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Quo Vadis), 안철수!

[안철수를 생각한다] '안철수 루트' 따라가 보기

지난 1년간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서 '안철수 현상' 또 '대통령 안철수'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습니다. <프레시안>은 이런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안철수를 생각한다>(알렙 펴냄)를 펴냈습니다.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필자의 미공개 글들이 새롭게 집필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안철수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 이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안철수의 생각'과 '안철수의 행보'를 여러 시선으로 독해한 이들의 글이 독자 여러분이 '대통령 후보' 안철수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직전에 집필된 정치평론가 김헌태 씨의 글은 여전히 시의적절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과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할까? 단일화는 어떤 방식이 바람직할까? 단일화를 계기로 집권하고 나서의 모습은 어떨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김헌태 씨의 글 일부를 싣습니다. <편집자>

정치는 살아 있다. 이 시대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는 살아 있는 동물과 같아 의외의 변수들이 많은 만큼 가까운 미래라도 그것을 예상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12월 19일 대선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대선 예측이 쉽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예측이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안철수 변수'를 꼽을 수밖에 없다.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지, 또 정말 대통령이 되어서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을지 명쾌한 구석이 많지 않다. 물론 그 누구도 그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철수 후보의 앞날과 관련 '신만이 안다'고 표현했을 정도이다.

이 글 역시 '안철수가 이긴다, 진다'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선까지 가는 길에 있어 안철수가 맞닥뜨려야 할 중대한 선택들이 무엇인지, 그 경우의 수들을 생각해 보면서 이번 대선 흐름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길을 택할 수도 있고, 잘못된 길을 택해 정상까지 못 가는 경우도 있으며, 자칫 낭떠러지를 택할 수도 있다. 2012년 대선이라는 봉우리를 앞에 두고 선택할 수 있는 '안철수 루트'를 상상해 보자.

(…)

갈림길 하나 : 소속 정당을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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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를 생각한다>(프레시안 기획, 알렙 펴냄). ⓒ알렙
안철수가 대선까지 가는 데 있어 또 다른 중대한 선택이 있다면 바로 '정당'과 관련한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 입당 문제는 이미 출마 선언 이전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물론 민주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정해진 이후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 대선에 출마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가 정해진 이후에도 안철수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의 입당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즉 단일화 경선 이후 입당을 약속하거나, 아니면 대선 이후 입당을 전제로 하고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등의 경우를 말한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서만 볼 때 '입당'에 대한 어떤 기약도 없이 무작정 안철수에 단일화를 요구하거나, 그 반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즉 현재 어떤 단일화 방식을 채택한다 해도 대체로 안철수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므로,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처럼 자칫 당의 대선 후보를 못 내는 상황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입장에서는 적어도 대선 이전 제1야당인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의 입당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방향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안철수 현상'의 성립 배경 그 자체가 민주당까지를 포함한 구 정치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인 만큼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한 것이냐의 문제이다. 나아가 또 한 가지는 실제 안철수가 민주당으로 입당하게 되면 그에게 모아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자칫 지지율 상에서 손해를 보고 오히려 승리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한편, 야권 제1정당인 민주당으로의 입당 외에도 안철수는 정당에 대한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제3정당의 창당을 주도하거나,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에 입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방식 대신에 창당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안철수 측에서는 이와 같은 창당 시나리오를 부정했고, 실제 창당을 통한 출마 방식은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 때문에 현실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창당 시나리오는 그가 창당하기를 바라는 기존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얘기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같은 선택 자체가 의미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제3후보 입장에서는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기분과 비슷하겠지만, '창당'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자기 집을 짓는 것은 비록 힘들더라도 분명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신당으로 출마하는 것은 세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제3지대에 민주통합당을 비롯, 안철수와 여러 세력들이 거대 정당을 새롭게 창당하는 방식이다. 2007년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제3지대에서 손학규와 당시 민주당 일부 인사가 함께 만들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러한 방식에 해당된다.

다음은 제3지대 가설 정당인데, 이는 다시 말해 안철수와 민주당 그리고 진보정당 등이 제3지대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용 가설 정당, 또는 페이퍼 정당을 임시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권 내부에서 기획 차원의 아이디어로서 많이 논의되었던 방식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선을 위해 수 개월짜리 가설 정당을 만드는 것이 '꼼수'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의외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독자 창당 방식인데, 기존 정당에 흡수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안철수 입장에서는 이런 제3지대 독자 창당 방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남은 기간 동안 '가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신당 창당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만일 제3지대에서 독자 창당이 이뤄진다면 전혀 새로운 인물로 구성되기란 쉽지 않아 보이며, 대신 민주통합당 등의 일부 정치인들, 또는 정파들이 이에 참여하거나, 좀 더 넓혀서 보면 중도 보수 진영 측의 인사들도 이에 가담할 수도 있다.

정당과 관련해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제3후보들이 정당에 대해 갖는 거부감과 두려움에 대한 것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환멸과 별개로, 사실 정당 자체를 도외시하거나 마치 사회악처럼 보는 시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 민주주의 자체가 정당을 중심으로 한 대의 정치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또 실제 기초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의회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는 정상적 민주 국가에서 정치적 신념, 또는 노선을 함께 하는 이들 없이 개인이 집권을 하고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일꾼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이며 총리나 장관, 또는 관련 전문가들과 달리 결국 '정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안철수는 향후 정당 정치를 전제로 자신의 정치적 구상을 구체화해야 하며, 특히 그의 출마 역시 이에 대한 구상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적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조직, 즉 내적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는 공당(公黨)이 아닌 개인과 그 참모들이 집권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사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도, 헌법 정신에도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사실 정치권 내부 시각에서만 보면 안철수가 대선과 같은 국면에 기존의 양대 정당 등에 대한 입당을 통해 정당 내부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고 그 다음 대선을 노린다든지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매우 획기적이며,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고서는 국회의원 백수십 명을 가진 양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비정치권 출신인 안철수가 그와 같은 행보를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오히려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하여 이번 대선이든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막강한 정치적 내공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갈림길 둘 : 어떤 단일화인가?

대선 전 안철수의 마지막 결정은 다름 아닌 '후보 단일화'이다. 안철수는 출마 선언에서부터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진보 진영' 전체로부터 거센 단일화 요구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 사실 이러한 단일화 프레임에서 안철수가 벗어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다자 대결 구도에서 1등을 하면 된다. 즉 한나라당 후보, 민주당 대선 후보 그리고 안철수 본인 등이 모두 출마하는 3자 대결 구도에서 1위를 차지하면 가능하다. 만일 안철수가 소속 정당 없이 독자적 출마를 선언할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1등으로 올라서지 않는다면 언론이 만들어 놓은 '단일화 프레임' 내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대체로 어떤 단일화가 될 것이냐를 두고 주요 정치 기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우리 정치에서 단일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여론 조사 단일화 방식인데, 이를 원샷(one shot) 방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 같은 단일화는 양 후보 간 제대로 된 정책적 합의 등이 없었던 승자 독식의 단일화 방식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여론 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이며, 또 승산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즉 최근 정책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야권 연합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한쪽이 '패자(敗者)'가 되는 방식의 단일화는 하고 나서도 본선에서 표의 분산으로 인해 패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철수 지지층의 경우 민주당에 대한 거부 정서를 가진 비율이 상당 부분 있으며,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나타났듯이 상대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아닌 안철수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단일화 방식은 바로 제3지대 경선 방식으로, 이른바 '박원순 모형'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즉, 단일화를 합의한 후보들이 시민 사회 등의 중재 속에서 단일화 경선 방식에 합의하고 이에 따라 장외에서 경선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같은 장외 경선 방식은 양자 간의 기초적 수준의 정책 협약 등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개 단일화 이후에도 공동의 선대위가 꾸려지고 선거 운동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앞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비해서는 비교적 진전된 개념의 단일화였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지지 선언 후 사퇴 결단 방식인데 이는 경선이나 여론 조사와 같은 경쟁적 방식의 단일화가 아니며, 사실상 정치적 양보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에 대해 당시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대표가 선거 기간 중 후보 사퇴를 선언하여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된 경우가 있다.

단일화가 반드시 경쟁 방식일 필요는 없으므로 이 방식 자체가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대체로 이 같은 방식이 후보 등록 이후 선거 기간 내에 사퇴가 이뤄짐으로 인해 탄탄하고 체계적인 정책 연합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또 양쪽의 충분한 논의와 정책적 연대 없이 이뤄지는 돌발적 단일화의 특성을 가지므로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에도 지속 가능한 정치적 협력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안철수의 경우 위의 세 가지 방식 중 박원순식 단일화, 즉 제3지대 경선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서 위의 세 가지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아직까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은 그동안 모든 단일화는 대체로 양자가 모두 정당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에는 정당은 없었지만 시민 사회를 기반으로 오랜 가시적 인물과 세력이 존재했다. 이와는 달리 안철수는 정치 세력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개인과 그 참모들에 가까운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어떠한 형태로 단일화가 되어도 실제 승리 이후 자문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총리나 장관에 기용되는 식의 형태밖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사실상 그야말로 팀 수준의 국정 중심 세력이 전체 한국 정부 및 정치를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몹시 불안정한 형태의 공동 정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갈림길 셋 : 공동 정부냐? 연합 정부냐?

앞서 논의되었던 것은 후보 단일화 방식이며 대체로 선거 연합의 구체적 방법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 그리고 민주당 등은 이와 같은 선거 연합을 넘어 승리했을 때를 염두에 둔 '정부 연합'의 형태까지를 고민하고 또 선택해야 한다. 즉, 단일화가 '선거 연합'의 구체적 방법을 의미한다면, 공동 정부나 연합 정부와 같은 개념들은 각기 다른 후보, 정파 등이 단일화를 통해 공동의 승리를 만들 경우 국정을 어떻게 함께 운영해 나가느냐의 문제를 고민하는 '정부 연합'에 대한 접근이다. 근래 우리 정치에서 단일화 방식이 아닌 공동 정부 등의 정부 연합 등의 성격을 가졌던 것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설명하고 넘어갈 부분은, 왜 위에서의 정부 연합을 유럽처럼 연립 정부라고 하지 않고 공동 정부나 연합 정부 등으로 부르냐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는 사실 연립 정부라는 개념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연립 정부'는 내각제 하에서나 가능한 개념으로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집권을 위한 정치 연합을 만들어 정부를 운영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립 정부에서는 만일 정당 간 집권 연합이 깨지게 되면 실제 해당 정부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되고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므로 그만큼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의 정체성은 물론 그 지지층들의 요구도 국정 운영에 반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사실상 정당 간 연합이 유지되든 안 되든 정권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내각제 하에서와 같이 정치 연합이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제 하에서의 공동 정부란 사실상 정치적 약속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즉, DJP 연합 때처럼 집권을 위한 정치 연합이 파기된다 해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아닌 쪽은 아무런 정치적 요구도 할 수 없으며, 그 지지층 역시 어떤 자신들의 정책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안철수와 공동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정당도 가지고 있지 않고, 광범위한 세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안철수 원장이 공동 정부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말이 좋아 공동 정부이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에는 사실상 국회는 물론 기초 의회나 광역 의회 등 기존의 정치 세력에 둘러싸이거나 반대로 고립되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에는 안철수가 소속 정당을 가진 대통령에게 '기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가 상호 간의 합의를 통해 공동 정부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개인 간의 정치적 약속이나 밀실 합의 수준을 넘기 힘들다. 특히 안철수의 경우 현재 정당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실상 참모진 수준의 인적 집합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공동 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과거 DJP 연합 수준의 공동 정부조차 만들 만한 처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현재 안철수의 정책적 구상 역시 이는 구상 수준이며 정당 내부에서 정강 정책에 입각하거나 공식화된 것이 아니므로 정책 연합의 틀 속에서 이를 구체화시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안철수 구상에 불과한 것이며 공동 정부라는 틀 속에서 이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안철수의 경우, 특정 정당 또는 그 대선 후보와 공동 정부 구성에 합의하거나 아예 입당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기존 정당 쪽에 포위되며, 현실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법과 제도가 정한 시스템에 입각해 이를 정치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어떤 정치적 지렛대를 가지거나 힘도 가지지 못한다.

일부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책임 총리제가 거론되지만, 이 역시도 크게 보면 헌법 자체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명확히 구분해주지 않고는 별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없다. 즉 현 상황에서는 대체로 한쪽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되거나, 갈등이 만들어질 때는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따라서 대선 후보 양자 간에 이뤄지는 정치적 약속에 근거한 공동 정부는 지속 가능한 정부 연합의 형태로서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도 어려우며, 또 근본적으로 국민에게 공통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연합에 근거를 둔 것도 아니므로 바람직한 정부 연합의 모습이라 볼 수가 없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안철수와 민주당 대선 후보 간의 양자간 '공동 정부'의 논의보다는 포괄적 정치 연합의 성격을 가지는 '연합 정부'라고 부를 수 있는 정부 연합의 틀을 구상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즉, 정당은 물론 인물과 정파 등 특정한 가치와 명분을 공유하는 각 정치 주체들이 참여하는 확대된 형태의 정치 연합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파 간 논의의 틀을 만들고 공동의 정책을 채택한 후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한 후 선거 연합을 위한 후보 단일화 또는 경선을 하며, 나아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정치 연합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이 지속가능한 공동의 국정 운영의 틀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합 정부의 개념이 공동 정부와 가장 다른 점은 단순히 안철수와 민주당 대선 후보 양자 간의 합의가 아닌 민주 진보 진영 또는 중도, 중립 지대의 인사 등까지 포함하여 서로가 인정하는 다수의 대표자가 참여하여 정치 연합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또 정당과 인물 간의 단일화 수준을 넘어서 정책과 노선 등에 기반을 둔 정책 연합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여 연합의 명분을 정확히 알리는 동시에 국민들에 집권 이후의 정부의 방향이나 모습을 정확하게 알려 책임 정치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제 하에서 어차피 정부 연합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나 정책 연합, 세력 연합 그리고 선거 연합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정부 연합까지 이르도록 함으로써 책임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지 특정 후보들 양자 간의 정치적 약속에 근거한 공동 정부보다는 다자 간, 세력 간 정치 연합의 성격을 강하게 부여해 책임성을 보완하는 것을 말하며, 파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강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책임성의 한계, 일관된 정체성의 확보의 어려움을 보완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을 사전에 구체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즉, 선거 전에 가능하다면 예비 내각을 발표해 새로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국민들에게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도 좋고, 아니면 행정부의 주요 직책에 앉을 수 있는 대상을 3배수나 5배수 형태로 인적 DB를 구축하여 새로운 정부의 인력풀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날 이후의 선택

안철수의 선택은 대선이 끝난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 결국 정치를 중단한다면 그의 이름은 '실패한 제3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오랜 기간 우리 정치사의 갓길을 맴돌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누명까지 쓰고 말이다. 나아가 이후 한국 정치에서 정치 바깥의 땅에서 정치의 영토로 진입하려는 모든 자들에게 '저주'를 남기게 된다.

한편, 안철수가 소속 정당 없이 대선에 출마하여 승리하는 경우 현 상황만으로 볼 때, '나 홀로 집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그가 대선 전에 정치 연합을 구성하여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 내거나, 대선 이후라도 정치적 연대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얘기이다. 국민 자신들끼리 대표를 뽑아 대신 이해관계를 대변하도록 하는 대의 정치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시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지라도 현재 우리 헌법이 정한 정치 제도이며, 또 현대 민주 국가의 정상적 정치 모형이다.

반면,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 연합을 구성하여 대통령이 되었다면 자신이 속한 정치 연합, 야당, 국민들의 입장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쉽게 얘기하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대통령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리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반대로 민주당 등의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안철수는 어떤 약속을 그 이전에 했더라도 세력을 가지지 못했으므로 사실 기용될 뿐이다. 이러한 경우 그는 내각 등에 체면치레로 자신의 참모나 조력자들을 새 정부 몇몇 곳에 배치시키는 것 외에 자신의 생각, 또는 철학을 관철시키거나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대통령이나 정당 쪽과 마찰이 생기게 되면 결국 뛰쳐나오거나, 쫓겨 나와야 한다. 대선 전후가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까 탄식할 필요는 없다. 그것 또한 정치이자, 변치 않는 세상 민심의 박정함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책임총리라는 명칭을 부여받아도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 대통령과 책임총리 중 둘 중 한 명이 무늬뿐인 '공동 정부'에서 나가줘야 한다면 총리가 나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안철수 또는 민주 진보 진영이 패배하는 경우는 어떨까? 안철수가 단독으로 나가서 진다면 그는 대선 이후 또 다른 중대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 즉 정치를 더 할지, 여기서 그만할지를 정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정치를 그만두는 것은 올바른 길은 아니다. 대선에 출마한 것은 정치를 시작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얘기한 구체제가 극복이 되는 날까지 싸우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만두겠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해 정치를 저울질 했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응원했다가 지는 경우, 그에게는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진보 진영의 차기 지도자가 될 기회가 잠깐 열릴 것이지만, 그가 정치적으로 생존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선 이후의 정치 지형에 관심이 없다면 안철수 현상은 우리 정치사에서 해프닝으로 기록되는 동시에, 오랜 시간 방관 상태, 또는 참견꾼으로 지낼 수 있다.

결론

지금까지 대선까지 안철수의 주요한 갈림길 또는 선택의 기로를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식적 과정 설명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최선의 그림이 무엇인지를 상상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선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가다가 길이 변경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길이 옳은지, 어떤 루트가 최선인지 스스로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림이 무엇일까? 정리해서 말하자면 안철수는 이제 어떤 경우든 정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가 말한 대로 1퍼센트가 지배하는 구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 진보 진영과 큰 틀에서 공조, 또는 연대, 나아가 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필요불가결의 과정이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에 대항하여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데 참여함으로써, 부자 정권에서 귀족 정권으로 무늬만 바뀌는 '1퍼센트 특권 세력의 집권 2기'를 저지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대선에서 당장 승리한다고 해서 성공한 정부, 다시 말해 양극화와 승자 독식의 구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대'와 '투쟁'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낮은 수준의 선거 연합, 즉 단일화 정도의 연대로 이번 대선에서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정책 연합과 세력 연합, 그리고 선거 연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정부 연합까지를 이뤄내야 구체제 극복을 위한 중장기적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 연합은 각 주체들의 정치적 합의 하에 정책적 연합, 세력 연합을 통해 책임성이 강화된 형태여야 한다.

대개 우리 정치 현실에는 '더 좋은 것'을 위한 긍정적 희생은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최선의 루트, 올바른 길을 선택하고 이에 필요한 헌신과 희생이 있어야 이기는 선거로 보인다. 사실 대선에서는 '될지, 안 될지'를 가늠하는, 즉 그 가능성을 두고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다. 민주당도, 안철수도 스스로의 운명을 혼자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상을 가능케 하는 최종 권능은 이 시대를 사는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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