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학교, 그곳을 지켜야 하는 진짜 이유는…

[프레시안 books] 전성은의 <학교는 왜 불행한가>

나는 한 때 대안 학교의 교사를 꿈꾸었다. '공교육 교사'라는 그럴듯한 직함, 넉넉한 보수와 여유를 버리고도 대안 학교의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갑갑함 때문이었다. 공교육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틀 속에 갇혀 내가 원하는 교육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제도는 거대하고, 개인의 노력은 너무도 미미했다.

교실 안에서 만큼은 아이들과 함께 누구보다도 자유롭다가도, 교실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면 학교라는 이름의 보수적이고 관료적이며 때로는 놀라울 만큼 비민주적인 시스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리도 질러보고 저항도 해보았지만 그 거대한 틀은 너무도 단단해 번번이 나에게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공교육이라는 이 틀 자체가 잘못된 거라면, 공교육을 벗어난 곳에서 좀 더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절실했지만, 결국 나는 공교육을 벗어나지 못했고 '공교육을 부정하면서도 공교육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모순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진정한 교육의 의미는 사라지고 입시 교육과 경쟁만이 남은 학교에 대한 회의감은 일제 고사로 인한 해직으로 더욱 깊어졌다. 국가가 원하는 교육이 '무한 경쟁'을 통해 인재를 선별해내는 것이라면, 내가 꿈꾸는 '진정한 교육' 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정말 이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대법원 판결까지 2년 3개월, 마침내 복직되어 돌아간 학교에서도 이 고민은 못내 해결하지 못한 채 가슴 밑바닥에 진득하니 남아있다.

▲ <왜 학교는 불행한가>(전성은 지음, 메디치 펴냄). ⓒ메디치
<학교는 왜 불행한가>(메디치 펴냄)는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이자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학교 교육을 혁신하고자 많은 노력을 펼쳤던 전성은의 책이다. 책에는 오랜 세월동안 평교사로서, 또 때로는 교장으로서 대한민국 교육을 온 몸으로 겪어낸 그의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통찰력이 곳곳에 스며있다.

단순히 현실에서 드러난 현상만을 가지고 분석하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학교' 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왔는지, 또 그동안 공교육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지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사 전반을 통틀어 설명하고 있다. 학교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본 다음에 본래 진정한 교육이 가야할 길을 짚어 그 대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진정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실천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가질 수 없는 폭넓은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책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다보면 그 안에 녹아있는 전성은의 지혜가 와 닿는 것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고민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든 대목에 완전히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교사 또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며 노동자'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일까?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는 왠지 모를 갑갑함을 느꼈다.

"교사직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가져서는 안 된다. 취미를 가지는 것은 삶을 풍부하고 여유롭게 해준다. 그러나 취미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다른 사회 활동이 교사직보다 우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199쪽)

취미를 넘어서서 삶을 움직이는 (교사직 이외의) 다른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걸까? 그 뿐 아니라 몇몇 대목에서는 약간 보수적인 시선도 읽혔다. 예를 들어 학생의 자율권 보장을 놓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 대목이 그렇다. 어린이 또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 조금은 불편했다.

"학생은 어린아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해당한다. (…) 따라서 학교의 교칙을 어겼을 때는 교칙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 국가의 법을 어겼을 때는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기 때문에 어른이 될 때까지 특별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177쪽)

물론 앞의 사례를 읽으면 맥락의 가운데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표현이긴 하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전반에 담긴 전성은의 빛나는 통찰력과 지혜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우리가 느끼게 되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오랜 시간 가라앉아 있던 그동안의 고민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공교육의 분명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도대체 무슨 수를 써야 하는가.

전성은은 책 후반부에 이런 비뚤어진 공교육을 바로 잡을 해법으로 제도가 가진 힘을 강조하며 '제도의 개선'을 제안한다. 그는 좀 더 큰 틀에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을 예로 들고 있긴 하지만 사실 아직도 많은 갈증이 남아있다. 내가 복직해서 몸을 담고 있는 '혁신 학교'의 경우도 제도 개선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혁신 학교는 공교육의 경직된 틀 자체를 바꾸려는 말 그대로 혁신적인 시도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공교육 혁신의 전부는 아니다. 결국 틀이 바뀌어도 그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의 의식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도의 개선 외에도 공교육 혁신을 위해 어떤 접근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 더 큰 고민을 하게 되었다.

'혁신' 이라는 키워드가 교육계에서 큰 화두가 된 요즈음, 불행한 학교를 딛고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진정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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