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검은 돈 고객 명단' 대폭로 임박

국세청 "한국인도 다수 존재 예상, 확인되면 철저 추징"

검은 돈이 모여있는 조세피난처로 악명 높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의 수천 명의 고객명단과 금융거래 내역이 세계 주요언론들에 의해 전면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이 자료를 세계 유력 언론들과 함께 15개월 동안 분석한 내용을 이번 주말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프랑스 <르몽드> 등 30여개 세계 유력지 등과 공조 작업을 해온 ICIJ는 '맛보기'로 일부 고객 명단을 우선 공개했다.
▲ 검은돈의 '보물섬'으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투자한 고객 수천명의 명단이 폭로될 예정이다.. 사진은 조세피난처 실태를 파헤친 화체의 책 <보물섬>.

"독재자의 딸부터, 현직 대통령 일가 등 포함"

이번 자료는 희대의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킨 호주의 한 기업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취재과정에서 통째로 얻으면서 확보됐다. 이 디스크에는 이메일 200만 통과 수백만 건의 거래 명세 등 버진아일랜드 투자자들의 명단과 거래내역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개된 명단에는 세계 각국 대통령의 친인척, 재벌, 독재자의 딸 등이 포함됐으며, 국적도 영국, 캐나다, 미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란, 중국, 태국 등 다양하다.

일부 명단 공개만으로도 당장 일부 국가의 현 정권에 타격을 주면서 2010년 '위키리크스' 파문을 능가할 폭발력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공동 재무담당이자 측근인 장자크 오기에가 버진아일랜드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몽골의 현직 국회 부의장,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가 등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재산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독재자의 일가들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재산을 은닉해온 사실이 공개됐다. 필리핀의 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맏딸, 스페인의 최고 부자 미술품 수집가이자 미스 스페인 출신인 카르멘 티센보르네미사도 이름이 공개됐다.

특히 국제조세피난처 현황을 추적 감시해온 영국의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에 의해 세계적으로 재산도피가 많은 나라로 지목된 한국에서도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이번 명단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국세청 "한국인 명단 확인되면 철저 추징"

국세청도 이번 보도에 따라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은닉한 한국인이 있는지 확인 작업에 나섰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가디언> 등으로부터 재산 은닉자 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다방면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서는 버진아일랜드에 내국인이 투자한 기업 80여 곳이 있고, 국세청의 역외 탈세 조사 과정에서 이곳을 이용한 탈세사례가 몇 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명단에 한국인 고객도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세청은 "내국인의 명단이 확인되면 재산 형성과정과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돈의 출처, 제대로 세금을 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탈루 사실이 드러나면 철저하게 추징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번 자료는 역외 탈세가 얼마나 만연된 것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캐나다 퀸즈대의 법학교수 아서 콕필드는 이번 자료 분석에 참여한 캐나다방송(CBC) 인터뷰에서 "이런 자료는 생전 처음본다. 금융 비밀의 세계가 마침내 폭로됐다"고 의미를 부였다.

이번 자료에 속한 모든 거래가 불법이거나 탈세한 검은 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당 본국에 신고되지 않은 거래는 최소한 탈세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매킨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조세정의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헨리는 전세계 은닉 재산만 21조~3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을 합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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