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계좌에 한국인 70여 명"

이르면 연내 공개 가능 "인구 3만명 섬에 유령회사 수십만개"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세계적인 조세피난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의 금융거래자료를 대거 입수한 이후 분석한 결과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나 계좌를 보유한 한국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입수와 분석팀을 이끌고 있는 제러드 라일 기자는 23일(한국시각) 일부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단 주소를 통해 이름을 추출하는 과정을 통해, 70명 정도가 한국인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협회는 "북한을 주소로 한 명단은 재확인 결과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협회가 '맛보기'로 공개한 명단에서 확인된 일부 국가의 유력정치인들은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재산이 환수되는 등 즉각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 명단'이 공개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분석에 검증까지 거쳐야…국세청 "자진신고 1건도 없는 곳"

하지만 명단 공개에서 세금 추징까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거래자료라고 하지만, 이메일 등의 형태로 된 '날 것' 들이어서 누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거래했는가 등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려면 분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늦어도 연내까지는 공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할 뿐이다.

국내 한 역외탈세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분석하려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에서는 전세계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분석작업을 벌인지 벌써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또한 명단이 확인돼도 탈세와 같은 범법행위를 저질렀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국세청이 명단 제공을 요청했지만 협회 측은 "검증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명단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는 세게적 조세피난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한국인 명단 70여 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 실태를 분석한 책 <보물섬>(니컬러스 섁슨 지음, 이유영 엮음, 부키 펴냄). ⓒ부키
국세청은 명단이 확인되면 철저하게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추징하겠다는 입장이다. 10억원 초과 금융자산을 단 하루라도 외국에 둔 해외금융계좌의 경우 자진신고를 받는 제도가 도입된 2년 동안 버진아일랜드에서는 신고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세청은 '한국인 명단'만 확인되면 상당수가 추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적발건수와 추징액은 2008년 30건, 1503억원에서 지난해 202건 8258억원으로 늘었다.

버진 아일랜드는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 동쪽 끝에 있는 약 80개의 작은 섬들을 총칭하며, 미국령과 영국령으로 나누어져 총면적은 353㎢이다. 그중 영국령은 면적 153㎢에 인구는 3만 명도 안된다.

그런데도 5층 밖에 되지 않는 빌딩 한 채에 1만 8000개 기업이 들어있는 식으로 '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 즉 페이퍼컴퍼니가 몰려 있다. 소설 <보물섬>의 모델이며 지금도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검은 돈의 거래가 많다고 의심받는 이유다.

(☞관련기사 : "세계 최대 조세피난처는 미국과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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