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투기 의혹에 "돈 있으면 땅에 묻어두는 정서 있다"

홍익표 "장인이 대신 투기?"…청문회 이틀째, 재산·도덕성 집중검증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1일 이틀째 열렸다. 정 후보자의 검사 시절 행적과 재산형성 과정 등 도덕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진 가운데, 정 후보자는 부산 재송동, 김해 삼정동의 토지 투기 의혹과 현재 거주 중인 서울 반포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21일 김해 삼정동 땅에 대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당시만 해도 우리 관념에는 '돈이 있으면 땅에 묻어둔다'는 사고가 있었다"며 토지 구입 의도에 대해 "그런 뜻도 있었다"고 말했다. 토지를 재테크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 후보자는 이 의원이 "김해 땅을 산 것이 1995년의 일인데, 아직 젊을 때인데 '퇴임 후 거주 목적'이라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한 데에 대해 "퇴임 후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땅 구입 목적을 전원주택 건립이라고 밝혔었고, 이날 오전 이 의원보다 앞서 질의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김해 삼정동 땅을 전원주택용으로 취득했다고 했는데, 구획정리가 다 끝난 주택지대에 무슨 전원주택인가'라고 묻자 "당시는 개발이 안 돼서 한적한 곳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었다.

다만 정 후보자는 사전 정보를 알고 땅을 산 것은 아니며 "땅값이 올랐으면 투기지만…"이라면서 '투기보다는 투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 땅은 조합으로부터 매입한 것인데, 보통사람은 정보접근이 어려운 토지"라며 "실패한 투기일 뿐 투기성은 맞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전 의원은 "제대로 개발했다면 투기가 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개발이 안 된 것"이라며 투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그건 정말 억울한 말씀"이라며 "개발 예정과 정보를 얻어 미리 사는 게 투기 아니겠나? 이건 개발이 다 끝나고 구획정리 완료된 땅을 샀는데 투기라고 하면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는 "당시 국민 정서 속에는 '돈 있으면 땅에 묻어둔다'는 정서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고 재강조하며 "사전 정보를 얻어 투기하려 산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야당, 재송동 법조타운 땅에 "장인이 대신 투기하신 거네요?"

부산 재송동 법조타운 인근 땅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왜 취득했나 했더니 거주 목적이라고 (답변서에) 돼 있다"며 하지만 정 후보자가 이곳에 거주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거주라고 돼 있나?"라고 되물으며 "그건 잘못됐다. 죄송하다"고 정정했다.

정 후보자는 토지 취득 목적에 대해 "당시에 제가 서울에 근무하다가 부산 발령을 받았다. 서울 집을 팔고 부산 집을 샀는데 차액이 생겼다"면서 "장인이 '(차액을) 나한테 맡겨라'라고 해서 장인이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대신 투기하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의원 역시 "장인에게 맡겨놓은 것이고 사실상 대리 투기한 것 아니냐"며 "시세차익도 올렸고, 거주할 목적 아닌 게 투기가 아니냐? 장인한테 맡긴 걸 거기 투자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전형적 투기다. 평생 검사를 했는데 그걸 모르시나? 인정하실 건 인정하라"고 쏘아붙였다. 전 의원도 답변서의 토지 취득 목적이 '거주'로 돼 있는 점을 들어 "결과적으로 거짓말 자료"라고 지적했고 정 후보자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전날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제기한 반포동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도 다시 논점이 됐다. 최 의원은 "아파트를 분양받기 한 해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 한보 수서비리 사건"이라며 "그때 담당검사였던 정 후보자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언론에 두들겨 맞고 다음해 한보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왜 한보냐?"고 따져물었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도 "한보사태를 담당했는데 한보 아파트에 들어가 사셨으면 오해할 측면이 있다"면서 "사건 봐주고 특혜분양 받은 게 아니냐 오해하게 생겼다"며 이같은 최 의원의 의혹 제기가 개연성이 있다고 말을 보탰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제가 그때 집이 없어서 공개분양에서 15~16번 떨어졌다"며 "수서, 분당에도 (주택 분양 신청을) 하고, 사당동에도 했는데 다 떨어지고 된 것이다. 그때 서럽게 살았다"고 했다. "개별 계약이 아니고 공개분양에 신청해 당첨된 것"이라는 해명이다. 최 의원이 '우연의 일치란 말이냐'고 되묻자 정 후보자는 "당연히 그렇죠"라고 즉답했다.

정 후보자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특이하게 생각되는 게,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보통 처가집에서 주택을 마련해 주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고 묻자 "저도 주위의 도움으로 집이 있었는데 중간에 관리를 잘 못해서 2번을 날렸다. 그래서 무주택자였다"고 답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부산 동부지청 발령을 받고 주소를 서울 누이 집으로 위장전입해둔 이유에 대해 '내 집 마련'이라고 했었다.

가족 간의 재산 증여 문제에 대한 검증도 이어졌다. 정 후보자는 자신의 아들 내외에게 자신이 2차례에 걸쳐 3억 원을, 자신의 처남과 처제가 1억7000만 원을 증여한 부분에 대해 "결혼할 때 전세자금 2억 원을 줬고, 분양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돼서 제가 1억, (아들의) 이모, 외삼촌이 보태줘서 분양 잔금을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처남에게 1억9000만 원을 증여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처가의 재산 상속을 포기했었는데, 당시 처남들이 미안해하며 '은퇴하면 도와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처가의 상속 재산 규모는 "당시 시가로 50~60억 되지 않겠나 한다"고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박지만 봐주기' 의혹에 정홍원 "심한 추리다"

과거 공직 시절의 행적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후보자가 1998년 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일 때 박지만 씨가 마약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마약 담당하는 강력부는 3차장 관할"이라며 "후보자가 별로 유명한 분이 아닌데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에 이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보고 국민은 '뭐가 있지 않겠나' 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좀 심한 추리다"라며 "지나치신 말씀이다. 차장은 그렇게 (수사에) 관여를 안 한다"고 해명했다. 필로폰 상습 투약 전력이 있는 박 씨에 대한 구형이 당시 벌금 1000만 원으로 지나치게 낮았다는 지적에는 "구형까지 차장검사가 관여할 수 없다. 구형은 주임검사가 하고, 사안에 따라서 부장 정도는 상의한다"면서도 "(구형한 검사는) 치료나 재활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제가 3차장으로 재직한 기간은 1997년 8월 28일부터 1998년 3월 30일"이라며 "박 씨를 기소하고 치료감호를 청구한 것은 3월 6일로 제가 떠나기 20일 전이고, 1심 선고는 5월 6일"이라면서 검찰의 구형 당시에는 이미 자신이 사건과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고 추가 설명했다. "제가 있을 때는 구속기소를 했다"는 것.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재직시의 남미 출장에 부인을 동반했던 것에 대해서는 "집사람이 공무에 참여 안 하면서 같이 간 점은 사과드리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홍익표 의원이 "출장 일정을 보니 멕시코, 브라질, 페루를 갔는데 멕시코의 칸쿤은 대표적인 관광지이고 페루 마추픽추도 갔다. 브라질 상파울루 선거법원장 외에는 만난 분도 없다"며 "황제성 외유"라고 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홍 의원은 출장이 외유성이었다는 근거로 출장보고서 내용을 들며 '인터넷을 뒤지면 30분~1시간이면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0년 광주지검장 재직시 10여일 간의 유럽 출장에도 아내를 대동했음을 시인했다.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수사에서 향응과 금품을 제공받은 판사들에 대해 징계조건부 불기소 결정을 내린데 대해서는 "관행임을 참작했다"면서도 '지금도 그 당시 결론과 같은 생각이냐'고 재질문하자 "그 때 경고됐음에도 계속된다면 판단이 달라질 것 같다"면서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높아진 건 틀림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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