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기업? 그 진짜 조건은…

[프레시안 books] 양준호의 <지역과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

지난 2010년 지방 선거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정책이 부쩍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 내에 육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의 목표치를 경쟁적으로 발표하는가 하면 이와 연계해 늘어날 일자리 수를 의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많은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2007년 마련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기초하여 나름대로 지방 조례를 통한 사회적 기업 지원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이만큼 제고되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회적 기업의 개념이 무엇인지, 어떤 성공 사례들이 있는지,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서 어떤 정책 과제가 추진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관심과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은 불가피하게 정책 실패 사례로 귀결될 확률이 크다. <지역과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양준호 지음, 두남 펴냄)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지역과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양준호 지음, 두남 펴냄). ⓒ두남
먼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사회적 기업은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수익을 창출을 하면서 해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활동 조직 또는 기업 주체다. 이 때문에 구체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사회성, 사업성, 혁신성의 세 가지 특징을 갖는 기업으로 제시된다.

사회성이란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통한 수익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창출되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두 번째 특징으로 사업성이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혁신성이란 사회적 기업이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적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의 논의는 우리가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나오는 바와 같이 '취약 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정의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는 사회적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너무나도 편협하게 축소해 놓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양준호가 올바르게 지적하고 있듯이 사회적 기업은 단순히 취약 계층을 위한 고용 창출 수단이 아니라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서, 산업 정책의 수단으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변혁의 주체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지원 조직에 대한 풍부한 사례와 설명은 자칫 추상적으로만 또는 이론적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주제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상을 더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국내 사회적 기업은 주로 보육, 간병, 방과 후 공부방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일부 사회 서비스 업종에 몰려 있다.

어느 정책 보고서에서나 새로운 사회적 기업 모델 개발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국,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각국의 사회적 기업 사례는 국내 사회적 기업가가 충분히 응용하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사회적 과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가 사회적 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제언하고 있는 구체적인 지원 정책은 역설적으로 국내 사회적 기업 지원 정책의 빈곤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기업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살피면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조직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킹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원 조직의 필요성은 사회적 기업가나 정책 담당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과제이다.

또한 앞서 지적된 바와 같이 사회적 기업이 고용 정책의 대상으로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기업 지원 정책은 보다 광범위하게 지역 개발 및 경제 정책의 프레임워크에서 인식되고 정책 개발과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 역시 기존의 논의와 차별화되는 저자의 중요한 기여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부족으로 인해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현실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기업도 적지 않다.

앞으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 현실적인 제도적 개편, 보다 효과적인 지원 정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이 책은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희망대로 사회적 기업이 단지 고용 정책 수단을 넘어 새로운 가치 창조의 주체로서 우리의 지역과 세상을 바꾸는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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