다라는 주장은 우리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 없는 논의사항이라고 판단"된다고 못 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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