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나?

[프레시안 books] 존 미어샤이머의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

'속는 것이 싫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수준의 감정일 것이다. '남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정직의 미덕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넘어 세상사의 원리를 규정하는 준칙의 하나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것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전 인류가 가지는 공통의 가치이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또는 우리를 대표하는 어떤 중요한 존재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이것이 큰 일이 되는 1차적인 원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중세의 군주도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 군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곤 했다. 때문에 도덕, 특히 그 중에서도 정직의 미덕을 잘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일은 중세의 군주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세의 군주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거짓말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5세기 이탈리아 사람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거짓말을 성공적으로 이용하면서 동시에 이 거짓말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군주론>을 썼다.

'군주가 어떻게 거짓말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이것과는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애초에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거짓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왜 생기는지에 관한 의문을 한 번 가져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어떤 예로 나타났고 이후에 어떤 사건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를 탐구해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존 미어샤이머가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전병근 옮김, 비아북 펴냄)를 통해 제기하는 문제이다.

▲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존 미어샤이머 지음, 전병근 옮김, 비아북 펴냄). ⓒ비아북
저자인 미어샤이머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에 대해 고찰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통념이라는 것은 각국의 지도자들이 국제적인 외교 무대에서 자국을 위한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저자가 확인한 바로는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 지도자들이 타국에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전쟁이나 첩보 활동과 같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제에 국한되며 오히려 지도자들의 거짓말의 상당수는 다른 국가가 아니라 자국의 국민들을 향한다는 것이었다.

이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교전의 경우 이것이 잘못될 경우에 서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서로 이심전심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언의 룰'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흔히 '외교적 관례'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룰'이 양해하는 선까지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서로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선을 벗어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때, 즉, '밑장 빼기'를 시도할 때에는 '손목'을 거는 리스크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전쟁처럼 서로 간의 속임수와 꼼수와 비열한 흔들기가 난무하는 판이 아니라면 어차피 '선수'끼리 하는 게임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게임의 룰을 지켜서 판 전체를 유지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게임에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참여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바로 이런 상황을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예로 드는 것은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의 거짓말과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의 시발점이 된 통킹만 사건에 대한 대통령 린든 존슨의 거짓말이다.

케네디는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터키에 배치된 미군의 주피터 미사일을 철수시키겠다는 제안을 소련 측에 해야 했지만 자국의 국민들을 향해서는 끝까지 이러한 이면 합의의 존재를 부인하였다. 존슨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고자 사실상 통킹만 사건의 내용을 북베트남 어뢰정의 미군 구축함에 대한 일방적 공격으로 조작하였다.

이 두 경우를 잘 살피면 일반인과 게임을 해야 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고충을 알 수 있다. 만일 이것이 '선수'들 끼리의 게임이었다면 두 대통령은 특별히 거짓말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 무력화'나 '베트남 전쟁 참전'과 같은 정책에 대해서 득실을 따져 줄 것과 받을 것을 정리하여 선수끼리 합의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언의 룰' 밖에 있는 일반 국민을 설득하는 문제는 이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을 구체화하는 스토리를 구성해야 하며, 이러한 거짓말을 통해 얻게 될 대의 정치적 측면에서의 분명한 이득도 고려하는 과정이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이러한 지도자의 거짓말은 결국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지지만 대의 정치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리스크(지도자의 지지율 하락, 선거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가 분명한 국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거짓말'이 역사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남느냐, '돌이킬 수 없는 실책'으로 남느냐는 전적으로 이렇게 추진된 국가 정책의 결과물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케네디의 거짓말은 결국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으므로 어떤 '선의의 거짓말'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존슨의 거짓말은 베트남 전쟁이 사실상 미국의 실패로 끝났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있어서도 비슷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를 세계에 보급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수행을 통해 중동에 연속적인 민주주의 혁명을 유발하고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압제자로부터 해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라크 전쟁 수행 당시의 '대량 살상 무기의 존재'와 같은 것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짓말이 과연 지금처럼 웃음거리의 대상이 되었겠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언급을 하면서 저자는 지도자의 거짓말에 대한 확실한 가치판단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어떤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독재자라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선의의 정책 집행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선의의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국가 정책을 집행할 도리가 있는가?

이러한 의문은 일반론적 차원에서는 뜬금없는 것일 수 있지만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부도덕과 지나친 사익의 추구에 지친 우리는 다음번에는 '정직하고 공정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지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고 공정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그는 어떤 정책도 주도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가치를 세우려는 사람은 바로 그러한 그의 시도 때문에 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위협에 내몰리고 만다. 때문에 정직하고 공정한 지도자에 대한 우리의 바람은 그러한 지도자가 탄생하고 나서 어느 순간엔가 반드시 좌절하고야 말 것이다.

그는 결국 '정직하고 공정'하지 않거나, '지도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딜레마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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